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일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가 나 자신을 연구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나를 연구한다네
시장의 전문가와 지식장사꾼들이
나를 소비자로 시청자로 유권자로
꿈과 심리까지 연구해 써먹는다네
내 모든 행위가 CCTV에 찍히고
전자결제와 통신기록으로 체크되듯
내 가슴과 뇌에는 나를 연구하는
저들의 첨단 생체인식 센서가 박혀있어
내가 삶에서 한눈팔고 따라가는 순간
삶은 창백하게 빠져나가고 만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최고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네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 내는 것
박노해, <자기 삶의 연구자>중에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상처가 무엇인지, 내 결핍이 무엇인지, 내 한계가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깨닫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주변 환경은 무엇인지, 내가 끝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삶의 장애물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된다는 것은 거대한 미디어와 우리 손에 닿지 않는 정치적 권모술수에 내 삶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함부로 분석하고 재단할 수 없게, 그들이 우리 삶을 함부로 통제하고 장악할 수 없게 저마다 삶의 터전을 탄탄히 갈고 닦는 것이다.
그것은 내 삶이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이유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는 배짱을 필요로 한다.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함께’바꾸어가기 원하는 멋진 친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이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아니 반드시 견디어야 하는 것으로 만들수 있는 지혜를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내 삶을 만드는 최고의 기술자는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는 것이다.
어찌 그길이 쉽겠는가. 모두들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외쳐야만 살아남을 것만 같은 이 무서운 세상에서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 삶. 그것이 바로 억압받을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진리, 상처 받을수록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사랑, 저항할수록 더욱 싱그러운 젊음, 외로울수록 더욱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길이다. -정여울-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