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집

다니카와 슌타로

by Taehun Roh

눈을 뜨고 있으면서, 아무런 생각도 안 할 수 있습니까?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 것마저 생각 안 하고?


긴 담벼락을 따라 당신은 달리고 있다. 담벼락 안에서는 아마 고문이 행해지고 있고, 앞마당에는 박꽃이 피어 있다. 당신은 빈털터리다. 당신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 그런 꿈을 꾸지 않으려면 어떤 현실이 필요할까요?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정면으로 세 걸음 걷고,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돌아 두 걸음 걷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오른쪽으로 여섯 걸음. 거기서 눈을 가볍게 감는다. 자, 어떤 냄새가 납니까?


눈앞에 한 마리의 개가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당신은 두 마리째의 개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다시 세 마리째를…. 도대체 몇 마리째부터 당신의 상상력은 쇠퇴하기 시작할까요?


아마도 우주 계획을 위해 발명된 물질이겠지요. 극도로 딱딱한 표면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 물질을 매만지고 있을 때, 시는 어디에 있습니까?


어느새 인가 어디선가 잃어버리고 만 작은 물건.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 행방은 어디입니까? 가령 그 물건의 세세한 부분이 생생하게 당신 기억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안녕!”하고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못한 채 아침이 되었다. 그 아침은 “안녕!”하고 인사할 수 있는 아침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를테면 김이 나는 한 그릇의 된장국에 있어서도.


들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한 떨기 작은 꽃. 그것이 질문이고 동시에 대답일 때, 당신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인가요?


누구에게도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고 어느 오후에 생각했다고 하면, 이때 아무래도 꼭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을 즉석에서 몇 가지나 상상해낼 수 있겠습니까? 물론 어떤 감상도 섞지 않고.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 그 목소리를 당신은 어디에 쓸 것인지요. 노여움의 표현, 기쁨의 표현, 고통, 아니면 타인에 대한 강제, 혹은 또 단순한 장난에?


촛불 아래 한 권의 사전이 펼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그 사전에서 도망갈 것인가요? 나아가 깊이 언어의 뜻에 사로잡혀서, 그렇게 대답해도 진정 괜찮겠는지요?


뜻하지 않은 은총처럼 눈이 쌓인 그날 아침, 질문이라는 그 상승 조의 억양이 견디기 힘들다고 당신은 말했었지요. 그러나 대답이라는 그 의기양양한 얼굴의 단조로운 선율로 또한 당신을 초조하게 만든다면….. 하지만 질문도 대답도 아닌 것이 도대체 이 세상에 있단 말인지요?


하나의 의자가 있고 당신은 거기에 허리를 기대고 있다. 의자를 만든 사람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그리고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요?


이미 잊었다. 고 당신은 말하는 것인가요? 하지만 잊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군요.

그것으로 정말로 잊은 것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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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으로 정말 모든 것이 잊은것으로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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