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지미, 그리고 알버트
1800년대 후반 도래할 재즈를 견인할 음악 요소들이 미국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노동요, 랙타임, 블루스, 흑인 영가 등이 그것입니다. 이 스타일들은 유럽의 클래식과 일부 접목이 되었고 아프로 어메리칸의 팍팍한 삶 속에서 이들의 애환을 달래며 일상에 자리잡습니다. 결혼식, 장례식, 선술집 공연, 보더빌 연주, 각종 행사 및 이벤트 등을 거쳐 음악은 20세기를 맞이합니다. 수 십년이 지나 뉴올리언즈를 중심으로 남부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스타일을 보이는 음악이 형성되는데, 피아노 중심의 랙타임 연주자들의 출연 이후 루이 암스트롱 등 뛰어난 연주자들이 등장하여 초기 재즈가 장르로 정착합니다. 이 재즈를 전통 재즈 혹은 뉴 올리언즈 재즈라고 부르게 되며 딕시랜드 재즈와 혼용하기도 합니다. 이 시점을 1920년대 전후로 봤을 때 재즈는 이미 한 세기가 지났고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탐구와 열정은 수많은 하위 장르를 잉태하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재즈 즉, 스윙, 비밥, 하드밥, 쿨, 웨스트 코스트 재즈, 모달, 포스트밥, 서드스트림, 보사노바, 아프로큐반 재즈(큐밥), 보사노바, 프리, 아방가르드 재즈, 재즈 퓨전 등은 이러한 역사의 산물입니다. 특히 스윙 이후 재즈 퓨전이 나타나기 전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스타일을 모던 재즈라고 합니다. 재즈가 번성함에 있어 중요한 동인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하나요 당대를 이끈 아티스트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접근이 둘입니다. 여기에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뮤지션들과 재즈 팬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재즈를 고양시켰습니다. 예술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때론 찬반과 격한 논쟁 속에서.
2024년 4월 현재 재즈 뮤지션들의 연령을 본다면 2세대에서 4세대에 걸쳐 있습니다. 즉, 재즈 1세대 뮤지션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 재즈 2세대들의 연령은 90대 전후이고 이들은 주로 1940년대 밥을 거친 연주자들입니다. 이들의 손자 혹은 증손자뻘인 20~30대 뮤지션들은 당시의 지각변동(스윙에서 밥으로의 퀀텀 점프 또는 혜성과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이후의 지구)과는 비교할 수 없으나 선배 뮤지션들이 다져놓은 단단한 재즈 토양 위에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품종의 씨앗을 뿌려 형형색색의 재즈를 키우고 있습니다. 21세기 중후반이 되면 이들이 일군 재즈는 한 세기 이전의 재즈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인류의 몸 속에 있는 유전자가 우리의 모습을 특징지워주고 점진적으로 변화시켰듯이 재즈도 그렇게 되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수년간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우리가 추앙했던 아티스트들의 부고를 듣게 됩니다. 재즈 역사상 형제 뮤지션들이 꽤 있었는데 지난주 88세로 생을 마감한 알버트 히스가 그 예입니다.
퍼시 히스(1923~2005), 더블 베이스
지미 히스(1926~2020), 색소폰
알버트 '투티' 히스(1935~2024), 드럼
퍼시 히스는 재즈 앙상블 모던 재즈 쿼텟(1952~1997)에서 활약한 베이시스트입니다. 또한 캐논볼 애덜리, 냇 애덜리, 아트 파머, 클리포드 브라운, 디지 길레스피, 마일즈 데이비스, 웨스 몽고메리 등의 사이드맨으로 재즈사에 남는 명연에 참여하였습니다. 스타일은 쿨 재즈에 가깝습니다.
지미 히스는 비밥과 하드밥을 주로 연주한 색소포니스트로 20여 편의 리더작을 발표하였고, 케니 도햄, 아트 파머, 커티스 풀러, 밀트 잭슨, 샘 존스, 허비 맨 등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알버트 히스는 존 콜트레인의 초기 멤버로 연주를 하였고 제이 제이 존슨, 아트 파머, 바비 티몬스, 소니 롤린즈, 덱스터 고든, 케니 드류, 조니 그리핀, 허비 행콕, 니나 시몬, 유셉 라티프, 테테 몬톨리우 등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들과 연주하였습니다. 주로 하드밥 연주를 들려주지만 특정 스타일에 한정하긴 어렵습니다. 프리랜서로 수많은 세션에 참여하였고 스탠포드 재즈 워크숍을 통해 재즈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이 삼형제는 1975년 피아니스트 스탠리 코웰(1940~2020)과 함께 쿼텟 편성의 히스 브라더즈를 만들어 활동하였고 이 그룹은 퍼시 히스가 사망하기까지 존속하였습니다.
히스 형제들은 리더작보다는 리딩 아티스트의 멤버로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재즈 장인들의 명작에 이들의 이름이 종종 보입니다. 여기서는 삼형제의 대표작을 한 장씩 소개해드립니다.
지미 히스: Love Letter(2020), 쿼텟/퀸텟/섹스텟/셉텟
히스가 타계하기 몇 주전 녹음을 마친 유작입니다. 히스의 색소폰에 리듬 섹션 트리오가 참여한 쿼텟 편성입니다. 여기에 영 라이언 윈튼 마살리스(트럼펫), 러셀 말론(기타), 몬테 크로포트(비브라폰), 그리고 보컬 재즈 아이콘인 세실 맥로린 살반트와 그레고리 포터가 게스트로 출연하였습니다. 피아노는 케니 배론입니다.
퍼시 히스: A Love Song(2003), 쿼텟
히스의 첫 리더작입니다. 79세에 녹음하였습니다. 동생 알버트 히스가 드럼을 맡았습니다. 히스는 이 앨범에서 첼로를 연주합니다.
알버트 히스: Kwanza(1973), 섹스텟
히스의 두 번째 리더작입니다. 앨범명 크완자는 줄루어로 첫 번째라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에는 히스 브라더즈가 모두 참여했고 트롬본(커티스 풀러), 기타(테드 던바), 피아노(케니 배론)가 추가된 섹스텟 편성입니다.
아래는 삼형제가 히스 브라더즈 쿼텟(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발표한 앨범입니다.
더 히스 브라더즈: Marchin' On(1975), 쿼텟
히스 삼형제의 데뷔작입니다. 앨범 커버의 흑백 사진은 히스 형제의 부모(퍼시 시니어 히스, 알레티아 히스)입니다. 연주는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합니다.
재즈는 항상 우리 곁에 있습니다. 직관 포함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좋은 작품을 찾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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