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은 향후 국내 기업금융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다. 지난 9월 이후 정부에서 적극 추진중이기도 하지만, 개괄적인 목표에 그치지 않고 '국민성장펀드'라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제시되었고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 펀드 운영 실무조직 구성(산업은행), 투자 프로젝트 발굴 등 구체적인 실행 수단들도 착착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전략기금이 조성되고 가동되기 시작하는 올해 말부터는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자급투입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시작합니다(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5.9.19)
정부 계획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도 생산적 금융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포괄해 향후 5년간 각각 80조원,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BNK금융도 내년도 2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대형 금융그룹에 준하는 수준으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부터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전담조직을 설립해 금융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고, KB/NH금융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응조직을 신설하는 등 생산적 금융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 은행권 최초 '생산적 금융' 청사진 내놓았다(더벨, 2025.9.30)
하나금융, 100조 투입 청사진 살펴보니(더벨, 2025.10.22)
BNK금융, '기업금융 초점' 지역경제 활성화 나선다(더벨, 2025.10.23)
신한은행,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맞춤형 전담조직 출범, 전문 인력 채용 돌입(서울일보, 2025.9.24)
금융지주 '생산적 금융' 전면전…전담조직 신설·수십조 투자로 판 바꾼다(오피니언뉴스, 2025.10.10)
금융그룹들이 발표한 생산적 금융은 '국민성장펀드 참여'와 '그룹별 자체 투자'의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 및 이와 관련된 생태계의 메가 프로젝트, 중소/중견기업, 지역성장 프로젝트 등을 대상으로 정부/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민간 금융사와 공통 투자하는 형태이다. 민간 금융사는 기금 투자사업에 산업은행과 함께 대출을 취급하거나, 정책펀드에 기금/산업은행과 함께 출자하게 된다. 정부 발표자료를 보면,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주도하므로, 민간 금융사는 투자대상 등을 자율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생산적 금융의 대상이 되는 투자 건은 위험가중치를 낮춰 참여 금융사의 자본비율 부담을 낮춰줄 계획인데, 국민성장펀드 투자사업은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민간 금융사에게 국민성장펀드는 자율성은 낮지만 투자할 때 자본부담이 적은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시장/운영 리스크 합리화 방안 나온다(더벨, 2025.10.1)
금융그룹별 추진계획을 보면, 생산적 금융 중 국민성장펀드 참여분은 그룹별로 약 10조원 가량이다. 그 외는 그룹 펀드 및 증권 모험자본 투자 등을 활용한 자체 투자(10조원), 첨단전략산업 여신(50조원) 등으로, 국민성장펀드보다 자체 투자/여신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자체 투자/여신은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이 높아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영역인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지역선도기업 대출', '산업단지성장드림대출'이라는 특화상품을 포함하였고, BNK금융은 부울경 지역에 특화된 투자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銀, 생산적 금융 본격가동...‘우리 지역선도기업 대출’출시(은행연합회)
"BNK부울경지역형 생산적금융"을 통한 지역금융 대전환 추진(BNK금융그룹, 2025.10.14)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이동이 보다 활발해지려면, 이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정부의 규제/인센티브 체계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사 입장에서, 생산적 금융은 사실 가계대출과 부동산이라는 검증된 수익원에서 기업대출이라는 고위험 영역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대상과 수단이 명확해야 단기적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긴 호흡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정책적으로 시행했지만, 민간 금융사의 의사결정을 유도할만큼 제도를 견고히 갖추지 못하면서, 벤처금융 및 기업대출 확대 등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자본흐름을 바꾸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금융분야 주요 성과] ②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흐름을 유도해 나갔습니다(정책브리핑, 2021.5.26)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산업전략기금의 투자 가이드라인 등으로 투자대상이 정의되고, 금융당국에서 위험가중치 조정 등을 통해 투자 유인체계도 갖춰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성장펀드 이외 영역에서는 생산적 금융의 대상이 아직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일례로, 지역경제와 기업생산의 기반 인프라 시설인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관련 투자/대출이 생산적 금융에 포함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자체와 민간이 공동으로 비수도권의 지역현안사업에 투자하는 '지방활성화투자펀드'도 비슷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 공동투자의 대표적 사례이지만, 그 동안 진행된 사업을 보면 관광시설, 주거시설 등 일반 부동산 금융에 가까운 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첨단산업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민관이 공동투자하는 사업을 생산적 금융에 포함할 것인지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작년 5개 대형 프로젝트에 2.5兆 지원… 올해 3兆 추가 투자(조선일보, 2025.2.5)
생산적 금융 포함대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규제/인센티브 체계에 어떻게 녹일지도 중요하다. 위험가중치 등 자본 부담을 낮추는 것이 가장 명확한 수단이지만, 이를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사업은 다른 수단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 발표문 등을 보면, 지역투자 분야의 생산적 금융은 '지역 재투자 평가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 등을 대상으로 시도별 자금공급 실적을 집계하고 이를 시금고 선정, 예대율 규제 등이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는 비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수도권에서 민간의 자체 투자를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는 수단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지방우대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지방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겠습니다. - 생산적금융 대전환 제2차 회의 개최(금융위원회, 2025.10.22)
2025년도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결과 발표(금융위원회, 2025.8.27)
생산적 금융의 제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을 위한 실무 T/F를 구성해 전환방안을 계속 마련해 나가는 한편, 연구기관과 함께 세제, 건전성 규제 등 자금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제도적 유인구조를 분석/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 모습이 드러나는 연말까지, 국민성장펀드 외곽까지 포함한 생산적 금융의 영역과 실행수단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려는 금융사의 전략적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