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이들의 사회 진출까지

2025년 1월 15일

by Taehun Roh

세 아이가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두 아이는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Year 3에 입학해 지금은 Year 8에 재학 중이다. 막내 아이는 현재 Year 5에 재학 중이다. 영국 학년의 시작은 한국과 달리 9월이다. 한국의 학제와는 틀리다. 한국이 만 6세부터 정규 교육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만 5세에 시작한다. 이 차이가 두 나라의 교육 환경에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된다.

영국의 교육 체계는 크게 프라이머리 스쿨(Primary School)과 세컨더리 스쿨(Secondary School)로 나뉜다. 프라이머리 스쿨은 6년, 세컨더리 스쿨은 7년 과정이다. 이 중 세컨더리 스쿨의 첫 5년은 의무교육(다음 2년은 대학 진학반과 취업 진학반에서 선택 가능)이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은 11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치고 성인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대학 진학률이 50% 전후인 영국과 달리, 한국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양국의 교육 목표는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다. 영국은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과 선택권을 존중한다. 부모나 교사의 지도와 격려가 한국의 것보다는 영향력이 적고 학문 외 직업 세계로의 빠른 진입이 성년이 된 학생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영국 교육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학생의 행복과 개인의 자유, 그리고 다양성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건강을 최우선으로 둔다. 학생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나 전담 교사를 배치 한다. 어린 나이부터 종교, 인종, 성적 다양성을 교육하며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단순히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미술, 음악, 드라마(연기), 체육 등 창의적인 활동과 체력 증진을 목표로 한 과목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이 시험과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다. 특히 미술과 드라마(연극) 같은 과목은 학업의 일부 라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발현하는 중요한 기회로 여겨진다. 학생들의 작품은 학교 곳곳에 전시된다. 정기 공연은 학부모 들에게도 아이와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세컨더리 스쿨의 마지막 2년(Year 12-13)은 학생의 특성과 진로에 맞춘 선택 과목으로 구성된다. 학교는 진로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흥미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부모들도 이때는 청소년이 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대학, 직업교육, 인턴십 등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 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사교육이 예체능 계열을 제외하면 거의 드물다. 공교육 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교사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교사가 단순히 교육자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장려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런 환경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개인의 권리와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양쪽으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이 영국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는 점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성공의 기준이 단일하지 않다는 아이들만의 인식이다. 대학 진학이 성공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길을 걷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여긴다. 이런 철학은 학생들에게 자립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길러준다. 인생에서 행복과 성취의 의미를 스스로 결정하고 정의하는 힘을 실어준다.

영국의 학부모 모임에서 놀랐던 점은, 아이가 수학이나 영어를 잘하는지 여부에 대화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정서적 안정과 창의성, 그리고 타인과의 협력을 더 중시하고 있었다. 대화 주제의 대부분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즐기고 어떤 친구들과 친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제는 9,000km 떨어진 서울과 런던의 심리적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영국 교육에서 경험한 다양성과 자율성의 가치는 한국의 교육과 비교하면 시사점이 있었다. 앞으로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교육 문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에서 개인과 집단의 균형이 좀더 섬세하게 맞추어지는 날들도 상상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지켜보며, 다양성의 가치를 배우는 것은 어쩌면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그밖의 사람들에게도 배움과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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