골프 인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증했다. 2030 남성과 여성으로 고객층이 넓어지고 신규 골퍼가 꾸준히 유입되던 차에,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이용객 증가세에 불이 붙은 것이다. 2019년 4천만명을 약간 상회했던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5천만명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이용객이 4,772만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2020년보다는 많다.
골프산업: 필드 잔디 위에 젊음이 피어오른다, 유진투자증권, 2022.4.19
전국 골프장 이용 현황 분석(골프저널, 2024.6.4)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 수익도 급증했다. 팬데믹 직후에는 부킹이 어려울 정도로 고객이 몰리면서 가동률이 올랐고, 호황에 힘입어 골프장 운영업체들이 이용료를 인상했다. 2020.5월 이후 2년간 대중제/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은 주중 29.3%/15.1%, 토요일 22%/12.5%에 달했다. 물량(Q) 증가와 가격(P) 상승이 결합되면서 골프장의 영업이익도 드라마틱하게 올랐다. 레저산업연구소에서 266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집계한 영업이익률은 2018년/2019년 16%/22.5%에서 2021년 39.7%까지 올랐고, 특히 대중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48.6%에 이르렀다.
"그린피 올라도 자리 없어 못 간다" 골프 예약 앱 현황 분석, 중앙선데이, 2022.5.4
어떻게 잡은 부킹인데...한파에도 골프장 '북적', 조선비즈, 2021.10.20
전국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 39.7%, 골프산업신문, 2022.5.24
대중제 평균그린피 주중 17만 3500원 주말 22만 1000원, 골프산업신문, 2022.10.12
수익 증가로 골프장 가치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7~2018년만 해도, 골프장의 홀당 가격은 경기도 50~70억원, 비수도권 30~50억원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후에는 거래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격이 정점이었던 '22년 경기도권 골프장은 홀당 70~100억원, 비수도권 골프장도 홀당 50~70억원 가량에 거래되었다. 포스코 O&M이 인수한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가 홀당 180억원,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가 홀당 96억원에 거래되면서, 수도권 인기 골프장의 매도 호가가 홀당 100억원을 넘어갔다.
"이런 호황은 처음"...'홀당 100억' 4년만에 두 배 뛴 골프장 몸값, 조선비즈, 2021.6.7
골프장 홀당 100억원 시대 지속된다, 이데일리, 2022.5.10
클럽모우CC 매각 결렬...2500억도 거절, 조선비즈, 2022.6.13
큐캐피탈이 내놓은 큐로CC, 홀당 100억원 넘길까?, 팍스넷, 2022.7.113
'22년 4분기부터 확산된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골프장 투자업계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이미 고가 논란으로 투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23년부터는 골프장 거래가 거의 중단되었다. '20~'21년에는 매년 10건 내외의 골프장이 매각되었지만, '23년에는 큐로CC, 스카이힐김해CC, 포천 몽베르CC 정도만이 실제 거래로 이어졌다. 기업의 구조조정 물건 또는 투자 Exit을 위한 사모펀드(PEF)의 매각 물건은 늘어났지만, 매수자가 급감하면서 시장에 나와 있는 다수의 매물에서 매각이 지연되었다.
국내골프장 M&A현황 2016~ 2023년(리얼레저기획, 2023.5.22)
고려자산개발, 한화 골든베이CC 품었다, 서울경제, 2022.4.4
홀당 160억하던 골프장, 80억 ‘반토막’… 매각시장 찬바람에 中 투자자들 기웃(동아일보, 2024.2.13)
'홀 당 100억'의 추락…코로나 특수 끝나자 수도권 골프장 매물만 7곳(땅집고, 2024.7.2)
골프장 매출과 영업이익도 '23년부터 하락세다. 딜북뉴스가 집계한 수도권 10개 18홀 대중제 골프장의 '23년 매출은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더 뚜렷해 24% 줄었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제주도는 해외여행 개시로 골프장 이용객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매출 하락은 골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골프용품과 골프의류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 18홀 실적추이, 딜북뉴스, 2024.7.8]
지난해 골프장 영업실적과 적정 매매가격(딜북뉴스, 2024.7.8)
디지털 기술과 혁신적인 전략이 필수인 골프장 시장 현황(1)(골프코스세미나, 2024.6.27)
2024년 상반기 골프산업 분석(매일경제, 2024.8.5)
거래가 줄고 실적이 하락했지만, 골프장 가격은 아직 버티는 중이다. 일부 사례에서 가격 하락이 감지되기는 하지만, 골프장 소유자가 대체로 기업 또는 자산가여서 가격을 낮춰 급하게 파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23~'24년 거래사례를 봐도, 수도권 골프장은 홀당 100억 근처, 비수도권은 홀당 70~80억원 수준에서 거래되었다. 전체적인 매수세가 준 탓에 거래가 지연되더라도, 매도자 쪽에서 매수자를 찾을 때까지 가격을 고수하는 모습니다.
"홀당 100억?"…오직 골프장만 파는 남자(아시아경제, 2024.5.9)
큐캐피탈, 잘 키운 ‘큐로CC’ 덕 함박웃음(Newstof, 2024.5.10)
골프사업에 진심인 메가스터디, 대한제당 '프린세스GC' 인수 추진(연합인포맥스, 2024.9.11)
태영건설, 경주 루나엑스 골프장 처분… 홀당 매각가 81.5억(조선일보, 2024.10.19)
하지만, 추가적인 가격 하락 또는 조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골프장 거래를 주도해왔던 사모펀드의 매입세가 크게 감소한데다, 이용객 감소와 정부 규제로 골프장 운영수익도 더 감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4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에도, 골프장 투자의 수익률(ROE)은 그리 높지 않다. 매출의 40% 가량이 이익으로 연결되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 매출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딜북뉴스에서 집계한 수도권 10개 18홀 대중제 골프장(페럼클럽 제외)은 '23년 평균 198억원의 매출과, 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홀당 평균 가격을 80억/90억원이라 하면, 평균 투자이익률(무차입 기준 ROE)은 6.3%/5.6%다. 최소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수익률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팬데믹 직후 사모펀드의 골프장 투자가 급증한 것은 실적이 부진한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매로 싸게 아파트를 사서 임차인을 맞추고 비싸게 파는 전략이 골프장에서도 가능했던 것이다. 시장 저점기에 가능한 투자인데, 골프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차익 전략은 더 이상 쓰기 어려워졌다.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로 재편되고 있는 것처럼, 골프장도 금융투자자에서 실수요 기업으로 투자 주체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골프장 매수자는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대중제 골프장의 운영 수익이 더 감소할 수도 있다. 정부는 '22년 체육시설법을 개정해 재산세 및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부여되는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하였다. 법 개정 이후, 비회원제 375개소의 골프장 중 344개가 대중형으로 지정되었지만, 실질적인 그린피 인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용자가 적은 시간대의 그린피를 낮추는 등의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편법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제화 여부에 따라 대중제 골프장의 실제 그린피가 내려갈 가능성이 생겼다.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받으려면 입장료를 회원제 골프장보다 3만 4천 원 낮은 금액으로 책정해야(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2022.11.9)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상한제' 도입 추진(매일경제, 2024.10.7)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내릴까?(골프뉴스, 2024.10.12)
물론 골프장의 운영수익 감소가 단기간에 현실화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용객 감소폭이 아직은 크지 않고, 실적을 유지하려는 골프장의 영업 전략도 다변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 실적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기보다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실적이 차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올라간 골프장의 가치는 투자시장의 위축, 운영수익 감소 리스크를 반영해 일정 부분 Valuation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