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다. 오랫동안. 생각은 몸의 어디를 통해서도 계속 흘러 들어왔고 생각 하나하나에 고개를 젓거나 끄덕였다. 작고 사소한 것이 때로는 모든 것이 되어간다. 아이가 어른이 되듯, 하나의 씨가 나무가 되듯. 우주도 전무에서 폭발하여 생기는 거니까. 그렇기에 감정이나 기억의 사건에 시야를 뺏기지 않고 작고 작은 걸음을 이어나간다.
이 작은 숲에서 많은 것들이 하나의 쌍으로 생명이 유지되거나 계승되고 있음을 바라본다 . 주위에 많은 것들이 네 얼굴이자 내 얼굴이다. 그런 세계속을 걸어가다 잠시 멈춰 서기도 하며 걸어간다. 의미와 무의미의 축제속에서 나눈 많은 대화를 떠올린다. 미래가 떠오르지 않고 최근의 일들이 더 많이 떠오를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고 그래야만 하는 날이다.
숱한 말들 속 무심결에 네가 뱉어낸 비밀의 말들. 의미로 가득찬. 그 말을 기억해낸다. 그 비밀의 말중 하나는 '나도'라 시작하는 말이 있었고 그 말이 이렇게 묵직함을 가지고 심장속으로 내려 앉을지는 그땐 몰랐다. 이제는 이 걸음의 끝, 이 하루의 끝자락 해가 땅속 어딘가로 내려가 잠시 숨죽일 시간에도 그말이 굳게 닫힌 입술을 통과하지 못할테니 해가 떠오르기 전, 길모퉁이 어딘가에 서서 갔던 발걸음을 뒤로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첫번째로 이야기를 남기기를 선택한다.
우리는 이야기의 덩어리야라고 나는 너에게 말하곤 했다.
좋은 이야기를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그리고 글이나 책을 통해서 언젠가는 말할테야. 언젠가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처럼 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한낮에만 떠오르는 작은 꿈일지라도. 너와 나의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너는 말했다. 이 이야기를 나는 늘 간직하고 있다.
도처에 연결로 넘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폰뒤의 세계와 연결되거나 그 세계를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그 뒤에 세계에는 거대한 무와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된 화려함, 욕망의 꿈틀거림이 꽃처럼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이 작은 길을 걸으며 이 길 어딘가에 있는 너를 생각하며 계속해서 곁눈질을 하고 마음을 쓴다. 왜냐하면 너는 나이자 전무이자 전부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모든 이야기는 너와 나의 이야기이다. 너는 때론 나로 둔갑한다. 나와 너는 번갈아 용이되고 파도가 된다. 너와 나는 삶이자 죽음이 된다. 너와 나는 떠오르는 태양이자 어둠속에 빛을 뿜어내는 달처럼 변신한다. 세상의 공포의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슬픈일이 가득하지만 침착하고 차분하라고 나는 네게 너는 내게 말한다. 때론 너는 그런것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세상을 알만큼 알고 있다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걷는다. 오랫동안. 걷는것이 알게 하진 않겠지만 오늘도 내일도 애가 타는 일들이 또 일어나고 밤은 어둡고 깊게 다가오겠지만 할 수 있는것은 비우는 일이다. 한숨과 걷기는 채움을 위한 전초 단계가 되니까. 많은 것은 우연과 운명의 산물이지만 비움과 걷기는 할 수 있는 적극적 기저와 기제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 같이 걷자고 말하고 싶다. 길의 끝은 소실점이 있어 끝이 있어보이나 끊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직 못했어. 어쩌면 소설이나 가상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메타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그렇게 길을 걷고 문장하나와 단어하나를 길어올린다면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서 조금씩 그 바뀌어진 세상속으로 들어가 살 수 있게 될 그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것이 다음 이야기 또는 그 다음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세상은 절대로 우리를 가만두지 않고 늘 가져가기만을 바라며 탐욕스런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나도 뺏기지 않으려고 때론 가져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세상속에서. 주고 뺏기를 반복하는 미친 세상속에서 부처나 예수로 불리우는 사내들처럼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그 안에 꽃피워진 온기하나를 네게 건내고 싶다. 이 소실점의 끝에서 웃고있는 사람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