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목수가 집을 지을 때, 큰 목재로는 들보와 기둥을 만들고 작은 목재로는 서까래를 만들며, 눕힐 것은 눕히고 세울 것은 세워 각기 제자리에 놓은 뒤에야 큰 집을 완성하는 법입니다. 옛날 어진 재상이 정치를 하는 것도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큰 재주를 지닌 자는 높은 자리에 두고 작은 재주를 가진 자는 사소한 일을 맡겼습니다...(중략)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적인 일에 연연하느라 공적인 일을 돌보지 않고, 사람을 위해 관직을 고르고 있습니다. 아끼는 사람은 재주가 없어도 구름처럼 높은 지위에 올리려 하고, 미워하는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구렁텅이에 빠뜨립니다...이러니 나랏일만 혼탁해질 뿐 아니라 나랏일을 하는 사람도 고생스럽고 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벼슬을 맡아서는 청렴하고 결백하며, 일을 하면서는 신중하고 공경해야 합니다. 뇌물이 들어오는 문은 막고 청탁을 받는 허물은 멀리해야 합니다. 승진과 좌천은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따지고, 임명과 해고는 사랑과 미움으로 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저울처럼 균형을 잡아 경중(輕重)을 왜곡하지 않고 목수의 먹줄처럼 곧게 해서 곡직(曲直)을 속이지 않아야 합니다."
녹진은 신라 헌덕왕 때의 관원으로, 818년 헌덕왕 10년에 집사부의 시랑이 되었다. 이 글은 인사 정책의 요점을 담고 있는 글로 김충공에게 올린 것이다. 김충공은 신라의 왕족으로 헌덕왕의 형이다. 집사부 시중과 상대등을 역임하면서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장악했는데, 이 무렵 녹진이 올바른 인사를 위해 그에게 간언을 올린 것이 『동문선』에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삼국사기』「녹진열전」에도 실려 있다.
녹진의 글을 현대 구어체로 바꾸어 읽어보면 어떨까? 목수를 건축가로, 목조 건물의 구조물 명칭을 현대식 건물의 명칭들로 바꾸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1,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것이 없으니, 아무리 세상이 발전하고 진보한다고 해도, 사람 사는 세상에 기본 원칙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인사의 기본은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의 능력과 장점을 헤아려 그것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다. 인사를 행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공명정대함'이다. 사사로운 관계와 이익 때문에, 혹은 뇌물과 청탁을 받고 능력과 자질이 없는 사람을 중직에 앉히거나, 능력과 자질이 출충함에도 중용하지 않고 한직으로 내치거나 해임하면, 나랏일이 혼탁해지고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대저울처럼 균형을 잡아 경중을 왜곡하지 말고, 목수의 먹줄처럼 곧게 해서 곡직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녹진의 문장이 '명문'으로 기억되는 것은, 그것이 지극한 '기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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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진'의 문장은 민음사에서 출판된 『한국 산문선』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