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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규제가 PF시장에 미치는 영향

by 우분투

지난 6/27일 정부는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였다. 올해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목표를 강화하고, 민간 금융권과 정책대출의 상품별 한도를 낮추는 등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가 포함되었다. 특히, 수도권은 LTV와 DSR 기준으로 관리하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정하면서,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대출한도가 크게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한도의 축소는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줄도 주택담보대출에 포함되어,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정비사업장은 이주비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이 이주비 확보에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서초구는 국민평형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이 9억원을 넘는다. 6억원 한도의 이주비 대출로는 전세주택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정비사업 주택에 세입자가 있는 경우는 세입자 보증금을 지급하고 남은 돈으로 전세주택을 마련해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재개발·재건축 이주비·잔금대출 최대 6억…메가톤급 규제에 ‘패닉(하우징헤럴드, 2025.7.16)

서울 국평 아파트 사려면 '14억 5981만원' 1년새 25.5% 상승...매매가는 서초구, 전세가는 강남구 가장 높아(뉴스스페이스, 2025.4.29)


이로 인해, 조합에서 조합원에게 대여하는 추가 이주비가 이주비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추가 이주비는 건설사가 조합에 직접 대여하거나 건설사 보증으로 조합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다. 조합원 개인의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조합의 사업비 대출로 분류되므로, 추가이주비 지급액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6억원 한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최근 시공사 입찰이 진행중인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 사업에서는 추가이주비를 포함한 건설사의 자금지원이 주요 수주조건으로 부상했다.


정비사업 규제에 이주대란? 전문가 "추가 이주비로 해결 가능"(한국주택경제, 2025.7.17)

‘추가 이주비’ 6억 제한 미포함에도…정비사업 잡음 ‘계속’(마켓인, 2025.7.2)

1122가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 현금 조달 능력이 승부처(조선일보, 2025.7.21)


추가이주비의 형태는 조합의 사업비 대출이기만, 실질은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다. 건설사가 대여/보증하는 조합의 사업비 대출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우회지원'일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과거 주택가액 15억원 이상 및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가 시행되었을 때도, 조합의 사업비 대출을 활용한 우회/편법지원 논란이 발생한 적이 있다.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세입자 보증금 반환, 조합원의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합/건설사와 규제의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부당지원을 막으려는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였다. 결국, 2023년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을 개정해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에 추가이주비를 대여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논란이 완화되었다.


‘우회로’ 통해 이주비 100% 제공하는 건설사들… 합법과 편법 사이 ‘논란(조선비즈, 2022.4.7)

재건축도 추가이주비 제안 허용… 결국 입장 바꾼 국토부(하우징헤럴드, 2022.10.18)


이번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됨에 따라, 건설사의 대여/보증을 통한 조합의 사업비 대출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정비사업 통계를 보면, 재건축 단지 중 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단지의 토지 등 소유자(조합원 수)는 각각 4.9만명/2.3만명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이 구체화된 단지 중 이번 한도 축소 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곳들이다. 강남3구, 용산구, 성동구, 강동구, 양천구 등 주택가격이 높아 추가이주비 수요가 높은 7개구(마포구는 대상지역이 없음)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토지 등 소유자는 조합설립인가 단계가 3.8만명, 사업시행인가 단계가 1.3만명이다. 최대한으로 잡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서울시 재건축 사업장에서 5.1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향후 추가이주비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위의 7개구 재건축 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 1명당 1억원의 추가 이주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자금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2025년 3월 기준, 삼성뭃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가 보증을 선 정비사업의 PF 대출잔액이 각각 1.6조원/5.4조원/1.6조원/0.9조원이므로, 추가이주비 요청 규모가 4개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보증한 PF 대출잔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물론, 건설사의 신용보강 부담, 조합이나 조합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실제 추가 이주비 대출/실행 규모는 이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이주비가 건설사의 PF보증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은 상존한다.


정비사업에서 건설사의 신용보강 부담이 늘어나면, 일반 PF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PF 신용공여 규모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위주로 재원을 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다.


PF총액 한도관리 도입하는 현대건설(딜북뉴스, 2024.10.23)

상반기 건설업계 먹여 살린 정비사업…10대 건설사 26조 달해(한국금융, 2025.7.7)


결국,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나비 효과가 PF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부동산 PF 시장에서 중견 이하 건설사의 입지가 약화되고, 대형 건설사 위주로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국내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가계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대형 건설사들이 손실 우려가 낮은 정비사업 위주로 신용을 공여하고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부실 리스크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주비 한도 규제로 원래 가계대출에서 소화하던 여신이 추가 이주비라른 형태로 PF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PF 시장의 가용재원을 축소시키지 않도록, 향후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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