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둘째 아들이야기
엄마가 늘 걱정하시던, 아픈 손가락,우리 둘째 오빠..!
오빠가 많이 아팠다.
엄마도 오빠의 병환을 아셨지만
오빠가 아프고 나서 유난히 엄마가 그리웠는지,
종종 엄마 곁에 와서 머무는 게
엄마도 싫지만은 않으셨나 보다.
둘째 오빠가 엄마보다 세상을 먼저 떠나던 어느 날...
오빠 장례를 치르고 호국원에 모셔 드리고 온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방에 앉아
주체하지 못할 눈물을 흐느끼며 울었다.
애잔한 느낌이 닫아놓은 문틈 사이로 흘러 나갔나 보다.
나의 울음에 영문을 모르는 엄마의 불안한 눈빛과 함께,
“왜 우니? 왜 울어, 나도 좀 알자!”
이유를 말하라는 엄마의 독촉에
그날 나는,
엄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소식을
차마 말씀드릴 수 없었기에,
농축된 슬픔이 파괴력을 가지며,
폭파되어 더욱더 서럽게 나는 목 놓아 울고 말았다.
그 후 엄마를 보러 오지 않는 작은 오빠의 안부를
엄마가 종종 물으실 때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얼버무렸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두어 달 전, 오빠의 소식을 전했더니
담담한 듯, 예상을 하셨는 듯,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오빠가 천국 가시고 2년 후
엄마는 먼저 간 오빠가 마음이 쓰이셨는지,
그리우셨는지,
그렇게 오빠가 가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엄마도 그렇게 천국으로 떠나셨다.
직장일로 일주일에 두 번 말띠 고개를 지난다.
울 엄마 화장했던 안락 공원을 스치며,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 생각에,
눈과 코에 액체가 소리 없이 흘러 내린다.
하늘에서 엄마는 또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왜 우니? 왜 울어, 나도 좀 알자!”
이제는 엄마가 더 잘 알면서요.
나한테
왜 물어요.
그걸, 나한테 왜 물어요....
나에겐 다섯 분의 외삼촌이 계시다.
유난히 다정하시고 가정적이신 외삼촌들을 뵈면서,
사촌 언니들과 사촌 오빠들을 살~짝 부러워한 적도 있다.
그런 다정하신 삼촌들 때문이셨을까?
유독 까칠? 하신 둘째 외삼촌을 뵈올 때면
"삼촌 안녕하세요~빛나예요." 하면
"그래!"
하시며 인사만 받으시곤 얼른 자리를 지나치신 기억밖에 없다.
그런 둘째 외삼촌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엄마를 통해 들었다.
오랜만에 친정엘 찾아 간 날,
우연히 할머니를 보러 오신 삼촌과 마주쳤는데,
몸은 야위셨는데, 유난히 밝아 보이신 삼촌의 얼굴을 기억한다.
"삼촌, 빛나예요.안녕하셨어요? 몸은 좀 괜찮으셔요?"
라는 나의 물음에,
"빛나야, 응~삼촌 괜찮다, 괜찮다.
삼촌 하나도 안 아프고 건강하다.
빛나가 그렇게나 할머니 살뜰히 챙겼다면서?"
(뭐 내 의지가 아니라, 결혼 전까지 외할머니의 생필품 주문 담당은 나였다.
결혼 후 남동생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빛나야, 고맙다. 삼촌이 너~무 고맙다. 빛나는 잘될 거야. 복 많이 받을끼다!"
라며 나에게 덕담 같은 칭찬을 해주셨다.
그 후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신 삼촌의 모습을 뵌 게 마지막 만남일 줄은 몰랐다.
삼촌은 그렇게 이 땅을 떠나셨고,
삼촌이 돌아가시고 장례를 다 치르신 그날 밤
울고 울어 잠긴 엄마의 목소리를 전화로 들을 수 있었다.
"엄마, 혹시 할머니께 말씀 드리셨어요?" 라는 나의 물음에
"아니, 모르신다. 96넘은 엄마 아들 떠났다고 말하면 쇼크로 천국가실끼다."
절대 절대 말씀드리면 안 된다. 빛나야, 너도 할머니께 말 조심해라."
그렇게 삼촌들과 엄마의 비밀은
영원히 묻히지 못한채,
그렇게 두분은 천국에서
만나셨을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