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자야!

할머니의 파마

by 반짝반짝 빛나는



딸(엄마)의 글



아버지 생전에는 기(氣)도 못 폈던 울 엄마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쪽 비녀를 꼽고 다니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제는 엄마에게 자유가 생기나 싶었는데
이제는 아들들이 브레이크를 건다.

세월이 흘러,
골다공증으로 힘들어하신 울 엄마!

창포물에 머리 감듯
긴 머리를 매번 혼자 감으시기엔
팔이 뒤로 잘 돌아가지 않아,
그제야 아들들의 파마머리 허락이 떨어졌다.

엄마의 파마가 풀어져서
새로 말게 되는 날은 늘 토요일.

주일날(일요일), 세상 제일 예쁜 모습으로
예배당에 가야 하시기에


목욕재계 후 꽃단장하시러 미용실엘 가신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드라이를 하고,
갓(?)한 파마 웨이브가 유난히 예쁜 어느 날,
엄마는 걱정을 하며 나에게 물어보셨다.

''어떻게 자야지 웨이브 상하지 않고,
내일 교회에 갈 수 있겠니?''

90을 넘겨도 '엄마가 여자'라는 사실을
나는 여태 깜빡했나 보다.

그럴 때면 엄마의 깊은 믿음의 신앙생활과,
젊은 마음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서

'' 엎드려 주무세요
그러면 파마 모양 고대로예요!''

정작, 말은 내뱉었지만

울 엄마
잘 때 숨 막히시면 안 되실텐데.

파마하는 토요일이면,
늘 엎드려 주무시는 엄마를
늘 그렇게 걱정하곤 했다.





외손녀(나)의 글



교회에서 본 할머니의 파마 모양이 유난히 봉긋봉긋 예쁘신 날이 있다.

''할머니~ 어제 빠마하셨어요?
근데, 아침에 드라이도 넣으셨나 봐요?
너무 예쁘세요!''

나의 말에 할머니는 빙그시 웃으시며,
(당신의 고생이 성공했구나! 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귓속말로 이야기하신다.)


'' 나~ 어제 엎드려 자서 그래!''








꽃 단장을 하시는 흰 파마 머리가 유난히 잘어울리시는 울 외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