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진은영

by Taehun Roh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음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네가 나를 찾고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한 유리 조각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면 부상하는 고요함을 네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평온함이 언제나 너와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세상의 햇살과 달빛이 너에게 모아지기를 바래. 시집에서 이 시를 보고 올해 내내 가슴 속에 품고 다녔으니 지금 네게 건네. 싯구처럼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며 내가 세상의 쓴 잔을 마실테니 넌 투명하게 보내렴. 나의 행복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을테니 짐은 나에게 모두 맡겨놓고 세상속에서 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렴. 네가 웃는 나날들을 보낸다면 나는 조용히 세상의 구석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네가 웃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