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대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언젠가 읽은 여행기에서 나는 답을 발견했다. 저자는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그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황하는 그녀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출처 :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146~147쪽>
토요일 아침.
가볍게 아침을 먹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운영하는 목욕탕이라 토요일 아침은 늘 복잡하고 분주하다.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자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앉은 아주머니가 왼쪽 아주머니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어깨까지 주물러주며 정성껏 꼼꼼하게 밀어주는 모습에, 나는 감탄했다.
그 모습에 반한 나는 그분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정성을 다해서 밀어주시네요."
등을 밀어주는 아주머니는 얼굴에 힘든 기색 하나도 없이 아주 즐겁게 밀어주고 있었지만, 등을 맡긴 아주머니는 미안한 듯 이제 됐다며 그만하라고 계속 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등을 맡겼던 아주머니가 등을 밀어주었던 아주머니의 등을 밀어주었다.
등을 맡긴 아주머니는 등을 밀어줄 때 내가 봤던 즐거운 얼굴이 아닌 고맙고 미안함이 묻어나는 얼굴표정을 한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됐다며 그만하라고 했다.
등을 밀어주는 아주머니는 "아니여, 더 해야 해."라고 말하며 정성을 다해 밀어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등을 맡길 때는 미안한 마음이 크기에 등이 작아 보이게 웅크리고 있고, 등을 밀어줄 때는 상대의 등을 구석구석 시원하게 있는 힘껏 밀어주며 오히려 아주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긴 타월로 등을 밀고 있는 나를 보며, 왼쪽에 있던 아주머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등 밀어줄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이걸로 하면 돼요."
"그렇게 하면 시원하나, 때수건 이리 줘봐 내가 밀어줄게."
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먼저 아주머니의 등을 밀어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등을 밀어주기로 한 것도 아니었기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결국 등을 맡겼다.
등을 맡긴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제 됐어요. 괜찮아요."
"아니야, 이것 봐 때가 나오잖아. 가만있어. 좀 더 해야 해."
등을 쓱쓱 시원하게 밀어주시고, 어깨까지 주물러 주셨다.
역시 등을 맡긴 나는 미안했고, 등을 밀어주시는 아주머니는 아주 시원하게 밀어주셨다.
"죄송해요. 제가 먼저 등 밀어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아, 같이 아파트 사는 사람들끼리. 아무나 하면 되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시원해요."
"그럼 됐어. 그 마음이면 충분해."
간장 종지만 한 내 마음에 변화가 왔다.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나였는데, 혼자 때를 밀고 있는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다가갔다.
"어르신, 제가 등 밀어드릴게요."
"아이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에요. 제가 해드릴게요."
등을 밀어드리며 나는 문득 떠올랐다.
작가 김영하 님의 <여행의 이유>에서 읽었던 환대의 순환이.
목욕탕에서의 등 밀기 속에서 나는 환대의 순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