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한 겹의 삶은 없다. 한 세계로 둘러싸인 사람의 존재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은 시간 안에서 선택을 하고, 때론 선택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죽음으로 완결되는 삶 속에서 살아가는 의미란 무엇인지를 찾는 숱한 방법 중 하나가 책 읽기다. 인류의 방대한 역사와 지혜를 누군가는 써서 기록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지닌 소중한 세계를 책 읽는 자를 위해 비밀스럽게 전달한다.
그 전달된 것이 점차 뼈와 살을 덧대어 소중한 형태를 갖춰가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가능성의 세계를 이어가는 석학들 중에서 인류라는 생명체에게 유독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선지자가 있다. 바로 시오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이다.
시어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은 런던 버크벡 칼리지와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라틴어와 철학, 역사를 전공했다. 프랑스 역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교수와 학장직을 역임했다. 영국 BBC,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프랑스 정부 산하의 정부기관을 비롯 수많은 기업과 공공 기관, 두뇌 집단들에 조언을 해왔다.
현재 낯선 사람들 간의 지적인 교류를 돕는 비영리단체 '옥스퍼드 뮤즈(The Oxford Muse)' 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옥스퍼드 성 안토니 칼리지의 명예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낯선 사람들 간의 지적인 교류를 돕는 비영리 단체 '옥스퍼드 뮤즈' 재단을 이끌고 있고, 이 재단은 알랭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는 자타 공인 '행복 전문가'다. 책 "인생의 발견"에 나오는 28가지 질문은 사람의 인생을 다각도에서 관찰하고 역사 속 사례를 들어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다각도로 제시한다. 28가지 질문도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질문 자체가 기발하기까지 하다. 질문을 던져 독자가 생각하게 만든다. 아래는 그중 일부의 질문들이다. 마치 프랑스의 대입 입학시험이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바칼로레아 질문 같다.
사람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지루하고 하찮고 때론 남에게 굽신거리기까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새로운 세대를 위해 가치 있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직업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정보다 직장에 환멸과 배신과 중상모략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가란 무엇인지? 사람들이 온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책 중후반으로 가면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가는 아래와 같은 현대인들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한 질문들과 사례를 들어 유머 있게 이야기한다. 여자와 남자. 솔 메이트(soul mate)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 성 혁명과 예술가의 자기표현에 대하여. 리더가 되는 것. 분주할 가치가 있는 것. 생계를 유지하는 즐거운 일.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일.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의 조화. 마음이 젊으면 노화를 피할 수 있는지 여부. 알아야 할 가치란.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 하며 독자들에게 여운을 깊게 남긴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 미국인들의 4분의 3 이상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새 차와 좋은 옷과 고액연봉을 주는 직장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원하고 소유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시오도어 젤딘은 덤덤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먼저 사람의 무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토록 중요해 마지않는 '일'(참고로 비즈니스 business란 원래 불안이나 고충, 참견하기 좋아함, 어려움을 뜻했다고 한다)의 이유와 목적을 다양하게 사례로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이 가지고 가는 소중한 가치를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를 들어주는데, 여기서 밥딜런의 말을 인용한다.
"당신 자신이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면 실패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고 그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의 위대한 모험, 삶, 자아에 대함, 반항아, 빈자와 부자, 믿는 사람, 종교, 편견과 예측, 유머와 저항, 편안함은 무엇인지 상상으로 이끈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 거대한 지식을 머뭇거리며 야금야금 갉아먹었을 뿐이라는 걸, 온전히 살아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묻는다.
위대한 모험 중 하나는 서로를 잘 모르는 지상에 사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작가는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사람의 삶은 죽음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묻고 인류에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에 의하면, 삶은 혼자서 말하고 자기의심에 사로 잡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에 갇힐 필요는 없다. 다양한 삶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고 시간과 공간에 갇히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한다.
개인은 어느정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인류가 했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가 인용한, 화가였던 루치안 프로이트의 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의 모든 것이 흥미스럽거나 걱정스럽게나 즐겁게 느껴지는, 완벽하고 절대적인 사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잘못 이해할 수 있을까."
명함은 그저 그 사람의 지위를 알리는 수단이자 어떤 조직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라며 세상이란 우리가 각자 본 것을 말할 때, 흐릿한 횃불로 비출 때 드러나는 형체와 같다고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다 알기란 불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펼친다. 그리고 생각은 혼자 놔두면 외롭고 무력하고 생각은 사랑을 나누는 행위와 같다는 점을 인식해서, 나 혼자서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랜 수수께끼를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말자고 한다.
돈이 발명된 이래로 모두가 만족할 만큼 풍족한 적은 없었다. 돈이 충분한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부의 85%를 소유하는 현실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우리 시대의 가장 가난한 자.
거지가 가장 불행할 때는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신이 정말로 살아 있는지 의문이 드는 그런 순간이 가장 비참하다는 예를 들며 사람의 온기로, 사랑의 온기로 무력감을 녹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주장을 펼친다. 역사는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인생이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통제하지 못한 채 미지의 해변으로 밀려가다 언젠가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현재에만 사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각자의 경험만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나기 오래 전의 시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 물려받은 신념과 행동까지도 저장한 채로 살아가고 있고 우리의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음으로 소중한 것들을 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근원적인 의문이 부상한다. 앞으로 무엇에서 본질을 찾을지 무엇을 해가며 살아갈지 . 그에 따르면 사실에 관한 전문 지식은 여정의 절반에 불과하다. "모든 확실한 것은 거짓"이기도 하다.
미래는 끝없는 실험의 연속이므로 불일치는 상상력에 대한 도전이고, 관성은 충돌하는 기억이 주는 보상이며 각자의 삶은 자유에 관한 우화로서 기능한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겪는 모험에 대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감각 같은 것이 몸에 베이면, 어느 순간 스스로 혹은 외부의 힘으로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열리는 감각. 미지의 수많은 세계들.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인류의 거대한 문화와 역사. 섬광과 여명. 유산과 의미 속에서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희열 같은 것이 있다.
시오도어 젤딘의 책에도 모험과 지혜를 얻는 기쁨이 있다. 지구 안에 광대한 생명의 역사가 있다. 문명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를 만들었고 언어를 만들었고 여러 분류를 만들었다. 인종으로, 종교로, 국가로, 집단으로.. 현대 인류도 수많은 구분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사람이란 연결되고 단절된 존재다. 우리이며 나라는 존재다. 그리고 한 존재는 생명이 꺼지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예고되지 않는 세계에서 단 하나의 나라는 존재로 운명적 존재로 살아간다. 각자 소중한 삶을 살아간다. 소중한 존재들이 오고 간다. 소중한 것은 또 어느 순간엔 사라진다.
그러나 한편 사라짐에서 가치가 생겨난다. 에너지 역시 그렇게 순환된다. 소중함의 교류. 땅으로 걸어가는 중력 속에서 물과 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리고 따뜻한 전해짐의 세계. 그 세계의 비밀.
나는 다이아몬드 찾듯, 일상의 살아감 속에서 석학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물론 그 과정이 즐겁지 않을 때도 있고 인류의 이야기에는 검은 어둠의 세계 또한 있다. 그럼에도 책을 덮으며, 저자의 질문을 다시 품는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