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욕망을 거스르기까지

-지구의 입장에서-

by 수딩얼쓰

물건을 사는 일을 망설이기 시작했다.


작년에

쓰레기와 탄소배출에 관한 책을 집중해서 읽은 탓인가.

뭘 사야겠다 싶은 생각은 본능적으로 찾아오는데

결정이 쉽지 않다.


퇴근길에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이 보이면

생각 없이 들어가 아이 옷도 사고 내 옷도 사서

가벼운 마음으로 입는 일이 더러 있었다.

(이 와중에 남편 옷은 안 삼. 생각도 안 함)

싸니까.. 나는 알뜰하니까.. 과소비는 아니니까 하면서.

다행히 심플한 디자인 외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

이너 위주의 옷을 사서 3~4년 넘게 입기는 했다.


패션산업이

연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모든 국제항공, 해상운송에 필요한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고 하니 꽤 충격적인 숫자였다.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약 7,500리터의 물의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이라고..

오마갓이다 정말.


옷을 사려고 할 때

저 숫자가 떠올라서 멈칫할 때가 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사고 싶은 마음 51%.

그런데, 어제는

어제는 말이다.

사고 싶은 마음이 42%쯤 되는 거 같았다.


아이는 해가 다르게 쑥쑥 큰다.

작년에 입던 패딩이 좀 작은 것도 같고

불편한 건 못 입는 아이라

가볍고 얇은 패딩 하나로 올겨울을 나고 있어

패딩 하나를 더 사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딱히 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후줄근한 거 보기 싫은 엄마 마음인거지.


그런데, 매장에 들어서지 조금 망설여지는 거다.

결국 사지 않고 나오게 됐다.


결정적으로

구매욕구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이유는

매장에 설치된 수거함 때문이었다.

그래 뭐, 동네 학원 가는 거 말고는

딱히 멀리 나갈 일도 없는데 패딩 하나면 충분하지..

라는 마음에 이르렀다.

이렇게 기특한 마음이 솟아난 데에는

작년 한 해 내가 읽은 각종 환경 도서의 영향이 적지 않다.


깨어 있으려고 읽은 책들이

내 생활과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귀한 경험.

나 혼자 어제 좀 우쭐했었다.


올해도 책을 통해 지구를 알아 갈 것을 계획해 본다.

더 읽고,

더 사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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