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로스

주요작

by 핫불도그

Joel Ross(1995~)

재즈 연주에 사용하는 타악기로는 드럼과 퍼커션을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소리를 만들어 내는 주요 도구로 드럼은 스틱이나 브러시를 퍼커션은 손을 사용합니다. 다른 타악기로는 비브라폰과 마림바가 있는데 말렛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비브라폰은 금속판을 마림바는 나무판을 두드립니다. 비브라폰이 공명감 있는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면 마림바는 부드러운 음색을 특징으로 합니다. 드럼 스틱에 해당하는 비프라폰(마림바)의 말렛은 양손에 쥐는 개수에 따라 투 말렛 또는 포 말렛으로 구분합니다. 포 말렛을 사용하면 공명감이 더해지고 부드러운 음색과 화음을 만드는데 유리합니다. 재즈에서는 비브라폰이 마림바보다 더 소구되지만 두 악기를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들도 많습니다. 드럼이나 퍼커션 연주자에 비해 그 수가 제한된 것은 사실이지만 스윙과 빅밴드를 대표한 라이오넬 햄프톤(1908~2002), 비밥, 하드밥, 모달 등을 아우르며 쿨한 사운드를 주조한 모던 재즈 쿼텟의 밀트 잭슨(1923~1999), 하드밥 플레이어 바비 허처슨(1941~2016), 포 말렛 주법의 창조자인 게리 버튼(1943~) 등이 비브라포니스트로서 재즈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2020년대 재즈 비브라폰 계보를 잇는 가장 핫한 연주자가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1995년 생 조엘 로스입니다. 시카고 주 사우스 사이드 태생인 로스는 아버지가 음악 감독으로 있던 침례교회에서 드럼 연주를 시작했으며 가스펠, R&B, 재즈 등을 들으며 성장하였습니다. 10세에 자일로폰으로 악기를 바꾸었고 밀트 잭슨의 비브라폰 연주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0대 후반 블루 노트를 대표하는 비브라폰 및 마림바 연주자 스테폰 해리스(1973~)의 지도 하에 연주법을 향상시킨 로스는 2015년 뉴욕 소재 더 뉴 스쿨에 진학합니다. 이듬해 녹음한 곡들은 2019년 블루 노트를 통해 데뷔 앨범으로 출시되었고 로스의 음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9: KingMaker

2020: Who Are You?

2022: The Parable of the Poet

2024: nublues

2026: Gospel Music

로스는 데뷔 앨범으로 2019년 다운비트가 주관한 비평가 투표에서 떠오르는 별에 지명되었습니다. 2021~24년에는 비브라포니스트 1위를 4년 연속 차지하였습니다. 참고로 2025년에는 패트리샤 브레넨이 1위 조엘 로스가 2위였습니다. 블루 노트 소속 아티스트로서 발표한 5장의 앨범은 감상할 가치가 충분합니다만 여기서는 최근에 발표한 두 장을 골라 소개합니다.


2024년 4집 <nublues(새로운 블루스)>

로스의 비브라폰 연주가 각광받는 이유는 두 개의 말렛을 사용하는 특징적인 주법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 세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법에 있어서는 두 개의 말렛을 사용하여 선명한 소리를 유지하고 지나친 화음을 배제함으로써 금속판에서 울리는 소리를 최대한 제어합니다. 로스는 인터뷰에서 비브라폰이라는 금속판 악기를 가장 선호하지 않는 매우 도전적인 애증의 악기라고 하였습니다. 금속판에 말렛을 타격하여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의 비브라폰 연주는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의 대표 앨범 <December>를 떠올리게 합니다. 윈스톤의 연주가 눈 내린 12월 자작나무 숲의 황량함, 고즈넉함, 따뜻함이 공존하는 풍경을 연출하였다면 로스의 4집은 선명함이 강조된 느낌입니다. 둘째, 블루 노트를 통해 발표한 4집 <nublues(뉴블루스)>는 오리지널, 블루스, 스탠더드를 두루 선정하여 앨범명이 함의하는 바와 같이 새로운(nu, new) 블루스(blues)를 표방합니다. 이는 밴드 멤버들에게 자율적인 리듬 전개를 부여함으로써 실현됩니다. 스타일이 프리, 아방가르드 재즈이지만 듣기에 좋습니다. 나아가 5집에서는 다루는 주제와 연주가 한층 심화됩니다.


4집 라인업은 로스의 밴드인 굿 바이브즈(Good Vibes) 쿼텟에 알토이스트 임마누엘 윌킨스와 다악기 연주자인 가브리엘 가로가 참여하였습니다.

조엘 로스: 비브라폰
제레미 코렌: 피아노
카노아 멘델홀: 베이스
제레미 듀톤: 드럼
임마누엘 윌킨스: 알토 색소폰
가브리엘 가로: 플루트

총 10곡오리지널이 7곡이고 로스의 음악 세계에 영향을 미친 존 콜트레인(*)과 설로니우스 몽크(**) 작품을 각각 2곡, 1곡 수록하였습니다.

1. early, 2. equninox*, 3. mellowdee, 4. chant, 5. what am I waiting for?, 6. bach (God the Father in Eternity), 7. nublues, 8. ya know?, 9. evidence**, 10. central park west*

첫 곡은 제목과 같이 이른 아침의 풍경을 묘사하듯 차분하게 시작합니다. 두 번째 곡은 존 콜트레인의 1964년 앨범 <Coltrane's Sound>에 수록된 곡으로 제목은 '춘분 혹은 추분'을 가리킵니다. 콜트레인의 오리지널 연주가 콜트레인의 색소폰 솔로를 중심으로 맥코이 타이너의 피아노와 앨빈 존스의 드럼이 굳건히 받쳐주고 있다면, 이 연주에서는 로스의 비브라폰이 콜트레인 역할을 하고 색소폰의 윌킨스가 타이너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곡 '멜로우디'는 11분이 넘는 긴 곡으로 코렌의 피아노 연주가 돋보입니다. 네 번째에서 여섯 번째 곡까지는 가로가 피처링하여 플루트를 연주합니다. 특히 여섯 번째 곡 'bach (God the Father in Eternity)'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곡명으로 하며 로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듣다보니 밀트 잭슨이 활동한 모던 재즈 쿼텟의 1974년 앨범 <Blues on Bach>가 떠오릅니다. 로스와 잭슨이 비브라폰으로 블루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곱 번째 곡은 타이틀 곡이자 작품의 중심에 있는 'nublues'입니다. 앞에서 연주한 곡들에 비하여 무게감이 있고 멤버들의 즉흥 연주가 도드라진 곡입니다. 여덟 번째 곡 'ya know?'는 9분이 넘는 연주로 코렌의 피아노가 후반부를 리드하며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곡 'evidence'는 설로니우스 몽크와 밀트 잭슨 퀸텟이 1948년 7월 2일 첫 녹음한 몽크의 오리지널입니다. 75년 전 전설의 피아니스트와 비스라포니스트가 함께 한 연주를 로스와 코렌이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 'central park west' 또한 존 콜트레인의 앨범 <Coltrane's Sound>에 있는 곡으로 제목은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 공원 서쪽의 주거지를 가리킵니다. 콜트레인의 색소폰이 센트럴 파크 웨스트의 조용하고 차분한 인상을 표현하였다면 로스 또한 비브라폰으로 대선배의 느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2026년 5집 <Gospel Music(복음 음악)>

5집은 전작에 비하여 다루는 주제와 메시지에 있어 진일보합니다. 4집이 블루스에 대한 재해석이었다면 5집 <Gospel Music>은 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로스는 세 명의 누나와 한 명의 쌍둥이 형이 있으며 어린 아이 때부터 아버지가 교사로 활동한 교회에서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며 성장하였습니다. 종교라는 디엔에이를 갖고 있는 로스는 성서의 주요 내용(창조, 타락, 구원)을 희망과 사랑이라는 기쁜 소식(복음)을 재즈로 풀어내고 가스펠(복음)을 통하여 그의 조상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있습니다.


쿼텟 편성이었던 굿 바이브즈는 두 명의 색소포니스가 참여하여 섹스텟으로 확장되었고, 게스트 보컬과 기타가 참여하였습니다.

조엘 로스: 비브라폰
제레미 코렌: 피아노
카노아 멘델홀: 베이스
제레미 듀톤: 드럼
조시 존슨: 알토 색소폰
마리아 그랜드: 테너 색소폰
로라 빕스, 에켑 은퀘레: 보컬
앤디 루이스: 기타

5집은 총 17곡(15곡: 오리지널, 2곡: 커버*), 78분 작품입니다.

1. Wisdom Is Eternal (For Barry Harris), 2. Trinity (Father, Son and Holy Spirit),
3. Protoevangelium (The First Gospel), 4. Hostile, 5. The Shadowlands, 6. Nevertheless, 7. Word for Word, 8. Repentance, 9. The Sacred Place, 10. A Little Love Goes A Long Way, 11. Praise To You, Lord Jesus Christ*, 12. Calvary*, 13. The Giver, 14. To The Throne (The Mercy Seat), 15. Be Patient, 16. The New Man, 17. Now & Forevermore

첫 곡 'Wisdom Is Eternal(For Barry Harris)'은 로스의 비브라폰이 배경에 깔리고 색포폰 연주가 전면에 나서는 인트로 격으로 2021년 91세로 타계한 비밥 피아니스트 배리 해리스를 기립니다. 두 번째 곡 'Trinity(Father, Son and Holy Spirit)'은 창세기 1장에 나오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삼위일체를 표현합니다. 악기로 본다면 색소폰, 비브라폰, 피아노의 삼위일체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곡 'Protoevangelium(The First Gospel)'은 야고보의 복음서를 통하여 에덴 동산에서 시작된 인간의 원죄를 차분하게 이야기합니다. 2~4번 트랙의 연주 시간은 7~8분으로 성서 중심의 깊이 있는 해석과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곡 'Hostile'은 색소폰을 중심으로 대홍수 이전의 인류의 타락을 들려줍니다.


열 번째 곡 'A Little Love Goes A Long Way'은 사순절 기간에 부르는 찬송가로 가스펠 음악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드러납니다. 이전 곡들에 비해선 감상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열한 번째 곡은 'Praise To You, Lord Jesus Christ'는 로스의 배우자인 로라 빕스의 보컬을 특징으로 하는 커버곡입니다. 이어지는 흑인 영가인 'Calvary'는 사순절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으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골고타 언덕을 가리킵니다. 에켑 은퀘레의 목소리가 레퀴엠과 같은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어지는 곡 'The Giver'는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보컬을 특징으로 하는 발라드로 나눔에 대한 실천을 묵상합니다. 열네 번째 곡 'To The Throne(The Mercy Seat)'은 예수가 부활 후 승천하여 성부 옆에 앉은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마지막 곡 'Now & Forevermore'는 요한계시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일종의 콘셉트 앨범으로 성서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며, 로스가 시도한 작품의 의미와 비브라폰 연주에 초점을 두고 다른 악기와의 인터플레이를 살핀다면 좋은 감상이 될 것입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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