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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일없이사는사람 Feb 28. 2024

회사 오래 다니는 방법

별 얘기 아님 주의

언젠가 친구들과 직장인의 영원한 레퍼토리, 각자 회사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어야 해.”


그 친구가 생각하는 뜻과 내가 생각하는 뜻이 100% 같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무언가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 순간 ‘아, 정말 그랬지.’ 하며 떠오르는 순간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 직장인 신분을 오래 유지하려면

똑같은 얘기를 -> 한 번 말해서 안 먹히는 사람과 상황이 있다, 그럴 때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어야 해 ->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맡은 일이 딱 정해져 있어 자신에게 할당된 일만 한다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직군과 협력해야 하고 수직/수평 다방면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회사(기업문화 없음)에 이상한 사람들(인력관리 안 함)이 있는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생각해 보자. 보통은 일부러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이 대다수는 아닐 것이다. 특별히 부모님의 원수라도 된 것 마냥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이라면 말이다. 


일하면서 의견이 달라 부딪힌 적이 있어도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또 의견이 맞아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있었다. 일적으로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 목소리 높여 가며 얘기했지만 사적으로는 되게 친한 경우도 있었다. 진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아무튼 이런저런 사람들과 같이 일해본 바, 최소한 책임감을 갖고 자기 일을 대하며 인성 또한 평균 이상인 사람들은 ‘무조건 차단’이라는 자세로 다른 이의 말을 무시하진 않는다. 설사 그 사람이 매우 적대적,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일일이 화를 낼 필요는 없는데 이 이야기는 글의 후반에 따로 쓰도록 하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이란 단 한 번의 의사소통으로 끝나는 일이 없다. 있다면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내가 단 한 번 A를 말한다고 해서 저 사람이 정확히 이해해서 A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 A’라도 해주면 그나마 절반 이상은 되는 것이고 B를 해주었다면 어쨌든 다시 커뮤니케이션해서 A가 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다. 어떤 사람은 A’도 B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는 기대를 버렸다. ‘이건 인간을 믿지 못한다’라는 비관적인 자세와는 조금 다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경우


실무자부터 관리자까지 두루두루 일해오면서 겪어 본 것을 떠올려 분류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주로 팀원, 주니어를 대상으로 업무를 가르치고 지시를 내려야 할 때 또는 평가를 해야 할 때, 즉 ‘기술 교육’ 또는 ‘코칭’을 해야 하는 경우. 


배우려는 열의가 있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의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해 준다. 당연히 한 번에 못 알아듣고 계속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냥 똑같이 반복해서 알려준다.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나의 말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업무에 적용을 하거나 응용하는지 관찰하면 된다.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면 도와주고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것 같으면 다시 한번 얘기한다. 여러 번 반복해도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 그때는 또 다른 문제가 되니, 다시 한번 문제점을 검토해봐야 한다. 정말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동기부여 방식을 바꿔본다던지, 이 사람에게 필요한 다른 것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두 번째

주로 협업자들에게 내가 요청을 해야 하는 경우.


내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업무가 필요한 경우다. 한 번의 부탁으로 일이 착착 진행된다면 베스트지만 그런 경우가 그리 많진 않았다. 

회의 시간에 분명히 요청 사항을 전달했는데 왜 안 되고 있지?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들 바쁜 사람들이다. 나조차도 누군가의 요청을 듣고 분명 수락까지 했는데 기억에서 밀려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거나 내 원래 업무에 밀려 미안함만 가득 안은 채 뒤로 미룬 적이 있으니까. 


대부분은 일부러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미뤄지거나 못하고 있는 경우라 생각한다. 그럴 때 답은 하나뿐이다. 계속 얘기해야지 어쩔 수 없다. 가능하면 처음부터 아예 기한을 서로 협의하고 내가 받아야 할 결과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한 전까지 적당한 텀을 두고 진행 상태를 확인하는 수밖에. 그러려면 결국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때 듣는 사람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기술은 경험을 통해 쌓을 수 밖에 없다.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이상, 내 일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이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발로 뛰어야지 어쩌겠는가. 메일과 메신저, 그리고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활용하는 수밖에. 그리고 도움을 받았다면 감사인사를 하고 거꾸로 미래의 상대방이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미리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 놓는다. 



세 번째

다른 팀의 리더나 상위 리더에게 나와 의견을 같이 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경우.


다들 경력이 쟁쟁하고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제일 까다롭다. 팀 단위가 아닌 부서나 실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연관되어 있는 다른 팀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그럴 경우 해당 팀의 리더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꽤 있다. 


보통은 두 가지 반응이다.


내용은 이해하나 회피하거나 거절하는 경우. 보통은 해당 팀의 이익에 반하거나 사정(일정이나 인력 등)이 당장 안 되는 경우였다. 그렇다… 우리 팀이 편해지려면 다른 팀에서 일시적이더라도 추가적인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럴 때는 해당 팀의 사정에 맞춰 분량과 일정을 조정한다던지, 우리 팀에서 업무 지원을 한다던지 소위 ‘딜’을 하게 된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경우는 없다. 서로에게 모두 이득이 될만한 방법을 찾아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 


내용은 이해하나 아예 의견이 달라 추가적인 설득이 필요한 경우. 이 때는 또 다른 의견을 듣고 참고하여 내 계획을 수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도 특정 직군의 사람이다 보니 전체의 관점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의견들을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끈질기게 얘기하여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작은 부분에서 양보하고 버려야 할 것들을 가늠해봐야 한다. 



예전에, 우리 팀을 비롯 여러 팀이 같이 진행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데, 실 전체로 볼 때 예산도 없었고, 다른 팀의 리소스도 부족하여 그냥 무산된 적이 있었다. 하면 좋지만 꼭 해야 하는 과제는 아니었기에 여러 번 당위성을 주장하는 대신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당분간은 접기로 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보스와 얘기를 하다 그때 못한 과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그때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왜 좀 더 강하게 다른 팀장들과 나를 설득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이었다.

나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그 당시 회의 때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추후 준비해서 진행하겠다고 보고했고 그러라고 하셨건만 ‘왜 지금 저런 말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른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고 나무라신 건 아니었다. 다만 정말로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일이고 그때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좀 더 준비를 해서 밀어붙였어야 하지 않았냐는 뜻이었다. 만약 그때 보스를 설득했으면 본인이 먼저 나서서 다른 팀장들과 조율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었을 거라고도 했다. 여러 팀장들의 입장을 두루 들어야 하는 상위 관리자 입장에서는 내가 한두 번 얘기하고 말았으니 당연히 당사자인 나조차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과제라고 판단했던 거다.


결국 귀찮으니까, 분란(논쟁 또는 지리멸렬한 의사소통이라고 해두자)을 만들기 싫으니까, 먼저 주춤하고 눈치 보다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거절은 나에 대한 모욕이 아니다.


혼자 일하는 것은 쉽다. 소통 비용도 덜 들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과제들은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혼자 했더라도 그 결과물의 고객은 회사 내 다른 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내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결국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의사소통에서 지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나는 분명 제대로 얘기를 했는데, 저 사람은 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까, 혹은 알아들었으면서도 왜 무시할까. 상대의 반응에 대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의외로 대부분의 거절이나 무시는 ‘나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알아보면 다들 사정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 그것에 대해 좀 더 깊게 얘기를 나누고 같이 해결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충돌과 오해는 소통의 부재에서 왔다. 서로 기분 상한 채 10시간을 들여 할 일도 단 30분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종종 봤었다. 


상대방의 태도가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만약 진짜 ‘벽’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사실 나는 운이 좋았는지 이런 케이스를 깊게(?) 경험해보지 않았으므로 할 말이 없다. 내가 지녀야 할 태도를 고수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다음, 그래도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이후엔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벽이었던 적이 있다. 바빠 죽겠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까, 내 일 하기도 벅차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와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손을 내밀어준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결국 다 같이 월급 받고 다니는 직장인인데 뭘 그리 날을 세웠을까 싶기도 하다. 회사 욕이나 하면서 같이 일하고 그러다 친해지면 업무적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너무 두리뭉실한 해법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것도 무시 못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마음먹기’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한 번에 이해 못 하고 두 번 말하게 해?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피곤하다. 기본적으로 두세 번 반복해서 말할 것을 각오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타인은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너무 바빠서 까먹었구나, 잘 이해를 못 하셨구나, 나랑은 좀 생각이 다르시구나, 그렇구나… 당신은 그렇구나. 뭐 별 수 있나, 내가 한 번 더 얘기해야지. 


거창하게 썼지만 결국 마음먹기는 <도 닦기> 

마인드를 달리 해야 스트레스받지 않고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거절하는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수 있다.

내 요청이 거절되는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 아니다.

왜 거절하였는지 같이 원인을 파악해나가다 보면 해법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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