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5일
무라카미: 영어로 읽어도, 그리고 중국어나 한국어로 읽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니도 합니다만, 아시아인 독자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디태치먼트입니다. 즉 자신이 사회와 별개의 삶을 사는 것, 부모와 별개의 삶을 사는 것, 그런 것을 제 소설 속에서 찾아내고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의 신문과 잡지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런 것만 묻더군요. 하지만 그건 과거에 이미 제 나름대로 해결하고 통과한, 일이라서, 솔직히 지금 저에게는 별로 흠미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해 죄송했지만요.
가와이: 재미있군요.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앞으로 디태치 먼트가 매우 큰 과제가 될 겁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가족이나 가문의 유대가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것으로 부터 디태치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니까요.
무라카미: 그것이 정신적으로나 병리적으로 문제가 클까요?
가와이: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얘기가 조금 빗나가는 것 같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너무 급속하게 서양화 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굉장히 이기주의적으로 변했다고 어떤 한국인이 그러더군요. 개인주의가 몹시 심해서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 한다는 겁니다. 반면 일본인은 서양화되면서도 의외로 전체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은 그런 점을 보고 배워야 한다면서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가족에서 자신의 동일성을 인식하는, 말하자면 '패밀리 에고'를 갖고 있잖습니까? 그것은 개인과 개인이 관계와 그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온 서양의 개인주의와는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패밀리 에고 밖으로 나오면 그때는 정말로 에고이즘이 되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일본인의 경우는 패밀리 에고와는 또 다른 '필드 아이덴티티', 즉 자신이 있는 곳을 동일성의 기초로 만드는 매우 재미있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회사를 활동영역으로 삼거나 가정을 활동 영역으로 삼아 각각 능률적으로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중에서 참다운 의미의 개인주의에 눈뜬 사람은 가족으로부터 디태치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것은 엄청난 기폭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무라카미 씨의 소설에서 디태치적인 면을 읽고 감동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닐까요.
여기서 무라카미는 무라카미 하루기로, 나는 이책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다. 디태치 디태치먼트를 웅얼 거리다가 아,,, 아,,, 하면서 책을 펼쳐 보았다. 아시아인, 한국인.. 전적으로 동의도 부정도 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주머니속 동전들을 만지작 거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동전은 쓰는 여하에 따라 소중한 돈도 될 수 있다.
돈에 관해 말하려면 머리가 아픈 부분들이 많지만,
좋은 마음들을 놓치면 머리에 보이지 않는 뿔들이 돋아 난다는 사실을 잘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