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가 해외 상업용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오피스/물류센터/공장/데이터센터/상가/공동주택/호텔 등)에 투자한 금액은 120조원 이상이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권에서 투자하는 금액이 57조원이고, 국민연금('23년말 42조원)과 주요 7개 공제회를 합한 투자액이 60조원에 달한다. 기타 연기금/공제회와 일반 기업의 투자액을 더하면 더 늘어난다.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24.3월말, 금융감독원)
미국 쇼핑몰 투자 2400억 손실…국민연금도 해외부동산 불똥(서울경제, 2024.7.22)
“해외부동산 투자했다가”…공제회들 2200억 원 날렸다(서울경제, 2024.7.8)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CRE 투자는 팬데믹 직전인 '16~'19년 사이에 급증했다. 해외 부동산펀드 신규설정액은 '15년 2조원에 불과했지만, '16~18년 사이 연평균 7.5조원으로 크게 늘었고, '19년 12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2년에는 연평균 4.8조원으로 줄었고, 고금리로 가격하락세가 본격화된 '23년에는 1조원 남짓으로 급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상업용부동산 가격이'22년 하반기부터, 오피스(사무실)은 그 이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팬데믹 직전 급증했던 한국 투자자의 투자건 중 상당수가 가격하락으로 손실을 보았거나 볼 위기에 놓여 있다.
금감원에서 집계한 '24.3월 해외 부동산투자의 기한이익상실(E.O,D: 원리금 미상환 등으로 대출이 부실화된 경우) 비율은 7.3%(금액으로는 2.5조원)이다. 14건 중 하나에서 부실이 발생했다는 뜻이지만, 9개월 전만 해도 EOD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가격하락으로 잠재 부실 위기에 놓여 있는 건들이 많고, 점차 실제 부실로 전이되고 있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는 증권사가 보유한 해외부동산펀드 잔액('23.9월 기준 8.3조원)의 22%에 해당하는 금액(1.8조원)만큼 평가손실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다른 투자자에 비해 증권사의 투자형태가 가장 공격적이기는 하지만, 이 수치를 적용해 해외부동산 투자액 120조원에 대해 20%의 평가손실률을 적용하면 24조원에 달한다. 국내 PF대출에서 부실 가능성이 있는 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출이 21조원이니, 국내 PF 부실에 맞먹는 금액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부동산 부실 충격 … 국내 증권사 익스포저 14.4조(내일신문, 2024.2.16)
펀드 부실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 펀드가 EOD를 맞은데 이어, 미래에셋(미국 워싱턴 오피스), 신한대체(뉴욕 오피스), 한투운용(벨기에 오피스), 하나증권/JR투자운용(아일랜드 오피스) 등 여러 펀드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위기에 놓여 있다.
트리아논 빌딩 끝내 EOD…"대주단과 협상 결렬"(머니투데이, 2024.6.4)
백악관 옆 상업용 빌딩 투자한 미래에셋 대폭 손실(서울경제, 2024.7.26)
뉴욕 월드와이드플라자도 EOD 직면…신한운용 2000억 전액 손실 위기(인베스트조선, 2024.8.5)
한투리얼에셋운용 벨기에 오피스 펀드 디폴트 발생…-70% 손실(머니투데이, 2024.6.20)
금융사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 부실화 커진다(세계일보, 2024.9.19)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는 투자기관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투자잔액이 많고 Equity 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일수록 평가손실이 크며, 자산매각 또는 충당금 적립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손실흡수능력이 있는 기관은 이미 '23년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을 인식했지만, '24년에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부동산 침체에…보험사 손익도 '흔들'(머니투데이, 2024.8.8)
증권사 실적 가른 해외 부동산…한투·미래 상위권 희비 교차(이코노미스트, 2023.11.26)
해외부동산 쇼크 남일 아니다…5대 금융그룹 익스포저만 20조원(연합뉴스, 2024.2.18)
부실 정리작업이 진행중인지라 한국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신규투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부진하다. '24.1~9월 해외부동산펀드 신규설정액은 1.6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0조원)보다는 늘었지만, '22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44%에 불과하다. 게다가, 작년말 대비 부동산펀드 순자산이 1조원 늘어난 삼성 SRA를 제외하면, 다른 운용사의 신규 영업은 오히려 위축되었을 수도 있다.
신규 투자도 자기자본 투자(Equity)보다는 부실 가능성이 낮은 대출(Debt) 위주이다. 큰 손인 연기금/공제회 등이 자산가격 하락 위험이 있는 Equity 투자를 줄이고, 고금리로 수익률이 안정적인 대출 펀드 위주로 신규 투자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올해 해외 부동산에 대출을 취급하는 신규 펀드를 설정한 바 있다.
미국 및 유럽 주요국이 '24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기조로 전환하면서, 해외에서는 투자기관들이 상업용부동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아직 팬데믹 이후 공급 증가로 아직 임대시장은 불안하지만, 우량자산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입하여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규 투자는 부실자산 이슈가 없거나, 투자규모가 커서 부실 자산처리와 신규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기관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는 일부 연기금/공제회를 제외하면 투자규모가 작아 Equity 투자를 바로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美, 금리 0.5%p 내려 4.75~5.0%로…올해 0.5%p 추가 인하 예고(한국경제, 2024.9.19)
Big banks add October cut to ECB forecasts(Reuters, 2024.10.2)
When will interest rates go down?(The Times, 2024.10.9)
기관투자자가 유럽 출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2023년 vs. 2024년)(SPI, 2024.6.5)
시장상황 외에도 투자 재개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있다, '23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투자 부실은 금리상승이나 재택근무 확산 등 현지 시장의 변화 외에, '현지 Deal 검증 및운용과정의 플랜B 부재'라는 한국 부동산투자 특유의 시스템 결함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투자 관행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어, 해외 자산/투자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투자 Process를 정비하기까지 국내 기관의 신규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 최근 정부와 금융사에서 해외 대체투자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을 정비하고 있고, 투자기관들은 기존 익숙했던 투자자산/스타일의 수익성/안정성을 재점검하고 해외 운용사/서비스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Process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Debt, Core 부동산 등 안전한 자산 위주로만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할 별도 조직 만든다(연합인포맥스, 2024.9.12)
해외 부동산 투자를 다시 생각한다(SPI, 2023.7.5)
앞으로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하여(SPI, 20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