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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첫 내한 공연에 부쳐

by 핫불도그

브릿팝의 등장

영국 팝(혹은 록)은 1960년대 비틀즈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미국으로 수출되어 신드롬을 일으킵니다. 록 음악에 로큰롤, 블루스, 포크 등의 요소를 접목하여 보다 강력한 사운드를 분출하는 하드 록 밴드가 등장합니다. 롤링스톤즈,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등이 예입니다. 록 음악에 콘셉트 형식과 신시사이저의 활용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지향한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EL&P, 제네시스 등이 출현했는데 이를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부릅니다. 록 음악에 강렬한 비트와 시끄러운 사운드를 얹어 강력한 사운드와 기타 솔로를 펼치는 헤비메탈도 등장합니다. 며칠 전 타계한 오지 오스본이 몸담은 블랙 사바스와 레드 제플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한 밴드가 하나의 장르로만 연결되지 않습니다. 어느 밴드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연주가 변화하고 작품의 스타일이 바뀌곤 합니다. 라이벌로 비교가 되었던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비틀즈가 상대적으로 팝적이고 롤링스톤즈가 록적이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감상자에게는 그렇게 들립니다. 또한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을 보면 전자가 하드 록의 대표 밴드로 후자가 헤비메탈의 처음에 거론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에 이르며 팝과 록은 르네상스를 맞이합니다. 한편 미국의 팝은 1980년대 마이클 잭슨 등을 통해 폭발합니다. 이 르네상스기를 지나면서 영국 음악이 중요한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데 펑크(Punk)와 뉴웨이브(New Wave)를 꼽을 수 있습니다. 뉴웨이브는 펑크의 요소를 자양분으로 팝적인 사운드와 신디사이저 중심의 전자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며 1980년대를 풍미합니다. 펑크는 또한 하드 록 혹은 헤비메탈로 대변되는 주류 록 음악의 반대편에 있던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는 이를 얼터너티브 록(대안 음악, 주류와 대별되는)이라 부릅니다. 이어서 1980년대 음악적 사조를 바탕으로 영국 본연의 문화가 부각된 음악이 1990년대에 등장하는데 이를 브릿팝이라고 칭합니다.


이상 1960년대 이후 30년간의 음악을 천자로 요약하였습니다.


브릿팝의 빅 4

로큰롤, 팝과 록,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 헤비메탈, 펑크, 뉴웨이브 이런 순서로 대중음악의 주요 장르가 이어서 혹은 중첩되며 발전하였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 이전 밴드들의 음악적 자양분을 토대로 전보다 덜 무겁고 귀에 감기는 사운드를 제공하는 밴드들이 등장합니다. 브릿팝의 황금기. 그중 전설로 남은 네 개의 밴드가 있습니다.


펄프, 스웨이드, 블러, 오아시스. 이들은 포커를 구성하는 무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무늬로만 본다면 스페이드가 맨 앞인데 스페이드에 대응되는 밴드를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독자들의 취향에 해당하며 정답은 없습니다. 포커의 네 가지 무늬가 숫자와 결합해야 온전한 게임이 되듯이 이 네 밴드가 모여야만 브릿팝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브릿팝을 소개하려면 별도의 시리즈로 연재해야 할 것 같은데 맛보기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네 브릿팝 밴드를 간략히 소개하고 이번에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펄프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펄프(Pulp)

펄프 (출처: Tom Jackson)

활동 기간: 1978~2002, 2011~2013, 2022~

주요 멤버: 자비스 코커(보컬), 러셀 시니어(기타, 바이올린), 마크 웨버(기타, 키보드), 스티브 매키(베이스), 캔디다 도일(키보드), 닉 뱅크스(드럼)

1990년대 중후반 노동자 계층 청년들 등 비주류를 대변하는 음악으로 브릿팝의 다른 흐름을 주도

2025.8.2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5’로 첫 내한 공연


스웨이드(Suede)

스웨이드 (출처: Sky/Dean Chalkley)

활동 기간: 1989~2003, 2010~

주요 멤버: 브렛 앤더슨(보컬), 맷 오스만(베이스), 리차드 오크스(기타, 피아노), 닐 코들링(키보드, 리듬 기타), 사이몬 길버드(드럼)

네 밴드 중 가장 먼저 인기를 끌며 브릿팝의 시초가 된 밴드

상대적으로 어두운 사운드를 지향


블러(Blur)

블러 (사진: Linda Brownlee)

활동 기간: 1988~

주요 멤버: 데이먼 앨반(보컬), 알렉스 제임스(베이스), 그레이험 콕슨(기타, 보컬), 데이브 로운트리(드럼)

오아시스의 라이벌로 오아시스와 더불어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밴드

유머러스함이 어우러진 작품들, 밴드명과 비슷한 약간은 흐릿한 재미있는 멜로디


오아시스(Oasis)

오아시스 (출처: AFP/Mike Clarke)

활동 기간: 1991~2009, 2024~

주요 멤버: 리암 갤러거(보컬), 노엘 갤러거(기타), 폴 아더스(리듬 기타, 키보드), 폴 맥기건(베이스), 알란 화이트(드럼)

브릿팝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

단순한 가사와 귀에 감기는 멜로디

갤러거 형제의 애증의 관계 그리고 역사적인 재결합, 2025.10.21 내한 공연


펄프는 총 8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였는데 최신 앨범은 2025년 6월의 <More>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을 수 있겠지요. 펄프의 작품들 중 세 장이 반짝입니다.


펄프의 대표작

1978년 밴드가 결성된 후 두 번의 재결합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펄프. 밴드명은 1972년 영국 코미디 영화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1980년대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표작이 되는 작품들을 이어서 발표합니다. 사진의 세 앨범이 그 주인공으로 왼쪽부터 1994년 4집 <His 'N' Hers(그 남자 것, 그 여자 것)>, 1995년 5집 <Differeent Class(다른 계급)>, 1998년 6집 <This is Hardcore(이건 하드코어)>로 펄프의 대표곡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습니다. 곡은 리더인 코커가 대부분 작곡하였는데 그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가사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여기에 빠른 리듬, 귀를 두드리는 멜로디, 가사에서 표출되는 메시지를 어수룩하게 받쳐주는 연주는 펄프의 음악을 다른 브릿팝 밴드와 구분짓습니다.


1994년 4집: His 'N' Hers

펄프를 블릿팝의 중심으로 안내한 앨범이자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앨범 커버에 멤버들의 사진이 실렸는데 회화적인 색채가 느껴집니다. 앨범은 머큐리 음악상(브릿팝 어워드의 전신) 후보에 올랐습니다. 총 11곡의 오리지널을 수록하고 있으며 "Lipgloss(립글로스)", "Babies(연인들)",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첫 경험을 기억하니?)" 등의 싱글이 있습니다. 오프닝 곡에서 엔딩 곡까지 가사를 음미하며 차례로 감상하길 권합니다.


1995년 5집: Differeent Class

4집을 뛰어 넘어 대중적인 성공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머큐리 음악상을 수상한 앨범입니다. 펄프의 대표곡인 "Commom People(평민)"과 "Disco 2000(디스코 2000에서의 재회)"이 실려 있으며 "Mis-Shapes(잘못된 모양)", "Sorted for E's & Wizz(절정에 도달할 준비가 되었으니까)", "Something Changed(뭔가 바뀌었어)" 등의 싱글이 포함됩니다.


1998년 6집: This is Hardcore

4, 5집에 이어 머큐리 음악상 후보에 오른 앨범입니다. "Party Hard(광적인 파티)", "Help the Aged(선배 시민을 생각해줘)", "This is Hardcore(이건 하드코어라고)", "A Little Soul(일말의 애정)" 등의 싱글이 수록되었습니다. 펄프의 노래는 대부분 리더이자 보컬인 자비스 코커가 작곡하고 일부 공동작이 포함됩니다.


3, 4, 5집을 순차적으로 트랙순으로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가사를 확인하는 과정도 좋은 감상법입니다. 펄프의 색다른 맛을 경험하고 나면 스웨이드와 블러에 관심이 갈 것이고 오아시스가 더욱 선명하게 들릴 것입니다. 어느새 브릿팝의 중심에 이르게 됩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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