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들의 비상
미국에서 만들어진 음악 중 재즈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하여 다양한 음악을 흡수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약 10년의 간격으로 음악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 변화의 결과물이 재즈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전통 재즈, 스윙 재즈, 비밥(밥), 하드 밥, 쿨 재즈, 모달 재즈, 보사노바, 프리 재즈, 아방가르드 재즈 등이 재즈의 역사를 수놓았습니다.
재즈의 혁신가인 마일즈 데이비스는 1940년대 비밥을 시작으로 당대의 재즈 트렌드를 주도하며 재즈 역사에 빛나는 작품들을 주조하였습니다. 1960년대는 프리 재즈가 개화하였고 아방가르드 재즈로 이어졌는데 당시 미국은 흑인 인권, 베트남 파병, 워터게이트 사건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로 민감한 시기였고 청년들은 사회에 대한 외침으로 록 음악에 빠져듭니다. 비틀스를 필두로 영국의 록 밴드들이 최대 수요처인 미국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이를 '브리티시 인베이젼(영국의 침략)'이라고 부릅니다. 기타 중심의 전자 악기를 사용하는 록 음악은 앰프를 통해 강력한 사운드를 분출하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1960년대 괄목할 만한 재즈로 프리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꼽을 수 있지만 재즈 장르 중 인기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였습니다.
수많은 재즈 장르를 섭렵하며 20년 이상 활동한 마일즈 데이비스 또한 재즈의 정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돌파구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록 음악에 주목합니다. 결론적으로 데이비스는 재즈에 전자 악기를 도입하는 시도를 하였고 1960년대 말 몇 장의 앨범을 통해 새로운 재즈의 탄생을 알리게 됩니다. 재즈 퓨전이라는 장르는 그렇게 시작되어 1970년대를 풍미합니다.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는 멤버들의 역량 그리고 데이비스의 리더십으로 뛰어난 작품을 선뵈며 재즈 퓨전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의 밴드 멤버들은 1970년대 초중반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게 되는데 칙 코리아의 리턴 투 포에버,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의 웨더 레포트, 존 맥글러플린의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허비 행콕의 헤드헌터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데이비스 사단이 이끄는 1970년대 재즈 퓨전은 젊은 뮤지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었고 이후 재즈 퓨전은 빠른 속도로 분화하기 시작합니다. 재즈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변곡점을 꼽는다면 비밥과 재즈 퓨전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버드라고 불리는 찰리 파커와 어둠의 왕자인 마일즈 데이비스는 재즈의 맨 앞에 자리한 전설이 되었습니다.
재즈 퓨전은 1970년대 르네상스기를 거쳐 약 50년이 지난 2025년 현재까지도 빛을 잃지 않는 재즈의 중요한 장르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1980년대 재즈 리바이벌, 스무드 재즈, 보컬 재즈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재즈 퓨전은 여전하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특히 국내의 경우 재즈붐이 일었던 시기였습니다. 이 중심에 키스 자렛, 팻 메스니, 칙 코리아 등이 있었습니다. 밀레니엄 이후의 재즈는 재즈라는 큰 틀에서 다른 장르와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술한 재즈의 흐름 속에서 1970년대 중후반 재즈 퓨전의 격전지로 시계를 돌려봅니다.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과 제작자 래리 로젠은 1978년 둘의 이름을 딴 재즈 레이블 GRP(그루신-로젠 프로덕션)를 설립합니다. GRP에는 재즈 퓨전을 지향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GRP의 대표 아티스트들로는 데이브 그루신, 데이빗 베누아, 칙 코리아, 케빈 유뱅크스, 스티브 칸, 리 리트나워, 래리 칼튼, 게리 버튼, 빌리 코브햄, 존 파티투치, 다이안 슈어, 톰 스캇, 데이브 발렌틴, 마이클 브렉커, 스페셜 EFX, 립팅톤, 스파이로 자이라, 옐로자켓, 어쿠스틱 알케미, 크루세이더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앨범은 1980년대 말 CD의 도입과 1990년대 국내 재즈 붐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지게 됩니다.
여기서 말벌들이라는 밴드명을 사용하는 옐로재킷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옐로재킷은 1977년 기타리스트 로벤 포드가 키보드의 러셀 페란트, 베이스의 지미 해슬립, 드럼의 리키 로손을 영입하여 만든 캘리포니아 밴드입니다. 팀명 옐로재킷(말벌)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며 벌침으로 뭔가 톡 쏘는 것을 함축합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포드가 팀을 떠났고 윌리엄 케네디가 로손의 드럼을 대신하면서 페란트, 해슬립, 케네디가 주축이 되었으며, 1990년대 초 색소폰의 밥 민처가 조인하여 쿼텟 체제를 유지하다가 2010년대 중반 데인 앨더슨이 베이스를 맡게 되면서 2025년 현재 사진과 같이 페란트, 민처, 케네디, 앨더슨의 쿼텟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옐로재킷은 도시적인 스타일, 무겁지 않은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1981년 앨범 <Yellowjackets>를 시작으로 2025년 <Fasten Up>에 이르기까지 총 28장의 앨범을 발표하였고 여기에는 1992년 라이브 앨범 <Live Wires>가 포함됩니다. 이 세 장의 앨범은 옐로재킷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언급하였듯이 2025년 발표한 최신작 <Fasten Up>은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27집이고 통산 28집에 해당합니다. 러셀 페란트(키보드, 1952년 생), 밥 민처(색소폰, 1953년 생), 데인 앨더슨(베이스, 1983년 생), 윌 케네디(드럼, 1957년 생) 쿼텟입니다. 총 11곡으로 한 곡 제외 모두 옐로재킷 오리지널입니다. 이 앨범은 제68회 그래미의 최우수 재즈 기악 앨범 부문 후보작입니다. 발표는 2026년 2월 1일 예정입니다.
자, 그럼 안전밸트를 단단히 동여매고 말벌들의 비상을 감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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