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짊어진 삶의 무게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행운아라고 칭찬한다네. 나 또한 불평을 하거나 나의 인생행로에 대해 질책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나 실제로 보면 그것은 노고와 일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그러니 칠십오 년 평생 동안 단 한 달만이라도 진정으로 즐겁게 보냈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형편이네. 말하자면 끊임없이 돌을 위로 밀어 올리려고 애쓰면서 그 돌을 영원히 굴리고 있는 것과 같았네. 나의 연대기는 나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히 보여주겠지. 안팎으로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주어졌던 걸세.
나의 참다운 행복은 마음속에 시를 떠올리고 창작하는 데에 있었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공직 생활 때문에 얼마나 제한되고 방해를 받았던가! 공적인 활동에서 물러나 고독하게 살 수 있었더라면 나는 더욱 행복했을 것이고 시인으로서도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테지.
『괴테와의 대화』는 그의 제자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이 쓴 책이다.
괴테가 당대 최상층 계층이었다면 에커만은 당시 독일 하층민의 전형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보따리장수였고, 어머니는 바느질로 생계에 도움을 주었다. 주 수입원은 암소 한 마리였고, 암소로부터 얻는 우유로 하루하루 먹고살면서 가끔씩 남은 우유는 팔았다. 1 에이커 정도 되는 밭에는 야채를 재배하여 먹고살았다.
에커만의 생애를 보면 사마천의 말이 생각난다.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를 잡으면 천리를 간다."
에커만의 능력과 재능이 파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괴테는 에커만의 능력과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다만 에커만의 시대적, 사회적인 자화상이 그랬다는 소리다. 에커만의 삶은 괴테를 만났기에 빛을 발했고, 또 괴테를 만났기에 그 빛이 가려졌다. 하지만 에커만은 괴테를 만난 것을 최고의 기쁨과 행운으로 여겼고, 괴테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괴테와의 대화』를 쓰는 것을 '천분'으로 여겼으니, 그의 삶 또한 최고의 인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괴테의 삶은 어땠을까? 괴테는 자신의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시시포스'.
사람들은 자기를 행운아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은 일과 노고에 시달리며 75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달만이라도 즐겁게 사는 것을 소망할 만큼 고단한 인생이었다. 괴테는 늘 소망했다. 많은 일에서 벗어나 시와 문학에 전념할 수 있었다면 오죽 좋았을까! 아마 그랬다면 괴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괴테의 그런 삶 때문에 그의 작품들이 더 빛을 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무게를 짊어지고 고단한 길을 걸어야 했던 괴테의 삶. 그의 삶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으로 여기며 자신의 삶을 헌신했던 사회 지도층, 특권층의 책임과 의무, 사명감을 잘 보여주는 귀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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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은 민음사에서 출판된 『괴테와의 대화』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