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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Jan 23. 2023

뉴질랜드 남섬 자유여행 (6회중 2회)

경비행기 타고 밀포드 사운드 피요르드 해안까지 날아간 날

호수에서 아침 식사

아침에 일어나 퀸스타운의 대표 햄버거집 퍼그버거 Ferg Burger가 옆에 있는 ‘퍼 베이커리’에 가서 플레인크롸상, 초코크롸상, 베이컨 앤 에그 바게트와 저먼 호울그레인 식빵을 샀다. 퍼그버거는 퀸스타운 검색하면 항상 제일 먼저 올라오는 맛집이었는데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퍼그 버거, 퍼그 베이커리 그리고 퍼그 카페로 세 가게가 나란히 메인 거리에 위치해 있다. 퀸타운의 중심가는 정말 코딱지 만해서 이 동네에서 사람들과 싸우고 지내면 안 될 것 같다. 예산의 인구와 비슷한 도시이지만 예산은 아산 천안 대전 대도시에 둘러싸여 있다면 퀸즈타운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니 이 작은 바닥에서 얼굴보기 싫은 사람을 매일 만나면 참 곤란할 것 같다. 아침 9시가 되기 전인데도 베이커리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이 빵들을 가지고 와카티푸 호수로 갔다. 세린이가 퍼카페에서 사온 커피와 핫초코와 함께 아침 식사를 시작하니 갑자기 오리들이 몰려왔다. 오리가 오자 기러기도 나타났다. 오리 두녀석은 우리 옆에 찰싹 붙어 고개를 내밀면서 뭔가 달라고 한다. 너무 친한 척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넘어 사람을 귀찮게 하는 동물들이었다. 이 오리들이 살고 있는 호수의 물이 너무나 맑아서 호수는 바닥이다 드러나 인다. 드넓고 흰 구름이 마냥 떠 있는 신선한 공기의 아침 호수를 바라보면서 너무나 맛이 훌륭한 프랑스풍 빵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이 맑은 하늘과 맑은 물과 맑은 공기를 싸가지고 갈 수 만 있다면...


빵을 다 먹고 남은 독일 잡곡빵 한 덩어리를 들고 호텔 1층의 키친에서 빵을 칼로 잘라서 토스터기에 구워 먹었는데 건강한 맛이었다. 몸에 좋은 빵과 키친에 마련된 인스턴트커피에 우유를 넣어 카페라떼를 만들어 ‘2차 아침식사’를 마쳤다. 주시 스누즈 호텔 객실에 냉장고는 없지만 1층 키친에 공용 냉장고가 매우 크고 의자에 앉아서 간이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편리하다. 큰 호텔방도 음식을 먹으려면 칼이나 식기가 없어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모든 식기와 주방기기가 갖추어진 곳에서 음식을 해 먹고 설거지를 잘 해서 제자리에 식기를 넣어놓았다. 기숙사 키친 같은 곳이다. 젊은이들이 많은 이 곳은 하루에 300불이 넘는 고급호텔은 아니지만 침구가 매우 깨끗하고 침대가 편안했고 조용해서 좋았다.      

케이블카와 케밥

아침 식사 후 곤돌라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갔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곤돌라에서 사람이 내리는 만큼 표를 팔아서 길게 늘어서 있었다. 4명씩 탑승할  수 있는 작은 케이블카였다. 세린이가 성인이라고 하니 매표소에 할아버지가 13살인줄 알았다고 농담을 한다. 너가 15세 이상이라고? 하며 15세 이하 청소년 요금으로 표를 끊어주시는 친절을 베푸셨다. 세린이가 동안이라지만 백인들은 우리 동양인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탓이지 않을까 싶다.    

 

케이블카는 거의 수직으로 금방 정상에 올랐다. 퀸스타운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아침밥을 먹었던 호수는 움푹 들어가 만을 형성하고 있고 반대로, 불룩 튀어나온 곳은 퀸스타운 가든이었다. 학철씨가 아침에 뛰고 온 곳이다. 나도 내일 저 가든을 뛰고 싶어졌다. 주황색 헹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고 썰매 비슷한 것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전망대에서 새가 된 듯 여왕님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인 퀸즈타운을 하느님처럼 내려다 보았다. 반짝이는 햇살과 흰구름과 푸른 하늘. 이 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 아름답다 아름답다 계속 탄성을 지르면서 데크를 돌아돌아 둘러 보았다. 케이블카 정상에는 예쁜 레스토랑이 있었다. 거기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우리도 행복한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입시와 취업에 어린 시절부터 달려가는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한적하고 느릿느릿한 도시다 보니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어디를 가나 줄을 길게 늘어서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서너배는 느리게 일하는 것 같다. 그 절정은 퍼버거라는 가게에서 저녁 때 피날레를 보여주었다.

     

곤돌라에서 내려와 우리는 어제 봐 두었던 케밥집에서 버리토 burrito처럼 보이는 음식인데 이 곳 사람들은 랩 wrap이라 불리는 음식을 사서 먹었다. 또띠야에 각종 고기와 야채와 치즈를 넣어 돌돌 말아 살짝 구운 요리였다. 두개를 시켜서 셋이서 나눠먹어도 충분했다. 이곳은 정말 살인적인 물가이다. 어제 생수값이 4불이 넘어서 놀랐는데 이 케밥도 16불이다. 만원이 훌쩍 넘는다. 테이크 아웃하는 음식들도 15불 이상이고 음료수는 기본이 5불. 이런 간이음식점에서 케밥과 음료수로 혼자 먹어도 20불. 만6천원. 팁까지 내는 식당이라면 1인당 30불은 가져야한다. 관광지라 그런지 레스토랑은 1인당 40~50불은 있어야 하고 저녁메뉴는 50불 이상 봐야 할것이다. 뉴질랜드 달러가 800원이라고 계산해보니 현지인은 복지 혜택이 없다면 살기가 힘들듯 하다.     


경비행기 아래 밀포드 사운드는 현실이 아닌 듯하다

밀포드 사운드는' 밀포드 피요르드'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사운드는 협곡이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이 지역을 피요르드 국립공원으로 부른다. 이른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30분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운전사 아저씨를 만났다. 왜 오전 스케줄을 오후로 변경했는지 여행사와 학철씨 사이에 여러 이메일이 오가고 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경비행기는 날씨, 특히 구름에 많이 민감하다고 한다. 밀포드 사운드에 가는 경비행기에 대해 네이버 검색해보면 다 일정이 취소되서 고생했다는 블로거들이 많다. 아마도 날씨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 같다. 우리가족의 3대가 덕을 쌓았는데 조상님의 은덕인지 완벽한 날씨였다.      

우리 말고 다른 가족을 포함한 12명을 태우고 도착한 곳은 우리가 어제 비행기 타고 내렸던 공항. 경비행기가 모여있는 곳에서 내렸다. 표를 내고 대기장으로 가니 밀포드에어 사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지도를 보고 우리가 여행할 것을 설명해 주셨다. 나이가 지긋한 백발의 신사였다.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밀포드 사운드까지 가려면 남쪽으로 돌아 네 다섯 시간을 가야하지만, 우리는 가장 높은 산맥 위를 날아서 35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험준한 산맥과 강 호수를 볼 수 있는 북쪽 방향이었다. 퀸스타운에서 서쪽으로 바다가 나올 때까지 날아가면 구불구불한 피요르드 해안이 나오고 그 안에서 유람선을 타는 것이 밀포드 사운드 일정이었다.

  

예쁘게 생긴 작은 비행기에 올라탔다. 작은 비행기에. 와 이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분명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자 너무 잘생긴 토마스 기장님이 앞에 앉고 드디어 하늘에 올랐다. 가슴이 뛰고 무섭기도 했다. 하늘에 오르니 처음 퀸스타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만난 나무는 없고 주름이 많은 산이 천 만개로 늘어나 줄지은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그 어떤 케이블카도 그 어떤 등산도 줄 수 없는 하늘에서의 대자연과의 만남. 그래서 사람들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스카이 다이빙을 하나보다. 비행기 엔진소리는 무지 크고 귀는 먹먹했다. 아래 내려다 보이는 굽이굽이 강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호수와 눈을 의심할 만큼 초현실적인 산 정상의 흰눈을 가까이서 보았다. 와 이런 장관은 어떤 감탄사와 어떤 형용사와 어울릴 것이다. 그야말로 말문이 막히고 말없이 내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것은 비현실적인 꿈같은 아름다움이었다. 사람의 눈높이가 변하면 사물이 이렇게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산꼭대기에만 올라가도 마음가짐이 변하는데 하늘에 오르니 모든 것을 다 품을 만큼 마음이 넓어졌다. 어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바라보던 거대한 호수 와카티푸 호수가 손바닥만 하게 보인다. 산봉우리에 흰 눈이 옆집 친구처럼 가까이서 손을 흔든다. 깎아지르는 듯한 산들 사이로 강이 흐르고 구름과 눈부신 하늘이 교차하며 내 눈을 황홀하게 했다.   

   

케이블카를 탄 것보다 훨씬 높고, 스카이다이빙보다 안전하게 하늘에 올라 사람의 흔적이 없는 대자연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얻은 행운 중에 가장 큰 행운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의 사랑이나 신의 아가페적인 사랑이 무한하다고 할 때 그것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가하지 못하고 그냥 추상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크다 넓다 깊다는 말을 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무한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미셸 투르니에는 <생각의 거울>에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다르다고 했는데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아름다움은 유한하며 조화롭다면, 숭고함은 무한하며 역동적이다. 아름다움은 신적인 무상성을 환기시키고 숭고함은 도덕적 종교적 개념으로 귀결한다’라는 그의 구별에 동의한다. 이 무한함으로 다가오는 자연은 아름답다기보다 숭고해 보였다. 두려움과 전율을 주었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퀸스타운의 정원에서 본 장미꽃과 큰 나무들이 아름다움이라면 비행기에 아래로 보이는 저 높은 산과 바다는 숭고함이었다. 그것은 욕심으로 비대해진 나의 마음을 비우라는 도덕적 명령과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나를 이끌었다.      


밀포드 사운드의 크루즈,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온 아름다움

35분의 아름다운 비행을 마치고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피요르드 해안이 만든 호수와 식물들을 만났다. 또 오솔길을 걸으면서 고사리를 비롯한 많은 식물과 나무를 보았다. 제주도의 비자림 숲 같은 느낌인데  fern 퍼언 이라 불리는 고사리는 이국적인 느낌을 한껏 내뿜고 따뜻하고 촉촉한 공기가 싱그러웠다.    

 

토마스 기장 아저씨의 배웅을 받고 우리는 큰 유람선에 올라 자연의 100분간 피요르드 해안의 장관을 볼 수 었다. 아 여기도 형용사 부사를 죄다 끌어다 붙여봐도 모자란다. 미국 사람들은 amazing, cool 이란 말을 연발한다. 나는 fascinating, fabulous, fantastic, marvelous, beyond my imagination 등의 단어를 떠올렸다. 비행기 안에서 만큼이나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말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까 비행기에서는 산을 내려다 보았다면 배에서는 올려다 보았다. 나무 사태 tree avalanch라는 일이 생겨서 산 중간이 세로로 길게 흰 줄이 생겼다. 나무들이 가파른 산줄기에 서로 뿌리로 지탱하고 있다가 무너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게 폭포인줄 알았는데 나무사태가 벌어진 것이고 배를 타고 가다가 우리는 진짜 폭포를 보았다. 선장님이 안내방송에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고 했는데 그건 그냥 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 올해 최고의 날씨라는 말을 믿을 있었다. 바다의 푸르름과 하늘의 푸르름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고 계속되는 바다 위 산들과 중간 중간의 폭포의 모습은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배 데크에 올랐더니 너무 바람이 강해서 날라가는 줄 알았다. 너무 바람이 세서 잠시 실내로 들어와 음료수 티켓으로 음료를 시켰다. 우리는 멀로 merlot 포도주와 맥주와 주스를 마셨다. 모두 맛이 너무나 훌륭했다. 커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태즈먼해와 만나면서 피요르드 해안이 끝나는 지점에 갔다. 선착장에서 16km나 떨어진 곳이다. 거기서 드디어 수평선이 보였다. 균 수심이 330m나 되는 피요르드 해안을 빠져 나온 것이다. 우리는 작렬하는 햇살이 바다에 부딪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태즈먼해를 뒤로 하고 다시 선착장을 향해 떠났다. 오는 길에 우리는 물개 바위에 도착. 바위에 납작 붙은 물개 세마리를 보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 155m에 달하는 거대한 ‘스털린 폭포’ 가까이 향해 가서 물보라를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폭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소리와 물보라가 천둥소리 같았다.  

    

배가 뒤로 물러나 돌아가려고 할 때 선장님이 다시 폭포를 보고 싶냐고 하니 모든 사람이 YES! 라고 사람들이 외치니 다시 한번 더 가까이 스털린 폭포에 갔다. 우리는 2층 데크에 있었는데 아마도 1층 데크에 있었던 사람들은 물에 푹 젖었을 것이다. 흥미 진진한 장면이었다. 피오르드 해안에서 솟은 봉우리와 폭포는 산맥과 계곡을 바다 위에 올려놓은 것 같았다. 스털링 폭포의 물보라는 숭고함이 물질이 되어 나를 때리는 듯했다.  

   

배를 내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데 멀미가 몹시 났다. 아까 본 놀라운 풍경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퀸스타운에 도착했을 때 나는 멀미와 공포증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이걸 보러 우리가 여기에 왔구나 싶었다. 이거 하나로도 여행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여행 첫날 너무나 하이라이트여서 다음 일정이 시들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엄마가 1991년 여행 자유화 되고 처음으로 오신 곳이 프랑스 파리였다. 나와 한달 동안 파리에 계실 때, 너무 처음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밀포드 사운드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도 뉴질랜드 여행을 60대 초반 하셨는데 이런 아름다움을 보셨겠구나 상상했다. 프랑스 파리가 문화 관광의 최절정이라면 퀸즈타운의 경비행기 여행은 자연 관광의 결정판이 아닐까 싶다. 가수 존 덴버나 스티브잡스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이 왜 경비행기를 탔는지 이해가 된다. 직접 비행기를 운행하면서 대자연을 바라 보며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인 것 같다.    

 

그 유명한 퍼그버거

집으로 와서 퍼그버거 땜시 거의 100분을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냈다. 호텔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저녁 7시가 넘어 줄을 섰다. 주문하는 줄이 기니까 직원들이 선텐로션을 바르라고 하거나, 키시스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7시30분 경이었으나 태양은 강렬하게 내 얼굴을 때렸다.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밤 9시나 되어야 해가 졌다.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줄을 서서 주문하는데 50분 정도 걸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문한 버거를 찾는데 추가로 50분정도 더 걸렸다. 100분 동안의 유람선 여행처럼 100분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퍼그버거. 그 맛은 그냥 맛있네 정도였다. 버거는 그냥 버거일 뿐. 산해진미도 아니고 대단한 요리도 아니므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기다리면서 먹는 것은 추억으로 간직하자.     


주문하고 버거를 찾을 때는 벤치에 앉아 번호판을 바라보며 내 번호가 나오길 기다려야했다. 내 앞에 있던 독일 아저씨는 버거 4개를 시켰는데 뭘 빼고 뭘 넣고 하도 주문을 복잡하게 하더니 찾을 때도 그걸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직원들은 정신없이 일하는 것 같았지만 좁은 부엌과 카운터는 일을 더디게 만드는 것 같았다. 기다리다 보니 간판을 보니 In God we trust의 패러디로 In Ferg we trust since 2000 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을 믿듯 버거를 믿는 사람들. 그렇게 맛있을라나 기대하게 만드는 문구였다.     


값은 버거 단품 하나에 18불. 14,400원.크긴 하지만 참 비싸구나. 음료수에 감자칩까지 시키면 10불은 더 추가해야한다. 우리는 소고기 버거와 돼지고기 버거를 시켰는데 맛은 그냥 보통이었다. 소스는 너무 달고 베이컨은 너무 많이 구워졌고 쓸데없이 많이 짰다. 엄청 큰 단짠단짠 햄버거라고 해야할까. 100분씩이나 기다려 먹을 햄버거는 아니어서 좀 실망했다. 아침에 베이커리에서 샀던 크롸상과 독일 잡곡빵이 맛이 훨씬 좋았다. 그래도 퀸스타운에 와서 꼭 먹어보아야 할 맛집이니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어메이징한 하루

오늘을 BOXING DAY 라 가게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뉴질랜드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설이나 추석 연휴처럼 모두 가족과 함께 보내고 가게는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그나마 열려 있는 작은 식료품점 마다 물건이 동나서 과일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내일은 다른 베이커리 다른 식료품점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을 사서 먹어보리라.     


학철씨가 크루즈 배에서 사진 찍다가 넘어져서 손과 무릎을 다쳤다. 타즈만해에 도착했을 때 배 끝부분이 엄청나게 요동을 쳤는데 나는 멀미가 나서 배 안으로 들어왔다. 갑판에서 혼자 있다가 넘어진 후 나는 갑판으로 갔을 때 주변에 미국인이 괜찮냐고 학철씨에게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핸드폰이 바다에 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오른 손 손등에서는 많이 피가 났는데 집에 와보니 무릎도 많이 까졌다. 내가 다행히 습윤밴드를 좀 가져와서 응급처치는 되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 사고만 빼면 오늘은 정말 판타스틱하고 어메이징한 하루였다. 이 많은 감동과 놀라움이 24시간 내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 어메이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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