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길을 잃다.

by Dandelion

회사와의 관계를 끝냈다. 그동안 오랜 직장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기분 나쁘게 회사를 나온 경험을 한 것 도 처음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발령을 냈고 퇴사하신 대표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날 다독에 주시고 힘을 주시고 갔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회사와 싸움을 시작하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난 내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중을 했다. 회사와 지저분한 권고사직 타협을 하고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기고 나왔다. 이 과정 또한 너무도 치사하고 더러웠지만 그것이라도 챙겨야 내가 그나마 받은 상처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받아냈다. 다시 한번 인사과 사람들의 인정 없음과 본인도 회사에서 그런 취급을 받을 수 있는 똑같은 직원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마냥 회사에 천년만년 있을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본인도 이런 회사라면 똑같은 취급을 받고 내쳐질 것이라는 조금 후의 미래도 못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타의에 의해 그리고 사람을 쉽게 생각하는 회사에 더 이상 있는 것조차 구차하고 밀어내는 모습이 역겨웠다. 퇴사 아니 권고사직 과정은 기분이 매일 더럽고 진짜 엿 같은 기분이었다. 난 권고 사직 당했다. 너무도 럭키 하게....


퇴사하니 아니 권고사직 당하니 당장 돈 걱정을 안 해도 돼서 인지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을 만났다. 예전에 알던 학부모들부터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문제점들 혹은 상처를 치유했던 것 같다. 각기 다른 사람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놓쳤던 것들을 보게 된다. 날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부터 그냥 잘 모르지만 최근에 친해진 사람들 까지 그들과 이야기하다 깨달았다.


나의 열정이 문제였다. 또 이것이 문제였다. 적당히 해도 되는데 난 완벽을 추구했다. 문제가 너무도 많이 있던 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의 열정을 불살랐다. 솔직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걸 정리하고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문제 사항을 해결해 낸 건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 그런 건 대충 했어도 됐다. 내 열정을 불태워 해결한 것 따윈 아무짝에도 소용없었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었다. 대충 하고 신입생만 많이 모으면 되었던 거다. 다른 것 필요 없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줘야겠다고 내 시간 쪼개서 아이들 봐주는 것 따윈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세일즈만 했으면 됐다. 이 회사에서 요구했던 건 그냥 매출이었다. 순이익도 아닌 보이는 학생 인원수!!!!
숫자....


난 이번에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본인이 알고 싶은 것만 공부해서 대학에 떨어진 수험생 같았다.


괴리감이 생기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있는 곳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난 내가 했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챙기고 살피는 것이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그게 바로 세일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는 아니었다. 단기적인 성과만 원했다. 빠른 숫자 증가...


난 나름 교육자라 생각했다. 지금도 너무나 혼란스럽다. 난 앞으로 내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이익만을 쫓아서 유능한 세일즈 잘하는 원장이 되어야 하는 걸까?

내가 원하는 건 아이들이 스트레스 적게 받으며 공부하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원의 장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랑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다. 그게 잘 못 된 생각이었던 걸까?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이 말했다. 난 너무 인간적이라고... 이게 이제는 칭찬이 아니라 나에게 독으로 다가온다. 교육을 하는 곳에서 아이들의 성장 보다 숫자만을 강요하는 그런 곳이 더 많아지고 아이들을 돈으로만 보는 곳이라면 다시 원장으로 가서 일하고 싶지가 않다. 지금은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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