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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다림 Oct 07. 2024

제주 첫날

  일요일이라 조금은 한산한 공항입니다. 공항은 한산했지만 비행기는 만원입니다.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짧은 하늘길을 지나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제주는 언제나 이국적입니다. 공항을 나와 버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제주에서는 이곳이 주 여행지입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앞에는 바다가 뒤에는 성산일출봉입니다. 잠시 걸으니 비가 떨어집니다. 숙소에서 우산을 가지고 나와 성산일출봉으로 향했습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걸으면서 들리는 소리는 중국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난 제주여행에도 느꼈지만 제주는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인 듯합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외국여행을 자주 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걷다 보면 한국도 아닌데 심지어 외진 곳인데도 한국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낯선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자주 보면 외국에 온 느낌이 희석되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중국인들이 이와 비슷한 마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산을 받치고 성산일출봉 입구까지 가니 유료와 무료길이 있습니다. 비도 오고 내일 다시 오려는 마음으로 무료길로 들어섰습니다. 비는 떨어지고 바람은 거세졌습니다. 우산은 꺾이고 비는 옷으로 스몄습니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성산 일출봉입니다. 바다와 일출봉이 대비되는 풍경은 여러 기억을 꺼내게 합니다. 비바람을 받아 내는 바다는 스산하기까지 합니다. 영화 어딘가에서 봤던 모습과 겹칩니다. 때로는 영화가 현실보다 강렬하지만 언제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어찌 영화뿐이겠습니까?   

    

  제주 해녀의 집이 저 아래 바다와 붙어 있습니다. 비가 오는 중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그곳을 향합니다. 예전에 그곳에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맛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북적되는 사람들과, 눈앞의 출렁이는 파도가 생각납니다. 바다와 붙어 있는 해녀의 집은 음식에 상상을 연결하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바다, 해녀, 해물의 연결로 맛을 보지 않아도 맛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바람에 우산이 휘청됩니다. 방향을 돌려 숙소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숙소에서 알려 준 저녁 장소를 둘러봤습니다. 저녁 시간이 아닌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이곳을 가도 되나 싶었습니다. 저녁에도 사람이 없으면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잠시 쉬니 여독이 풀렸습니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소개받은 음식점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10분 정도 걸어 다시 와 보니 벌써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맞은편 별관으로 들어가서 자리 하나를 차지했습니다. 흑돼지 2인분을 시키고 기다렸습니다. 밑반찬이 차려지고 기분 좋은 색의 숯이 들어옵니다. 두툼한 오겹살과 목등심이 구워집니다. 고기 굽는 것을 좋아하지만 고기를 구워주는 곳이 많아져 제 차지가 돌아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도 굽는 것은 제 일이 아니었습니다.      


  목살부터 먹기를 권해 한 점 입에 넣으니 부드럽고 육향과 육즙이 풍부했습니다. 밑반찬은 특별나지 않았지만 숯과 고기 질이 좋아서인지 고기 맛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손님들이 연신 들어왔습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비 예보에 마음이 살짝 불편했는데 첫날 여행은 비와 동행하느라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내일은 날씨가 도와주기를 바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제주 첫날이 저물고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성산일출봉과 우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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