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최근 부각되는 이슈 중 하나는 공급과잉 가능성이다. 최근 몇 년간 IT용량이 20MW를 넘어가는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아직 초기 발달 단계인 데이터센터 시장의 임차수요가 이를 따라갈 수 있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전 저온센터를 중심으로 물류시장에서 짧은 기간에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졌고 아직도 그로 인한 공실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데이터센터의 공급과잉 우려는 투자나 여신을 취급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이슈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AWS, MS Azure 등 글로벌 CSP(Cloud Service Provider)에 최종 임차계약(End-use)의 1/3에서 절반 가량을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CSP의 임차전략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이들 외에 다른 임차인 풀(pool)이 풍부하면 우려가 덜 하겠지만, 글로벌 CSP 외에 20MW를 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채워줄 임차인은 찾기 만만치 않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업체가 있지만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고, KT/SK/LG 통신3사는 데이터센터를 책임임차(master-lease)하고 있으나 통신서비스 등을 부가해 데이터센터를 전대하는 경우가 많아 최종임차인(end-user)이라 보기 어렵다.
CSP 간 경쟁 심화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전자신문, 2025.5.31)
세빌스 "데이터센터 3년 내 40개 신설, 대체 투자처로 주목(파이낸셜뉴스, 2025.7.3)
최근 개발되는 데이터센터들 상당수는 최종 임차인으로 글로벌 CSP를 겨낭하고 있다. 이는 예전 물류센터 시장에서 나타났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불과 몇 년전, 물류 시장에서는 이커머스, 특히 쿠팡에 임차수요의 1/3 가량을 의존하는 상태에서 공급이 크게 늘면서 공실이 급증하였다. 특히 임차수요를 이커머스에 크게 의존했던 저온창고 시장에서 공실이 더욱 가파르게 늘었고 저온창고는 아직도 임차가능 면적의 40% 가량이 공실이다. 임차수요가 특정업체로 쏠려 있고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데이터센터과 물류시장의 공통점이다.
이커머스 성장 따른 물류센터 확장 지속(콜드체인뉴스, 2024.1.16)
물론, 차이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물류센터에 비해 기반산업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정부에서도 산업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와 직결되는 클라우드서비스업은 매년 20% 이상 성장 중이다. 한편, 데이터센터 시장의 2차 붐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를 받는 인공지능(AI) 산업은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빅테크들이 이끄는 디지털 경제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데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주요 인프라이므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단기간내 갑작스레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년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 발표(이노그리드 블로그)
국가 AI 대전환을 위한 15대 선도 프로젝트(기획재정부, 2025.8.22)
하지만,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더라도 공급이 급증하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요 추정과 함께 정확한 공급량을 집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쉽게도 데이터센터 시장은 국내 상업용부동산 중 공급 통계가 가장 미흡한 영역이다. 공공부문에서 데이터센터(방송통신시설)만을 대상으로 인허가나 착공을 집계한 자료가 없고, 협회 등의 자료를 활용하기도 어렵다. 리서치 회사 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 프로젝트들을 조사하고 진행상황을 확인하여 공급량을 전망하고 있지만, 회사별로 조사 대상에 차이가 있어 공급량 전망치가 서로 크게 다르다.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Savills, 2025년 상반기)
서울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Cushmand & Wakefield, 2025년 상반기)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2030년까지 83% 성장 전망(글로벌이코노믹, 2025.9.28)
결국,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공급과잉 우려의 기반에는 정확한 공급 통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ew Economy' 의 주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고 기관투자자 및 금융사의 투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시장이 더욱 성장하려면, 우선 신뢰할만한 시장통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이라도 시작하려면 공통 숫자라도 테이블 위에 깔고 있어야 하거니와, 불안한 데이터 위에서 내린 의사결정은 상황을 오판하게 해 투자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