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3

처음 만난 날

by Taehun Roh

처음 만났을때를 기억합니다. 첫 만남을 잔잔하게 기록하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현재는 많은 것들을 가리고 글을 쓰는 지금 슬픔 한방울 정도가 이야기에 희석되어 있습니다. 모르게 흘리는 눈물에 마음이 놀라 떨어트리고 싶지 않고 그렇지 않게 하는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찬란한 날들은 분명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이성은 담담함으로 무장해 보려 합니다. 너무 과하지 않게 말이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왔던 날들을 기록하는 것이 지금 어떤 의미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각자만의 우주에서 각자만의 삶으로 시간과 공간을 채워 나갈 겁니다. 지금 이순간 레이첼 야마가타의 Over and Over를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감정을 함께 했습니다. 노래처럼 다시 우리의 숲에 비가 내리고 다시, 다시, Again이라고 삶을 이야기하고 다시 나아가곤 했죠.


그러나 지금은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우할 수 없는 세상안에 담담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우리는 빛과 어둠을 함께 했습니다. 그 세상안에는 오직 둘만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날들.


봄기운이 가지끝에 매달려 녹색 싹을 품고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만나기로 한 건물의 로비에 서서 반짝이는 눈망울로 자신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앞으로 두손을 살짝 모으고 서 있었습니다. 시선이 잠깐 마주 쳤을때 시선을 피하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어를 천천히 또박 또박 발음 하는 것에선 단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 적당한 굽의 에나멜 느낌이 나는 그렇다고 너무 반짝 거리지 않는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턱을 당긴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인사를 건냈습니다. 곧 우리는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난 후에는 엘레베이터를 함께 내려왔는데 저는 그 모든 순간이 지금도 선명 합니다. 당신이 방문했던 계절은 겨울의 기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때였습니다. 봄의 기운이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내려올날을 기다리고 있던 시기였어요. 당신을 처음 마주한 날 차가운 빌딩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고 봄기운을 담으려는 햇살이 당신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웅성 거리던 주변 환경이 온화해 졌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기운에 몇 사람들이 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등장한 자리에서 주변은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날 제가 무슨말을 건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틀림없이 날씨 얘기를 했었을 것이에요. 우리 사람들은 그렇게 침묵을 깨곤 하니까요. 한편으론 관행적으로 보이거나 혹은 너무 사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를 의식하며 평소보다 더 긴장된 느낌으로 당신을 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일과 관련 된 부분에 대해서는 주석을 계속해서 말이 평소보다 많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자라는 존재는 호감있는 여성 앞에서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도 그런일이 생겨날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저는 늘 이성적으로 행동했고 감정의 기복을 가지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젠틀하게 상황속에 최대한 친밀감과 편함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행동으로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죠. 건물 밖으로는 한줄기 햇살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강을 돌아다니는 갈매기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습니다. 작게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과 햇살이 들어오고 알아차릴 수 없는, 긴장 속에 내뱉은 한숨소리를 저는 들응ㄹ 수 있었습니다. 저와 주변의 모든것은 배경이 되었고 당신은 주연 이었죠.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자연스러운 상황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남에 헤어짐을 아쉬워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주위로 투명한 물음표 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시작했고 하나라도 더 해답을 찾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죠. 당신이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절대적인 존재로 마주 대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모습에 빛의 기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물음표의 형태가 말로 나오기도 전에 단아함으로 공기의 주위로 얇은 투명 방어막을 두르고 있다는 것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틈을 주지않고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로 말했죠. 우리가 마주 앉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찾아 온 이유에 대해. 그리고 저는 무슨말을 전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떤 말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전달 했습니다. 속에 일어난 감정을 조금이라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고 누군가를 만나서 첫눈에 마음을 뺏기는 타입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이성적인 한 축이 여지없이 내려간 제 자신이 부끄러워 창밖을 몇 번 쳐다본것이 기억납니다. 마음속 생각이 들렸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담담히 자리를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 했습니다. 처음만난 사람에게 가질수 있는 그 감정은 태어나서 자라온 제 이름을 걸고 제 인생에서는 불가능 한 일이었어요. 그 떠오름이 무엇이던 처음 만난 당신에게 이성으로서 호기심을 솔직히 가졌고 감정의 한 부분이 구름을 뚫고 난 후의 반짝이는 빛자락 처럼 내려 왔어요. 이런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지기위에 테이블 아래에 있는 주먹을 잠시 꽉 쥐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시공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든 대화를 마치고 저는 당신을 배웅했습니다. 자연 스럽게 보였다면 다행스러웠겠지만 저에게 그런 전례가 없어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이어졌죠. 그래서 제게는 이 행동이 당신에 어떻게 비추어질지 잠깐 생각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말하던 사무실이 있는 고층에서 로비까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건물밖으로 나가는 문까지 동승해서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것이 그날 제게는 꼭 했어야 하는 행동이었어요.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과 친절함을 담아 곧 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건냈습니다. 제 자신이 타인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제 모습이 스스로에게 익숙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날 행동을 제 자신에게도 어떻게던지 설명 해보고 싶었지만 따뜻해진 심장과 상기된 얼굴만 볼 수 있었습니다. 호흡은 가빠졌고 오버된 행동과 말들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넘실 거렸어요. 제 입장에서는 과도한 관심을 건냈습니다. 처음 마주한 당신은 알아차릴 수 없었겠지만 저에게는 정상적인 제 모습이 아니었죠. 계속해서 제 자신을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매력적인 여성을 마주해서 그래라고. 애써 평범하게 그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말이죠. 하지만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날이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태양도 바람도 햇빛도 무언가 다 특별함이 가득 했습니다.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한편으론 모든 것의 끝 나버린 날이었죠. 그날이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갈지 세상 그 누구도 심지어 신 조차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것이 처음 만난 날로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처음이 그렇듯이. 마주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신비한 일입니다. 그것보다 세상에 더 신비한 일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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