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4일
서울 강남 중심가 한복판에 미술관이 하나 있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K현대 미술관이다. 개관한 지 10년 정도 된 미술관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미술관은 아니다. 설립 당시 목적은 현대미술, 추상 표현주의나 현대미술의 조형성에 집중하는 전시였다 한다.
미술과 미술관은 땔 수 없는 관계 중 하나인데, 예술과 대중도 하나의 주체와 객체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작용한다. 도시와 시민은 다양한 장소를 필요로 하고 그 밀착과 간극 사이에 미술관이 있다.
관객의 발걸음은 어떤 작품 앞에 서서 시선을 머무르고 하나의 세계와 마주한다. 그 마주함은 때론 개개인의 역사의 발견으로 현재의 역동으로 미래를 향하는 발걸음의 계기가 된다. 미술관과 미술의 다양한 의미는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 하나의 계기가 또 하나의 작은 역사의 시작이 되는 것이 아닐까.
K현대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파리의 휴일> 전시는 화가가 직접 그린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 첨단 기술이 들어간 영상과 작품에 대한 구성은 실제 오리지널 작품과의 경계를 허문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술가이자 인상파(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반대하며 19세기 중후반 프랑스 사회 모습을 담아내는 화파, 현대 미술과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린 미술사조, 감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작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의 작품을 체험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 구성된 전시다.
관람객은 19세기 파리의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의 인상파 작품들을 대형 미디어 윌을 통해 영화 속 한 장면을 걷는 것과 같은 경험과 빛과 소리의 어우러진 향연과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이전 사회까지는 종교와 군주 사회가 개개인들에 대한 삶의 영향을 많이 미쳤고 역사, 정치, 신화, 종교와 같은 주제를 다룬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세기에 산업혁명과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산층이 성장했다.
이들은 삶의 여유를 전보다 더 가지게 되었고, 이는 다양한 여가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일상과 휴식을 그림에 담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등장한다.
▲가상의 문문을 통과하여 맞이하는 세계는 우리 일상의 세계와 틀릴까. 그 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상파 화가들은 그전의 아카데믹한 화풍에서 벗어나 화실에 머물지 않고 빛, 색채, 공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엇보다 소풍, 뱃놀이, 일광욕, 카페, 길거리, 정원 등에서 일상의 낭만과 여유를 즐기는 파리지앵의 모습과 같은 삶의 모습을 다채롭게 캔버스에 표현했다.
미디어 전시는 현대의 미술관과 현대의 관람객이 가지고 있는 미술작품을 대하는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철학자 헤겔은 '휴식은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잠시나마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은 인간에게 큰 즐거움이다.
휴식 없는 삶, 쉴 틈 없는 일상을 살며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현대인이라면 전시장 내 인상파 대표 작가들의 작품 속 파리의 낭만과 여유의 순간으로 들어가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행이나 쉼의 시간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실감형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작품의 센 강을 배경으로 한 파리의 풍경, 한적하게 뱃놀이를 하는 모습, 잔디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삶과 도심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휴식의 계획을 가지게 되는 공간이 되길.
▲복도의 끝 누군가는 문 뒤에서 기다리고 누군가는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