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7일
시작
어느 날 오후, 우연히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를 집어들고 별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몇몇 기사를 건성으로 읽다가 투서란에 게재된 독자의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잠간의 변덕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은 몹시 심심해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성지를 손에 잡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이 투서란을 읽는다는 것는 나에게는 무척 드문 일이다.
편지는 지하철 사린사건 때문에 남편이 직장을 잃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회사로 가는 도중에 운 나쁘게도 사린사건에 휘말려들었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며칠 후에 퇴원을 했지만 불행하게도 휴유증 때문에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처음에는 회사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사나 동료들이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런 차가운 회사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거의 쫓겨나다시피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가련한 젊은 샐러리맨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이중의 심각한 폭력에 대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건 이상한 세계에서 온 것' '저건 정상적인 세계에서 온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들 당사자에게 그것이 무슨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들에게는 그 두 종류의 폭력을 겨기와 저기로 구별하여 생각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보이는 겉모습이야 다를지언정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그둘은 같은 지하의 뿌리에서 뻗어나온 동질적인 것 같아 보인다.
나는 그 편지를 쓴 여성(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또한 그 남편(들)의 사정을 알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이렇게 가혹한 이중의 상처를 생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좀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지하철 사린사건의 피해자를 인터뷰해보겠다고 구체적으로 마음을 먹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물론 그 잡지에서 읽은 편지만이 이 책을 쓰게 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점화 플러그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그 시점에서 내 마음속에는 이 책을 써야 할 몇 가지 커다란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다. 거기에 관해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천천히 이야길할 생각이다. 우선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하루키적 기폭력이 발아된 현실세계의 행동들. 크고 작은 사건들. 그 세계의 소용돌이에 우리는 살고 있다라 얘기하고 싶지만 역시나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백그라운드의 이미지들 내 사고가 아닌 타인의 사고. 다수라는 폭력성을 띤 집단 행동체계가 다수겠지. 조용한 밤에 홀로뜬 별처럼 조용하고 담담한 시선을 네게 보내고 싶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생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