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질 돌뢰즈

2011년 11월 4일

by Taehun Roh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로 기호이다. 기호는 우연한 마주침의 대상이다. 그러나 마주친 것, 즉 사유의 재료의 필연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분명히 기호와의 그 마주침의 우연성이다. 사유활동은 단지 자연스러운 가능성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사유활동은 단 하나의 진정한 창조이다. 창조란, 사유 그 자체 속에서의 사유 활동의 발생이다. 그런데 이 발생은 사유에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것, 처음의 혼미한 상태, 즉 단지 추상적일 뿐인 가능성들로부터 사유를 벗어나게 하는 어떤 것을 내포하고 있다.


사유함이란 언제나 해석함이다. 다시 말해 한 기호를 설명하고 전개하고 해독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번역하고 해독하고 전개시키는 것이 순수한 창조의 형식이다. (……) 우리는 강요당해서, 시간 안에서만 진실을 찾는다. 진실을 찾는 자는 애유인의 얼굴에서 거짓의 기호를 알아채는 질투에 빠진 남자이다. (……) 한 천재가 다른 천재를 부르듯 예술 작품이 그에게 창조하도록 강요하는 기호들을 방출하는 한, 그는 독자이며 청자이다. (……) 언제나 창조는 사유활동의 생성과 마찬가지로 기호에서 출발한다. 예술작품이 기호들을 탄생시키는 만큼 도한 예술 작품은 기호에서 태어난다. 질투에 빠진 남자와 마찬가지로 창조자는 기호를 감시하는 신성한 해석자이며 진실은 그 기호에서 누설된다.

-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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