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무라카미 하루키

2010년 12월 26일

by Taehun Roh

"난 바닷가에서 태어났어"라고 나는 말을 이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날 아침에 해안가로 나가 보면, 해변에 이런 저런 것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었어. 파도가 떠밀어다 놓은 거지. 상상도 못할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 병이랑, 신발이랑 모자랑, 안경 케이스 따위에서 부터 의자, 책상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쌓여 있었지. 어재서 그런 것들이 해변으로 밀려오는 것인지 난 짐작조차 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난 그런걸 찾기를 아주 좋아해서, 태풍이 오는 것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지. 아마도 어딘가의 해변에 버려져 있던 것이 파도에 휩쓸려 이쪽 해변으로 또다시 밀려오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는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고, 빈 술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바다에서 밀려온 건, 어떠한 것이라도 이상할 정도로 깨끗이 정화되어 있는 거야. 쓸모도 없는 잡동사니 같은 것뿐인데도, 모두가 깨끗했지. 더러워서 손을 댈 수도 없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어. 바다란 특수하지. 지금까지 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늘 그런 해변의 잡동사니 같아. 나의 생활이라는 것은 늘 그런 상태였어. 잡동사니를 모아서 나름대로 깨끗이 갈무리해서는 다른 곳에 내팽개쳐 놓지만 쓸모는 없고, 거기에서 썩어 없어질 뿐이야."

"날이 밝을 무렵 어렴풋한 시간이 좋아요."
그녀가 얘기한다.



어렴풋한 모두가 잠이들고, 모두가 잠이 깰 그 시간의 공백 속을 나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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