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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자씨 Dec 07. 2023

결혼 생활,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결혼생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린 연애 기간이 길었다

6년을 만났고, 결혼했는데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랑스런 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둘만의 신혼이 없고 바로 육아전쟁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실 둘만의 신혼 기간이 없어서 신혼생활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함께 육아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신혼의 어떤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연애 기간이 길었고 우린 여행도 자주 다녔고 서로 얘기까지 잘 통했다. 서로 심도 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싸우기도 했지만 다른 연인들에 비하면 특별히 싸웠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그냥 투닥거리는 정도랄까.  세상에 완벽하지.

그래서 그런가 결혼을 해도 별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6년을 만나도 3n년을 살았던 각자가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연애와는 다르게 그냥 다른 별 이야기였다.

​​

거기에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온전한 사람으로서 잘 클 수있도록 키워야 하는 것은 충분히 서로의 가치관을 내세우고 서로 지지 않으려 언제든 으르렁거릴 만한 일이었다.


왜냐면 너도 나도 소중한 내 새끼니까!




결혼 3주년 기념일때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



싸우기도 엄청 싸웠다.

주변에 우리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싸웠다 그러면

투닥거림 정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수준이 아니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다

싸웠을 때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가고 이 매듭을 어떻게 다시 엉키지 않게 하는지.

알고 있지만 내 입과 감정의 고리는 나의 뇌의 이성적인 판단을 묵살했다

아니, 우리만 이렇게 싸우나 싶어

여러 사람들에게 기웃거리며 물어봤다

결혼해서 아이 키우며 살아온 3년 내내 사람을 만나지도 못해서 내가 이상해졌나 했다

물론 다들 어찌 가정사를 속 시원하게 재잘거리겠는가만은

(그러면 내 얼굴에 침 뱉기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여기저기서 흘려 듣는 얘기들을 들어보니

대다수 부부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엉키고 설키면서

아 내가 이상한가 쟤가 이상한가 했다가

어느 날 문득 그래 이 세상에 내 남편만 한 사람이 없고

내 영원한 단짝이구나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는 나날들

그런날들이 이어지고 이어지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래, 결혼 생활이라는 게 이렇게 살아가는 맛이지 싶다.

저녁에 육퇴를 하고 꼭 술 한 잔씩 하는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소파에 앉아 뭘 보며 먹을까 고르고 있는 그 순간들.



헝클어진 머리나 떼지 않은 눈곱,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연애 때 멋지게만 보이고 싶었던 그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때

난 왠지 이런 것들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이런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달까.

미워도 다시 한번

서로의 감정은 언제든 다시 리셋된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워도

다시 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부부지.







결혼생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중요한 점은 상대를 내 것에 맞추길 원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가치관에 상대가 꼭 맞게 부합하길 바란다는 것은 결혼의 목적이 아니다.

그게 사소한 것일지라도 안된다.

 

우린 서로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나의 머릿속은 다 알고 있다.

다만 그게 필요한 순간에 실행이 안 되니까 문제다.



어떤 짤을 봤는데 그런 글이 있었다

정리를 하도 못하는 아내를 보는 남편이 이혼까지 생각한다고 고민을 올렸더니 댓글에 어떤 사람이 남기길,

본인의 아내도 정리를 너무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자꾸 아내한테 고치라고 말하지 않고 아내가 어질러놓은 것을 말없이 치우거나 정리를 해줬다고 했다 남편이 정리도 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는 걸 꾸준히 본 아내가 어느 날부터는 정리를 하려고 노력한단다.

정리는 본인이 더 잘하니 그냥 내가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내 기준에 맞춰 상대에게 요구를 하기 보다 그렇구나 하고

일단 인정을 먼저 하는 거다

보통 인정보단 거부를, 그다음은 바꾸길 원하니까.

그리고 어느 방향이 더 우리에게 좋은지 생각해 본다.

두 사람 중 잘하는 사람이 방향을 이끌어 가면 된다.

둘 다 못하면 같이 하면 될 것이고 둘 다 잘하면 번갈아가면서 하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이렇게 가볍게 해결되진 않는다.

내가 요청한 것들이 공중분해될 때도 있고 서로의 감정을 건드려 대화조차도 안 통할 때가 있다

그래도 그 많은 날들 중에

잘~해보자는 날들이 반이라도 있음 얼마나 좋겠는가








사실 오늘 글은 자아성찰로써

나에게 하는 말이다

어제 남편은 술을 잔뜩 마시고 아주아주 늦게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어제는 그냥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자러갔지만 오징어가 돼서 들어온 남편 덕분에 잠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겠고 아침에도 출근을 늦게 한다며 꼼작도 안 하고 퍼질러 있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는데

아침부터 화를 벅벅 내면서 돌아다녔더니

남편이 갑자기 성질을 냈다

아니 이게 무슨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왜 화를 내나

일단 아이 등원을 시켜놓고도 화가 안 풀렸는데

(심지어 냉정하게 생각도 해봤지만 이유고 뭐고 화만 났음)

안되겠다 싶어서 할 일도 있고 카페에 와서 좀 진정하고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 기세등등한 남편은 어디 갔는지 사라졌다. 추궁했더니 술이 덜 깼단다


한바탕 잔소리 퍼붓고 끊었는데

카페에 오기 전 집에 들어가 남편에게 계속 계속 성질을 냈다면 이유가 뭐가 됐든 듣는 남편도 참다 참다 화를 냈을 테고 그러곤 우린 또 싸움 지옥이 시작됐을 거다.

한 템포 쉬는 게 중요할때가 있다

오늘 아침이 마주침을 살짝 비껴갔더니 다행히 먹구름이 잘 지나갔다


그러면서 생각난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자 싶어

오랜만에 이런 글도 쓰게 된거다

함께 부비면서 살아가는 게 제일 어렵다가도

또 이만한 감사함이 어딨나 싶다.








그러니까,

남편아

평생 같이 살 건데

앞으로도  잘 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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