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교가야지! 지각이야, 지각!

지각에 대하여.

by 반짝반짝 빛나는



“아들, 학교가야지! 지각이야, 지각!”


아침이 되면 내가 1호에게 외치는 말이다.


그보다 먼저 눈뜨기 전 내가 아침에 처음으로 듣는 말은,

“엄마, 아침이야 일어나!”

2호가 나를 깨우는 소리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둘이 같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만 해도(불과 8개월 전) 함께 나의 아침을 깨웠다.

초등학생 조카의 아침 기상이 유난히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는 언니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심 아침 7시 반이면 머리 앞에서 나를 깨우는 아이들 때문에 큰애가 학교에 들어가도 아침 기상 스트레스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1호가 1학년이 되자마자 돌변해 버렸다.


아침에 깨울 때면 “엄마 5분만”의 스킬을 시전 한다.

신기할 노릇이다.

어찌 7년 동안 먼저 일어나서 나를 그렇게 깨워 대던 아이가 초등학교라는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눈을 뜨면 큰 아들을 향한 나의 하루는 바쁘다. 하지만 반대로 아들은 느긋하다.

시리얼이나 빵을 먹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 챙겨준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그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아들의 모습은 세상 느긋한 '나무늘보'가 따로 없다.


시리얼을 먹다가도 어린이집엘 가기 싫다는 동생을 보며,

“야! 어린이집 다닐 때가 좋았어, 하...”

하며 한숨을 쉬며 동생에게 푸념을 한다.


옷을 입다가도 무릎에 반쯤 바지를 걸치고 소파에 앉아 있기도 하고, 양말의 매무새를 다듬는다며 발을 한참 만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양말의 모퉁이가 발가락에 맞지 않으면 신발을 신기가 싫다고 한다.

정말 복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기 일보 직전이지만, 아이의 아침을 망치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어금니를 꽉 깨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마디를 또 외친다.


“아~들! 지각이야! 지각!”


“하, 엄마는 나보다 내 지각에 더 신경을 쓴 단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왜 내가 너보다 너의 지각에 신경을 쓸까? 나도 정말 이 말을 하고 싶지도, 하기도 싫구나!


'아들아, 엄마의 라떼는 말이야, 지각하면 운동장을 10바퀴나 돌았어, 아빠의 라떼는 말이야, 지각하면 야구 빠따를 10대씩 맞았단다.(물론 초등학교 때는 아니다)'

남편은 자기가 스스로 겪고 당해봐야 안다고 놔두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 지각해도 별게 없다.

심지어 매일 지각하는 00이는 수업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다함께 그 친구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래서 우리 큰 아이에겐 감흥이 없다. 그렇기에 엄마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 회초리를 안 맞고 혼은 안 나겠지만, 그게 너의 기본생활 습관과 생활들이 다 생활기록부에 남는단 말이야, 또한 그런 일들과 경험들이 쌓이면서 평생 너의 습관들로 너로 완성되어 가는 거야, 아들아 엄마 아빠는....”


“알았어요, 알았어! 이젠 옛날이야기는 그만 해요. 내가 알아서 학교 잘 갈게요. 몇 번 딱 맞춰 들어간 적은 있지만, 지각은 한 번도 안했고, 선생님께 혼난 적도 단 한 번도 없단 말이예요!”


하, 옛날이야기라니, 그래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나 듣기 싫었던 아빠의 잔소리, 당신의 보릿고개 시절을 이젠 내가 나의 아들에게 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정말이지 그 정도는 아닌데 ‘내가 아빠 만큼은 아닐 텐데’ 애써 부정해 본다.




학교 과제물도 그렇다.

1호의 학교는 책을 읽고 제목을 쓰면 독서 통장에 1점씩 점수를 주고, 인성 통장에는 바른 생활을 할 때마다 각 항목마다 1점이 부여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 읽은 것을 통장에 적으라고 했더니 투덜대며 쓰던 어느 날, 분명 5권을 읽었는데 3권밖에 적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점수들이 모이면 급식 우선권, 숙제 면제권을 주는데, 자기는 그 상품들은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단지 엄마가 하도 적으라니 적는 것 뿐이란다. 급식을 빨리 받아 무엇 하며, 숙제란 마땅히 학생이 해야 할 일이라는데(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라 숙제가 거의 없다)


하, 1호는 나의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옛날에는 숙제를 안 해 가거나 규칙을 어기면 혼이 나거나 매를 맞던 시절이었는데, 이젠 과제를 해 가면 점수를 주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것이 감사할 일인지도, 좋은 것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차이에 더 놀랐다.


내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여기는데 아들과 세대 차이가 이렇게 날 줄이야.


‘아들아! 나 또한 너를 잘 알기 위해 책도 읽고 교육도 듣고 공부도 하고, 나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늘 잔소리의 잔소리를 더해 학교를 보내 놓고 후회하곤 하지만, 그래도 마땅히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야겠구나! 아들, 그래도 지각은 아닌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나는 또 하루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너의 이름을 부른다.

목소리를 힘껏 가다듬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부르고 또 부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을...!


“아들아 학교 가야지! 지각이야, 지각!”



2021.10.'반짝반짝 빛나는 1호"



------김용운 선생님의 글쓰기 강의에서 제가 써 본글입니다. 주제'내가 아침에 일어나 처음하는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