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고-1Q84

2021년 8월 8일

by Taehun Roh

어느 날 소녀는 덴고의 손을 잡았다. 몹시 맑은 12월 초순의 오후였다. 창밖에는 높은 하늘과 곧게 이어진 구름이 보였다. 방과후 청소가 끝난 교실에 덴고와 그녀는 어쩌다가 둘만 남게 되었다. 둘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이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가로질러 덴고에게 다가와 옆에 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덴고의 손을 잡았다.

이곳이 어떤 세계인지,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이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어두운 길을 우리는 앞으로 수없이 더듬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괜찮다.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자. 나는 이곳에서 이제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단 하나뿐인 달을 가진 이 세계에 발을 딛고 머무는 것이다. 덴고와 나와 이 작은, 셋이서.

니체는,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존재"인데, 이 '건너감'의 끝에는 '죽음'이라는 영원한 몰락이 있다. 하지만 이 찰나 나는 죽음 따위가 무섭지 않다. 이 찰나의 삶은 죽음의 후광으로 빛난다. 나의 살아 있음은 죽음이 건네는 경이로운 선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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