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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균형

by 긴기다림


‘1만 시간의 법칙’은 안데르스 에릭슨의 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특정 영역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1만 시간 정도를 그 분야에 투입했다는 연구입니다. 이 내용을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이 재조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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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을 들으면 성공을 위해서는 엄청난 근면 성실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말콤 글래드웰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강조하였기에 그 부분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것이 ‘1만 시간의 법칙’ 안에는 있었습니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연습량만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연습량이 비슷한 그룹이 성취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원인을 찾았습니다. 답은 휴식에 있었습니다. 연습량이 비슷한 사람들의 성취의 차이는 휴식의 질과 양에 있었습니다. 휴식을 잘 취한 사람들이 더 높은 성취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안데르스 에릭슨 이후 후속 연구에서 추가로 휴식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집니다. 특정 영역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1만 시간의 연습량, 1만 2천 시간의 휴식시간, 3만 시간의 수면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1만 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은 휴식을 통해 좋은 컨디션인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는 대략 하루에 3.5시간 정도입니다. 휴식과 수면이 충분한 사람의 집중된 3.5시간은 10년이 지나면 그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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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는 하루에 5시간 또는 6시간 이상 투여한 사람들은 하루에 1시간 정도 또는 그 이하를 투여한 사람과 비슷한 성과를 이룬 것을 밝혀냅니다.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고 해서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성취를 위해 근면, 성실로만 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면, 성실이 효과가 있으려면 휴식과 수면이 충분한 상태에서의 집중적인 근면, 성실이어야 합니다.


성취를 위한 노력과 실천만이 성취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력과 실천이 큰 성취를 이루려면 온전한 쉼과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수면과 휴식은 눈에 띄지 않기에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기에 노력과 실천만으로 성취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과 실천의 양이 많아도 휴식과 수면이 부족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세포에 포도당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혈액에 있는 포도당을 강제로 세포로 넣으려고 해도 넘침 현상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치와 같습니다. 휴식과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력과 실천을 계속한다면 노력과 실천은 역효과를 냅니다. 넘침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비워야 합니다. 세포 속 당을 비우듯, 몸속 피로와 스트레스를 비워야 노력과 실천이 쌓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됩니다.



검객이 상대를 버려할 때 칼을 반드시 젖혀야 합니다. 칼을 앞으로만 움직이려 하면 상대를 쓰러트릴 수 없습니다. 활을 멀리 쏘려면 활시위를 뒤로 강하게 당겨야 합니다. 당겨진 만큼에 비례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노력과 실천을 많이 쌓으려면 휴식과 수면으로 몸을 비워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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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균형이 맞아야 뜻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라는 것을 빨리 얻기 위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보이는 것만 계속하면 보이지 않는 것과의 균형이 맞지 않아 원하는 것과 결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연구결과도 자극적인 부분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는 부분만 강조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 이야기하면 보이지 않는 것과 균형을 맞추는 일을 놓치게 됩니다. 1만 시간의 법칙도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휴식과 수면에 대한 것은 희미해졌습니다. 의도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전달하려는 것이 왜곡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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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이 온전함 쉼과 균형을 맞출 때 효용을 다 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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