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앨범
학창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독일 밴드들의 강한 발음, 전자 사운드, 그리고 멜로디에 빠지곤 하였습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과 서독은 하나의 국가가 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서독, 동독 밴드를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한편 서독 밴드들에 비해 덜 알려진 동독 밴드들 중 몇몇은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면서 독일 및 유럽 전역을 포함 록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 중 아몬 듈 츠바이, 버스 콘트롤, 캔, 시티, 에덴, 엘로이, 엠브리오, 파우스트, 그롭슈니트, 구루구루, 제인, 카라트, 크라프트베르크, 노발리스, 루시퍼스 프렌드, 포폴 부, 텐저린 드림, 트라이움비라트 등이 국내에 알려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의 스타일은 심포닉 록, 사이키델릭 록, 크라우트록, 재즈록, 일렉트로닉 등으로 다양합니다. 예시한 밴드들 중 시티와 카라트는 동독을 대표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습니다.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의 무게를 재는 단위인 캐럿을 밴드명으로 사용하는 카라트(독어: Karat, 영어: Carat)는 1975년 보컬을 담당하는 허버트 드레일리히를 주축으로 동독에서 결성되어 1980년대 중반까지 십여년에 걸쳐 동독, 서독, 그리고 유럽에서 인기를 끈 밴드입니다. 멤버로는 아래의 다섯 명이 카라트의 황금기를 구축하였고 주요 멤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허버트 드레일리히(1942~2004): 보컬, 기타
울리히 "에드" 슈빌름스(1947~2023): 키보드
베른트 뢰머(1952~): 기타
헤닝 프로츠만(1946~): 베이스
미하엘 슈반트(1947~2022): 드럼
메인 작곡가는 키보드의 슈빌름스이고 보컬의 드레일리히가 일부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작사에는 언론인 노르베르트 카이저가 참여하여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카라트의 초기 작품들은 순수한 결정체로서 빛을 발하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보석은 2집 <Albatros> 입니다.
카라트는 1978년 데뷔 앨범 <Karat>에 이어 1979년 2집 <Über sieben Brücken>를 발표하였습니다. 2집은 동독보다 더 큰 시장인 서독을 겨냥하여 당시 서독 클래식 레이블인 텔덱을 통해 재발매되었는데 앨범명이 <Albatros>였고 커버 사진에 비행하는 알바트로스를 담았습니다. 국내에는 SKC를 통해 1990년 경 CD로 출시되었습니다. 2집을 대표하는 곡으로는 "Über sieben Brücken(위버 지벤 브뤼켄, 일곱 개의 다리를 건너)"과 "Der Albatros(데어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를 꼽을 수 있으며 전자는 동독 앨범의 타이틀이자 카라트를 대표하는 띵곡이 되었으며 후자는 서독 앨범의 타이틀이자 예술적 측면에서 카라트 음악의 정점에 있습니다. 8분이 넘는 대곡 "Der Albatros"는 울리히 슈빌름스 작곡, 노르베르트 카이저 작사로 폭풍이 몰아치는 광활한 바다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알바트로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이 제한되었던 당시 동독을 생각한다면 자유를 상징하는 알바트로스의 정치적 메시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주와 노래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960년대 말 혁신가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가 재즈 연주에 전자 악기를 도입함으로써 재즈는 퓨전화되고 당시에 유행한 록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재즈 퓨전은 1970년대를 주도하며 메인스트림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데이비스는 역량 있는 젊은 뮤지션들을 발굴하는 능력이 있었고 그의 밴드에서 활동한 영건들은 이후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재즈 퓨전을 주도하게 됩니다.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의 존 맥글러플린(1942~), 웨더 레포트의 조 자비눌(1932~2007)과 웨인 쇼터(1933~2023), 헤드헌터스의 허비 행콕(1940~), 라이프타임의 토니 윌리엄스(1945~1997), 그리고 리턴 투 포에버의 칙 코리아(1941~2021)가 데이비스 사단의 적자들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키스 자렛(1945~)인데 그는 데이비스 밴드에서 키보드 및 일렉트릭 피아노를 연주하였지만 솔로로 나서면서 어쿠스틱 피아노(그랜드 피아노)만을 고수하면서 솔로 피아노 연주, 즉흥 연주의 신기원을 이루게 됩니다. 자렛의 1975년 앨범 <The Köln Concert>는 현재까지 클래식 포함 모든 음악 장르를 통털어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5년 전 타계한 칙 코리아가 1972년 만든 재즈 퓨전 밴드 리턴 투 포에버(RTF, Return To Forever)는 편의상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1기(1972~1973): 조 파렐, 플로라 쁘링, 아이르뚜 모레이라,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2기(1973~1976): 알 디 메올라, 레니 화이트,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3기(1982, 2008): 알 디 메올라, 레니 화이트,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4기(2012): 장-뤽 퐁티, 프랭크 갬베일, 레니 화이트,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1기와 2기의 멤버와 작품은 용호상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기 대비 2기는 젊은 뮤지션들을 과감히 기용하여 록적인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2기 작품은 록 앨범으로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며 1기 작품은 재즈 퓨전의 방향을 제시한 역사적인 음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일곱 장의 RTF 앨범 중 하나를 고르라면 1집 <Return to Forever>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칙 코리아(피아노), 스탠리 클락(베이스), 조 파렐(플루트, 소프라노 색소폰), 플로라 쁘링(퍼커션, 보컬), 그리고 아이르뚜 모레이라(퍼커션, 드럼)로 이어지는 퀸텟은 라틴 재즈의 요소와 록 사운드 그리고 프로그레시브적 연주를 통하여 재즈 퓨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앨범 커버에 실린 사진은 사진작가 마이클 마누지안이 포착한 알바트로스를 담고 있습니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비행하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카라트의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알바트로스와는 차이가 있지만 두 작품 모두 프로그레시브 록과 재즈 퓨전의 보고에서 영원히 빛나는 명작으로 이제는 고전이 되었습니다.
알바트로스의 멋진 날개짓을 상상하면서 두 장의 앨범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핫불도그
키스 자렛(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