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길을 잃는 것이 나쁜 것일까?
나는 한 때 인생의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추구하고 찾았던 것,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일 듯 보이지 않았던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줄 것 같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분을 스승 삼아 배우기 시작했다. 곧 정답이 보이겠지. 그 길로 걸어가면 알쏭달쏭했던 수수께끼들이 풀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모순들이 말끔히 해소되겠지...
그러나 몇 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 길은 다만 '그의 길'이었던 것이다! 그분이 걸어가야 할 길이지, 나의 길은 아니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 어느 시간대든 숲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놀랍고 기억할 만한 일이고 또 소중한 체험이다. 종종 눈보라가 칠 때는 심지어 대낮이고 잘 아는 길이었음에도 어느 쪽이 마을로 가는 길인지 알기 어렵다. 마을 주민은 그 길을 천 번이나 다녔겠지만 그런 날씨에는 길의 특징을 알아보지 못하며, 마치 시베리아에 온 것처럼 낯설게 보인다. 물론, 밤이 되면 그런 난처함은 더욱 심해진다. 우리는 평소 산책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길을 잡아 걸어가는데, 그것은 잘 알려진 산봉우리 봉화와 해안 갑을 보며 항해하는 선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거나 - 눈을 꼭 감고 한 바퀴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만으로 길을 잃기에는 충분하다 - 정반대 방향으로 한번 빙 돌면, 자연의 광대함과 기이함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사람은 잠에서 깨든 멍한 생각에서 깨든, 그 깨어나는 순간에 나침반의 정확한 방위를 알아야 한다. 달리 말해, 길을 잃거나 세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으면서 우리가 세상과 맺는 무한한 관계를 의식하게 된다."
- 현대지성 클래식 <월든·시민 불복종> 중에서
소로우의 이 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불현듯 나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익숙했던 것, 늘상 해오던 일,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것, 나의 좁은 세상을 벗어나 더 크고 광대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길을 찾았고,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다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소로우는 이렇게 말을 한다.
"길을 잃거나 세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으면서 우리가 세상과 맺는 무한한 관계를 의식하게 된다."라고...
그렇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놀랍고 기억할 만한 일이고 소중한 체험이다.
길을 잃고 난 뒤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나는 잡았다. 이제는 길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제는 그저 길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지 구.도.자.일 뿐이라고...
그러나 한 가지만은 알고 있다.
내가 전에 비해 성장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더 나은 나로 성장해갈 수 있다는 것을...
길을 찾지 못했으니, 잃을 것 또한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