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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Aug 28. 2023

뜨거운 감자

출처: 네이버 사전 검색


*이하 내용은 윗글처럼 사전적 의미가 아님을 밝힙니다.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를 말하며 낚이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요리를 할 때 간을 보지 않는다.


엄마는 그런 내게 네가 장금이냐? 주부 9단이냐? 어이없어하지만 그냥 맛보는 것이 썩, 싫.

어려서부터 팔팔 끓는 찌개나 국을 숟가락으로 휘리릭 젓고 한입 후~ 맛보시곤 다시 국자를 냄비에 넣어 휘적하는 집안 어른들의 요리시간 (궁금증:1. 뜨겁지 않은가? 2. 저 입댄 국자를 다시 풍덩?)을 익히 봐 왔었고, 울 엄마는 아직도 맛본 국자를 다시 풍덩하려다 내 눈치에 놀라 얼른 싱크대에 헹구신다.

(시어머님이 그러실 땐 속으로만 '플리즈 플리즈')


나는 주부 9단도 장금이도 아니지만 딱히,

맛이 거기서 거기라 간을 보지 않는다.

('요리를 못한다'라고 말하고, '즐기지 않는다'라고 쓴다)

우리 집에 있는 조미료는 육수 한 알, 간장, 올리고당, 소금뿐이라 특별한 맛의 반전은 없다.(앗, 국 할 때 쓰는 액젓도 있다)

딱히 조미료를 꺼리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굴소스, 연두, 생강가루, 등등 각종 조미료를 구비해 두었다.

하지만  늘 반도 못쓰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게 더 많아 이젠 사지 않는다.

내 요리 특징은 간을 살짝 해 식탁에서  싱겁다는 말이 나오면  '저염식이야, 건강식이야'라고 둘러대고 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해결된다.(집에서는 저염식, 외식은 자극적 음식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간은 어떻게 해결이 지만 해결되지 않은 하나가 있는데,

음식이 익었는지 확인해야 할 때다.

특히 빨간 양념 고기는 육안으로 확인이 힘들어 잘 익었나 확인이 필요할 땐 남편 찬스를 애용한다.


내가 유난히 신경 쓰는 식재료는 바로, 감자다.

양파나 당근, 파, 심지어 고구마도 조금 설 익어도 아삭아삭 먹기 낯설지 않은데,

감자는 설 익으면 매우 곤란하다.

덜 익혀 먹을 수 없으니 다시 냄비에 넣고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오래 익히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감자요리 시간은 아주  편인데,

완성작은 지저분하고 비주얼이 좋지 않다.  

그렇게 늘 지저분한 감자 반찬을 먹였다.

최근, 교회 감자조림을 먹고 베테랑 주부 30단, 권사님께

" 어쩜 이렇게 예쁘게 졸이셨나요? 저는 늘 지저분하던데요."

라고  여쭸더니 감자를 많이 익혀서 그렇단다.


이렇게 감자는 덜 익어도 곤란, 더 익어도 곤란하다.

그런데 내가 감자를 체크할 때마다 탈이 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아빠께서 농사지은 맛있는 햇감자를 택배로 한 박스 보내 주셨다.

작은 알만 골라 휴게소 알감자 조림을 상상하며 요리조리 굴려가며 요리를 완성했다.

시에 담다가 문득 '익었으려나?'라는 생각에 감자를 담고 남은 졸인 물에 으깨진 뭉근한 감자를 떠 한입  넣었다.

입 속에 넣자마자 '으아악~!' 강력한 비명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입안으로 느끼는 최고의 통증을 느끼며 감자가 자동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뒤 2주 정도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을 때 입천정의 화상으로 어떤 날은 진물맛이 느껴지고 어떤 날은 먹을 때마다 쓰라린 통증에 눈물을 머금고 음식을 맛도 보지 못한 채 겨우 욱여넣었다.(유난히 외식이 많았는데 맛있는 음식을 음미조차 불가능했다.)

입천장에서 느껴지는 짭짤한 진물과 통증으로 몇 번 씹지도 못하고 설렁설렁 음식물을 삼키며

'내가 감자를, 다시는 맛 보나 봐라.. 으으윽'

살기 위해 먹는 자처럼 견뎠다.


고통의 시간이 언제 끝났는지 잊어버릴 즈음(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저녁식사로 감자탕을 포장해 냄비에 고기뼈를 담고 팔팔 끓인 후 깍둑 썰은 감자를 풍덩풍덩 담고 각종 채소가 잘 익기를 기다리며 불을 끄려는 순간, 고기는 이미 한번 삶아서 괜찮을 텐데 역시 감자의 안위가 궁금했다.

감자를 휘적휘적 찾아 숟가락으로 반을 툭 쪼개 보았으나 숟가락에 전달되는 감이 아리송했다.

반 덜은 감자를 또 아무 생각 없이 입속으로 쏙.

 '으아악' 입천장과 혀에 닿는 그 뜨거운 감자의 열기가 내 뇌에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고통의 신음과 함께 감자의 뜨거운 기운이 입안에 화르륵 흐르고 나서야 지난날의 기억이 촤르르 떠올랐다.

또 몇 주의 고통이 함께 하겠지만, 지난번 고통보다는 덜 한 느낌이 들어 그나마 안심했다.





뜨거운 감자.

내 험난한 요리 인생에 매우 위험한 존재다.

주부 9단도 아닌 불량 주부가 감히 맛도 안 보고 식탁을 차려 내는데, 너는 못 당하겠다.

뜨거운 감자!!

언제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까?

진정한 주부 9단의 세계가 궁금하다.



아빠감자라 그런가?

포슬포슬 햇감자 참 달고 맛있다.

(참고로 저 요리가 휴게소 알감자라고 만든 비주얼이다.)

알감자 조림이라 쓰고, 삶은 감자라고 읽는다.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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