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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Sep 17. 2021

치킨... 너란녀석!

(남편의 웃픈 치킨스토리)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이지니 작가님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제가  써본 글 입니다-----



치킨.... 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너란 정말 ‘애증의 음식’이다.     

결혼 초, 남편은 저녁을 먹고도 치킨을 그렇게나 시켰다.

배가 고프냐고, 저녁이 부실했냐고, 물으면 그런 것은 아니란다.

남편의 유일한 취미는 밤늦게 예능을 보면서 치킨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남편 방에 옷장 구석에 수많은 치킨 가방을 보고 기함을 하셨다고, 제발 치킨 좀 끊을 수 있게 해 달라며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어머님도 못하신 것을 내가 어찌..ㅠ.ㅠ)


그때 신랑에게 물었더니 많으면 일주일에 5번도 치킨을 시켜 먹었다고, 아주 수줍게(?) 이야길 했었다.


(시어머님께서 타지에 가게를 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올라오셨기 때문에 퇴근하고 오면 저녁 겸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먹곤 했다는데, 나름 완전 범죄를 저지르려고 치킨 가방을 옷장에 숨겨 놓은 것이 결국엔 들켰다고 한다.)



여하튼, 결혼과 동시에 남편은 신혼집 근방의 모든 치킨가게를 ‘다 시켜버리겠다’라는 기세로 늦은 밤 매번 다른 가게의 치킨들을 시켜대기 시작했고, 결국 엄선한 맛 집을 정했는지, 서너 군데 치킨가게를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시키기 시작했다.




결혼 전, 나는 엄마 아빠와 살아서 야식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두 분은 초저녁이면 대부분 잠이 드셨고, 언니와 동생은 일찍이 서울로 상경했기에 나 혼자 야식을 먹자고 뭘 시켜 먹어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런 남편의 모습이 참 신기했고, 그리고 같이 야밤에 TV를 보면서 치킨을 먹으니 참 재미있기도 맛있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IS 뭔들!)     


그렇게 나는, 내 평생 먹은 치킨의 양보다, 남편과 함께 먹은 치킨의 양이 더 많아질 때쯤, 이제 더 이상은 치킨이 먹기가 싫어졌다.     


눈치를 챘는지, 남편은 치킨 동지를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치킨을 ‘이제 좀 줄이려나...?’ 싶었는데, 어느날 부터 내가 치킨을 안 먹겠다고 하면, 그걸 서재에 혼자 들고 들어가서 여전히 예능을 보며 취미 생활을 즐기곤 했다.(혼자 먹으니 더 좋아진 건가? 나는 동지가 아니라 경쟁자였나 보다!)  


하도 치킨만 시켜서 나도 뭔가 먹고 싶은 어떤 날엔, 같이 피자를 시켰더니 치킨 아저씨와 피자 아저씨가 함께 만나 우리 집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 느 날! 밤!!!!!

남편이 밤에 발가락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잠이 들 수 없을 만큼의 통증으로 새벽 내내 끙끙거리다가 아침 일찍 병원에 갔더니, ‘통풍’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나는 처음 듣는 생소한 질병에 너무 놀랐지만, 남편은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지(한번 그런 적이 있었다고 했다) 아주 침착하게, 이 병은 옛날엔 부자들이 걸리는 병이라고(참나;!), 암튼 약을 먹고 관리를 잘하면 괜찮다고 했다.      


나는 하루 종일 밤새도록 검색의 검색 끝에, 통풍은 ‘목숨엔 지장은 없는데 정말! 아프다’는 3대 고통으로서, 음식 관리를 잘해야 하며 특히 치맥이 통풍엔 최! 최! 최! 악!! (내가 볼 땐, 맥주는 그다지 마시지 않는데, 늘 1.5L 콜라 2/3과 함께했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방 나을 거라는 남편의 말과는 다르게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갔고... 결국 하루는 병가를 내더니, 급기야 도저히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반깁스 보호대를 신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다녀야 했다.     


이렇게 아픈 적은 정말 처음이었나 보다.

정말 한 6개월을 치킨의 ‘치’ 자도 꺼내지 않는 거 보면...

나는 정말!!! 그때!! 남편이 '치킨을 끊었다’

‘착각’을 했었다.     




6개월 하고 며칠이 지난 어 느 날 밤...!!!!!

“여보~! 나 치킨 하나만 시켜먹어도 돼요?”라고 나에게 물어본다.

(안 되는 걸 해서, 뭔가 찔리는 초등학생처럼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출산의 고통을 잊은 여자가 아이를 또 갖는다고 했던가? 신랑의 통풍의 고통은 6개월짜리였다.

그래도 그만큼 견디어 준 것이 대견하고 기특해서 치킨을 시켜 주었다.


그 후 어느 날엔, 퇴근하고 오는 남편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아무리 밖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집에까지 표정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닌데, 너무 걱정이 되고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어 “치킨 하나 먹을래요?” 했더니 표정이 살짝 풀어지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후로도 종종 표정이 어두워져 퇴근을 하면 몇 번을 그렇게 시켜주었더니, 어떨 때는, 방금 막~! 현관문 앞에서 급하게 장착한 표정인 게 딱! 느낌적인 느낌으로 오긴 했지만, 속아주는 척하며 역시나 또 치킨을 시켜 주었다.


하........

몇 번을 그런 식으로...

더...

먹게 해 주었다.  

(생각보다, 덜.. 아팠나보다.

 아님 망각곡선 그래프가 빨리 내려오거나...)   




그 이후로도 그 질병은 몇번 더 왔기에 이젠 치킨을 예전만큼은 자주 먹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나 보다.

어떻게 교육과 훈련을 시켰는지, 남편은 최애 야식이 치킨이라는 타이틀을 그렇게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대(代)를 물려주었다.


아이가 잘하고 칭찬받을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은 그렇게나 치킨으로 포상을(치킨파티)  내린다.


자긴 굳이 안 먹고 싶지만, 아이의 기쁨을 함께 해 줘야 한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하.... 치킨!!!


‘정말 너란 녀석은 말이지!...’          

신랑이 밤마다 먹었던 치킨의 백만분의 일을... 모아봤다!



에필로그


헙...!

어제 브런치 작가 합격받고 올린글이

어제 오늘 2천회가 넘었어요ㅜㅜ!!!

(우왕.. 대박~!감사감사)

그런데..  유입경로가 ''기타''인데,

저는 어제 딱 한번  다음ㅡ'메인ㅡ쿠킹'

저~~아래 있는걸 봤는데

그 후로도 오늘까지 안 보이는데,

어찌  노출?이되는지

넘 너무 궁금하네요.!!^^


남편은 브런치가 뭔지 모릅니다.ㅡㅎㅎ

그리고

 글로 내가 합격을 한 줄도 모르는데..

이글을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 살짝 걱정이ㅡ!



''여보  나ㅡ브런치 작가 합격했어요~!^^''

했더니....

답장으로  온 카톡!!


                               오오~!!

                            작가님

                          오늘 치킨파티

                            하나요???


결국  퇴근길에 치킨 사와서는 신나게 또 파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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