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과 차가움이 내려 앉은 새벽

by Taehun Roh

열기가 담긴 몇일 이었다. 목요일에는 승리가 있었고, 금요일에는 여인이 있었고, 토요일은 무리가 있었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간 늦은 새벽 담배 하나를 사서 나무아래서 연기를 마시고 내뿜어 보았다. 아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이 시간. 나는 흐릿한 너를 생각한다. 여러 존재가 겹쳐져 있는 너는 이제 더이상 한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왔다. 적막을 구했지만 이 적막과 차가움이 내려 앉은 밤이 낯설다. 금요일 저녁 가정집 소파 같은 곳에 나란히 앉아 우리는 이야기의 덩어리야라는 말을 너에게 전했다. 너를 미워한 시절이 있었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눈이내려 얼음으로 뒤덮힌 길에서 너는 나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또 나란히 앉았다. 취기가 오를수록 공성전을 펼치는 일상 세계의 갑옷과 가면이 흘러내렸다. 다음날 아침 어제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라고 시작되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옷을 차려입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알제리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모르는 아름다운 여성이 지하철에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은채 큰 파란 눈을 이쪽 저쪽 둘러보고 있었다. 일곱살 정도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니 엄마가 눈인사를 보냈다. 형과 어린이대공원역에 세종대로 들어가 자문을 주는 어른을 만났다.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경험담과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들려주었고 속깊은 이야기에 우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이자 해단식인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또 다시 여러 이미지가 겹쳐진 너에 대해 생각한다. 여러이미지가 겹쳐진 나에 대해 생각한다. 공성전. 이야기의 덩어리. 시간의 총체.


그리고 일요일 아침. 가만히 앉아 본다. 나를 보고 너를 본다. 네가 나라고 작게 속삭인다. 그리고 나는 너라고도 말한다. 흐름은 이어지나 입술은 꾹 다물어진다. 침묵을 견디는 시간. 음악을 튼다. 음악이 빈 틈 어딘가를 채운다. 무에서 이야기가 태동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된 수 많은 이야기들. 만남과 헤어짐. 숲속 깊은 곳에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너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바다와 강에 소식을 물어본다. 대답없는 희미한 메아리가 들린다. 이 메아리가 떠나기전 시간으로부터 울려온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알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을 자연에서 찾고 자연은 옅은 따뜻함으로 돌려준다. 심장 어딘가에 늘 네가 있다. 때문에 나는 생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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