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2004년의 어느날

by Taehun Roh

20년도 더 전에 극장에서 나와 끄적인 말.


왕가위는 대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우리가 마실 슬픔이 담긴 스프는 먹기가 힘들어진다. 희망의 감정보다는 분노와 의심이 늘 앞서고 있다. 무너져 버린 모든 것과 함께 감정이 담긴 양조위의 슬픈 눈 빛. 2046으로 대변되는 숫자의 시공간은,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상징으로 대치된다. 사회속의 관계성이 무너져버려 보고 있으나 보고 있지 않은 시간들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진다. 새로 사랑을 시작하기엔 2046의 존재성이 너무 크다.


정지된 스틸 영상과 반복되는 왕가위식 멜로디는 인간이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를 영위한다. 그렇지만 순간의 쾌락의 기반하에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사건과 잊을수 없는 메모리는 슬픈 사랑을 의미한다. 눈과 콧수염, 입가에 번지는 남자의 이상한 미소와 여성의 질투.


"네 사랑을 나에게 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을 막지는 말아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길거리의 가로등까지 조명을 계산했다는 영화의 영상은 흰색과 붉은색 검정, 특히 미래나 과거의 회상 장면은 붉은 색의 느린 풀 샷으로 표현되는데. 누군가 영혼의 색깔은 붉은 색이라 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슬픈영혼들. 영혼은 붉은색. 슬픔은 파란색.


이미지가 뇌속으로 들어와 피하 수체를 마비 시키는 왕가위식 시공간을 살아가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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