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들

by Taehun Roh


동굴속으로

작은초, 등불 하나 들고 동굴속으로. 불에 비친 그림자는 거대하고 기괴하고 과장되어 있다. 인생도 때론 이와같지 않던가?


비를 맞으면

빗속에서 많은 것이 흐릿해져 간다. 돌아가는 삶과 자아. 세상이 더 이상 나의 세계가 아닌 것 같은 감각. 마주보고 있으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운 것들은 기다리면 볼 수 있을까? 명성, 그 자본들. 흘러다니는 것들.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시절의 혼과 같은 것을 전승해줄 수 있을까. 그저 걸어오다보니 그곳으로 간다. 세상의 파고에 휩쓸렸다. 아이야, 나는 돌아다니고 헤메고 담을 쳤단다. 비에. 빗속에서.


생일이 지나고

생일이 지나가고 추석도 지나가고 있다. 나는 무심하게 생일을 지내는 편으로 예를 들어 누군가 기억해주지 않아도 기억해주어도 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흔하게 지내는 하루와 다를 바 없다는 것 - 가령 들어오고 나가는 머릿속의 단어들 속에 조금 민감해진 명사 하나로 사로 잡히는 느낌정도. 의례적으로 하는 축하의 말들. 주위에서 신경쓰는 이날의 특별함을 받아들이기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열다섯살 생일에 작은 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독서실, 작은 방, 작은 교실을 넘어의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죽자사자 축구를 하며 축구공을 차는 시절이었다. 스무살 때에는 일병 계급장을 달고 바다에 떠다니며 큰 공간을 생각했다. 이 바다는 모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시기에 작은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매일 나를 괴롭히는 고참에게 전역후 복수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지금. 차례를 지내고, 제기를 정돈하고, 설겆이를 하였다. 점심에 여자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았다. 그녀와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돌아와 저녁에 같은 달을 보며 운동장을 돌았다. 새까매진 운동장에서 숨을 몰아쉬며 뛰고 난후에 본 하늘. 그리고 저 둥근 달과 대화를 나누었다. 까만 공간속의 어둠의 공포가 점점 내 마음속에 녹여져있는 노란 따뜻함으로 채워진다.




매거진의 이전글편지와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