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을 적극 추진하면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AI 데이터센터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한국 정부(5만장)는 물론 SK(5만장), 삼성(5만장), 현대차(5만장), 네이버(6만장)가 최신 GPU 26만장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엔비디아 GPU 26만장 공급의 의미(연합인포맥스, 2025.11.3)
정부는 GPU 1.5만장 이상을 확보할 '국가 AI컴퓨팅센터' 민간 사업자로 최근 삼성 SDS를 선정하였다. 정부와 삼성SDS는 사업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출자하고 '28년까지 AI 컴퓨팅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해당 센터의 사업비는 2조원 이상으로 정부 및 민간 사업자의 출자 외에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을 활용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개소 이후 중소기업/스타트업, 대학/연구소 등의 AI 연구개발 및 서비스 지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SDS는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를 사업지로 제안하였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SPC 설립) 공모지침서(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9.10)
'국가 AI 컴퓨팅센터' 삼성SDS가 전남 솔라시도에 짓는다(한국일보, 2025.10.21)
국내 대기업들도 비수도권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GPU 6만장을 확보한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건설하기로 하였다. 삼성그룹은 삼성SDS를 중심으로 경북 구미에 삼성그룹 관계사용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경북 포항에는 Open AI, SK텔레콤과 공동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하였다. 현대차 또한 로봇/모빌리티 사업의 확대를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며, 네이버는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센터를 증축해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 팔 시간 없다” 울산 AI데이터센터 속도전(중앙일보, 2025.11.3)
ㄴSK그룹 울산 AI 데이터센터, FI 유치 난항에 재무 부담 가중(인베스트조선, 2025.10.28)
'재계 1위' 삼성, 계열사 전방위 동원 '450조 국내 투자'(더벨, 2025.11.16)
ㄴ오픈AI, 삼성SDS와 포항에 데이터센터 짓는다(한국경제, 2025.10.1)
현대차, AIㆍ로봇에 50조…PB급 데이터센터 짓는다(대한경제, 2025.11.18)
네이버, 각 세종 데이터센터 2·3단계 공사 연내 착공…AI 인프라 확장 가속(전자신문, 2025.10.28)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 훨씬 대규모이다. SK의 울산 데이터센터와 삼성의 구미 데이터센터는 모두 IT용량이 100MW를 넘는다. 수도권에서 개발중인 대형 데이터센터가 약 20~40MW 규모이므로, 용량 기준으로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3~5개에 해당한다. 국가 및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용량을 합산하면, 수도권 상업용 데이터센터 용량에 육박하는 규모에 이를 수 있다.
비수도권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 가시화될수록, 이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데이터센터 수요가 둔화될 지가 이슈가 될 수 있다. 수도권 위주로 리전(region)을 구축한 AWS/Google과 달리 MS는 서울/부산에 리전을 구축하고 있거니와, 울산 데이터센터 개발에 AWS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데이터센터 수요를 이끌어 왔던 글로벌 CSP(Cloud Service Provider)의 임차수요가 비수도권으로 분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AI데이터센터가 일반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일례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를 추정한 McKinsey의 보고서를 보면, 데이터센터 내에서 AI 관련 용량이 더 빠르게 늘어나지만, AI를 제외한 용량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동반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와 일반 데이터센터 시장이 서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처리를 처리하기 위해 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장치, 대규모 전력, 고효율 냉각 장치 등이 필요해 일반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자금투자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아마존, 알파벳, MS, 메타, 테슬라 등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데이터센터가 타겟팅하는 고객도 대부분 빅테크들이다.
AI Power: Expanding data center capacity to meet growing demand(McKensey, 2024.10.29)
AI power: Expanding data center capacity to meet growing demand
길게 보면, AI와 일반 데이터센터의 동반 성장이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은 AI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일부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이지만, AI가 일반 기업의 사업모델에 융합되면 AI를 활용한 데이터처리가 보편화되면서 AI 데이터센터와 일반 데이터센터의 경계도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처리 효율이 증가하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가 기업활동의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AI/클라우드와 같은 데이터센터 기저산업이 어떻게 상호 결합/대체되느냐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일반 데이터센터의 수요와 시장 내 점유율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이제 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는 단계이므로, AI 데이터센터와 일반 데이터센터의 수요 경쟁은 아직은 먼 이야기로 보인다. GPU 확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AI는 당분간 대기업의 자체 데이터처리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일반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겨냥하는 수도권의 상업용 데이터센터 시장과는 당장 고객층이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AI 활용이 일반 기업의 비즈니스에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지, 비수도권 위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글로벌 CSP 등 주요 수요자의 입지 전략이 변화할지 등에 따라 시장 수요가 변화할 수 있으므로, 향후 시장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