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M 두 장의 앨범
이탈리아 프로그래시브 록은 클래식 또는 재즈의 형식, 구조, 그리고 연주 방식을 채용하였고, 키보드, 피아노, 오르간, 신시사이저, 무그 등 다양한 건반악기를 중심에 배치하여 음악의 극적 전개를 강화하는데 이런 이유로 아트록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프레미아따 포르네리아 마르꼬니(뜻은 '상 받은 마르코니 빵집', 약칭 PFM)는 1970년 밀라노에서 결성된 5인조 밴드로 1970년대 전반기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RPI, Rock Progressivo Italiano)의 르네상스 시기를 빛낸 그룹들 중 하나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고 전성기 멤버는 퀸텟입니다.
프랑코 무시다(1947): 리드 보컬, 기타
플라비오 프레몰리(1949): 리드 보컬, 키보드
마우로 파가니(1946): 보컬, 플루트, 피콜로, 바이올린
조르지오 피아자(?): 보컬, 베이스
프란츠 디 시오치오(1946): 보컬, 드럼, 퍼커션
무시다와 프레몰리가 리드 보컬을 맡고 나머지 멤버들이 백보컬을 담당하여 하모니와 멜로디에 강점을 보입니다. 또한 파가니의 관악기와 현악기는 클래식한 사운드를 통하여 심포닉 록에 근접합니다. 이태리 록의 공통적인 특징인 키보드(피아노, 신시사이저, 멜로트론, 오르간 등을 포함) 중심의 연주는 프레몰리가 맡았습니다. 피아자의 베이스와 디 시오치오의 드럼은 리듬 섹션을 잘 받쳐줍니다.
PFM은 RPI 밴드들 중에서도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사운드와 더불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연주를 풍성하고 세련되게 펼치는 집단입니다. 이들을 표현함에 있어 많은 형용사가 필요한 이유는 감상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멤버 전원이 참여하는 보컬 파트는 연주를 매력적으로 포장하여 고급진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PFM의 작품을 클래식에 비유한다면 모차르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감상을 통해 확인하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 중 '마르코니 베이커리'의 갓구운 빵에 먼저 손이 갑니다. PFM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10년 간의 휴지기를 포함 많은 멤버들의 변화가 있었고 작품 또한 그리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PFM을 대표하는 초기작 두 편을 소개합니다.
1971년 녹음하여 1972년 1월 발표한 데뷔 앨범으로 앨범명은 '1분짜리 이야기'입니다. PFM의 앨범 커버는 예술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이들의 사운드와 찰떡궁합입니다. 밀라노 출신 사진작가인 체사레 몬탈베티가 아트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몬탈베티는 PFM, 방코, 포뮬라 트레, 아레아, 딕딕, 루치오 바티스티 등의 앨범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수록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ntroduzione (1:10)
2. Impressioni di Settembre (5:44)
3. E' Festa (4:52)
4. Dove... Quando... (Parte I) (4:08)
5. Dove... Quando... (Parte II) (6:00)
6. La Carrozza di Hans (6:46)
7. Grazie Davvero (5:52)
에피타이저와 같은 첫 곡 'Introduzione (인트로두찌오네, 소개)'에 이어 앨범의 중심에 있는 'Impressioni di Settembre (임쁘레씨오니 디 세뗌브레, 9월의 인상)'와 'E' Festa (에 페스타, 휴일입니다)'가 두 종류의 메인 디시를 제공합니다. 달고 쌉쌀한 초콜릿에 빗댄다면 '임쁘레씨오니 디 세뗌브레'가 달달한 맛을 '에 페스타'가 묵직하고 쌉쌀한 다크 초콜릿의 풍미를 제공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메인 메뉴 'Dove... Quando... (도브... 꽌도..., 어디에... 언제...)'는 파트 1, 2로 연결되는데 야채의 아삭함과 불향 가득한 육질이 입 안에 맴돕니다. 마지막은 디저트 격으로 'La Carrozza di Hans (라 카로짜 디 한스, 한스의 마차)'와 'Grazie Davvero (그라찌에 다베로, 정말 고맙습니다)'가 따라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 작은 마을의 마르코니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은 어떤 정찬보다도 뛰어납니다. 앨범명의 '1분'짜리 이야기는 '1시간'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의 혀를 자극합니다.
이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점인 1972년을 빛낸 작품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데뷔작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합니다. PFM의 음악은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들인 킹 크림슨(King Crimson, KC), 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 GG), 제네시스(Genesis),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 Palmer, ELP), 예스(Yes) 등과 종종 비교됩니다. 이탈리아 밴드들은 영국 뮤지션들의 연주에 영향을 받으며 클래식적 접근을 통해 심포닉 록을 발전시켰고 다른 국가의 밴드들과 차별화된 프로그레시브 록을 제시하는데 마르코니 빵집이 시골 베이커리에서 전 세계적인 제과점으로 거듭납니다.
1972년 녹음하여 1972년 11월 발표한 2집으로 앨범명은 '친구를 위하여'입니다. 앨범 디자인은 1집에 이어 몬탈베티가 맡았습니다. 이 앨범 커버는 회화 사조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인데 이들의 음악에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함이 물씬 풍깁니다. 1집과 같은 해에 나온 2집은 1집과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PFM의 역량이 응축된 작품입니다.
수록곡은 다섯 편으로 전곡 멤버들의 공동작입니다.
1. Appena un Po' (7:43)
2. Generale (4:18)
3. Per un Amico (5:23)
4. Il Banchetto (8:39)
5. Geranio (8:03)
전작에 비하여 곡들이 길어졌지만 느슨한 긴장감이 모든 곡의 마지막까지 유지됩니다. 재즈적인 변칙성은 곡 전개를 복잡하게 하지만 클래식적 구조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성을 제고합니다. 첫 곡 'Appena un Po' (아페나 운 포, 조금만)'는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곡 'Generale (제네날레, 일반적)'는 파가니의 바이올린과 피콜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무시다의 기타, 프레몰리의 키보드가 곡의 전개를 매끄럽게 이어줍니다. 타이틀 곡 'Per un Amico (페르 운 아미코, 친구를 위하여)'도 멤버들의 연주가 잘 배치되었는데 무시다의 어쿠스틱 기타가 듣기 좋습니다. 무시다의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은 'Il Banchetto (일 반체또, 연회)'에서 잘 드러나며 리듬 섹션 트리오(프레몰리의 피아노, 피아자의 베이스, 디 시오치오의 드럼)의 연주가 오케스트레이션 효과에 감기면서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연회장에 모인 왕과 신하 그리고 예술가들을 연상하며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곡 'Geranio (제라니오, 제라늄)'는 동그란 모양의 꽃잎을 가진 제라늄과 춤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앨범 <페르 운 아미코>에는 귀에 쉽게 들리지 않는 악기들이 많이 등장하여 클래식의 교양곡과 같은 음장감을 연출합니다. 이탈리아 프로그레스브 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멤버들이 사용한 악기들입니다.
프랑코 무시다: 일렉트릭 및 어쿠스틱 기타, 12줄 기타, 만도첼로, 테오르보
플라비오 프레몰리: 피아노, 하몬드 오르간, 미니무그, 멜로트롬, 하프시코드, 스피넷, 튜블라 벨
마우로 파가니: 플루트, 피콜로, 바이올린
조르지오 피아자: 베이스 기타
프란츠 디 시오치오: 드럼, 퍼커션
PFM의 1, 2집을 감상한 후 이들의 1970년대 앨범을 연도별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다른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작품으로 폭을 넓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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