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업 코칭(4)
대표님에게 여쭈어 보니 한라산을 추천하신다.
나는 제주에 몇 번 와 보지도 못했지만, 한라산에는 가본 일이 없다.
무척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아쉽게도 내일 오후 4시 비행기라 시간을 따져 보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왜냐하면 본인이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와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직원들이 코칭을 받으면서 대표님을 중심으로 몇몇 분이 당찬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내가 담당한 직원도 그 계획에 참여한 듯한데, 내가 볼 때는 대표님과 함께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흠... 본인만 가기 뭣하니, 나한테도 가라고 하시는 거 아니야? ㅋㅋㅋ"
아니면, 어차피 가야 할 곳이니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오르고 싶어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뭐, 아님 말고~.
어쨌든 그것은 그분들의 문제이고, 우리도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
잡학다식하신 코치님이 제안을 하신다.
어제는 흑돼지 삼겹살 집에서 거하게 드신 후 가장 먼저 숙소에 들어가시더니, 일찍 주무시고 몸이 아주 개운하신가 보다.
머리만 대면 코를 골고 주무시는데, 마음이 편해 참 좋으시겠다.
나는 내일 발행할 글을 준비하지 못해 늦은 시간까지 앉아서 연재글을 써야 하는데...
마지막 셋째 날이 밝았다.
평소처럼 새벽 독서 모임을 끝내고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제 사놓은 달걀을 삶고, 거기에 라면 국물을 곁들여 먹기로 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교수님은 일찌감치 바닷가 근처 까페에 내려드리고, 남자 둘이 비자림숲으로 향했다.
목적지로 가면서 나보다 9살이 더 많으신 코치님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학생 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숱한 에피소드들을 쏟아내시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사실 여기에 그 이야기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그러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원래 제주의 공기가 맑기도 하지만, 비자림숲에 들어오니 몸은 신선해지고 마음은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 문화유산 기행을 다닐 때도 비자림숲에 간 일이 있었다.
녹우당(고산 윤선도 가문의 고택) 옆에 비자림숲이 있는데, 비를 맞으면서 비탈을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비자나무를 잘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가 알던 비자나무가 그 나무가 아니었다.
뭔가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착각한 것이 더 있었다.
우리는 '비자림숲'에만 비자나무가 가득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 일대 전부가 비자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사를 보면, 영조 39년에 제주도에서 조정에 바치는 비자나무의 양이 너무 많아 백성들이 힘들어하니 그것을 줄여달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만큼 제주에는 비자나무가 많다.
향기가 나고 탄력이 있어 최고의 목재로 쓰였는데, 그중에서도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값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자림숲 한가운데로 도로가 나 있고, 확장하기 위해 양 옆으로 많은 나무들이 벌목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굳이 도로를 넓힐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자연을 훼손할 필요가 있을까?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도,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여행이었다.
다음번 기업 코칭이 한 번 더 남았는데,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