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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다림 Oct 09. 2024

제주 둘째 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성산일출봉이 모습을 보입니다. 집들 위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 약간은 이질감을 자아냅니다. 여행지의 아침 풍경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평소에는 아침을 먹지 않지만 여행할 때는 조식을 먹습니다. 조식을 먹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조식과 창밖 풍경은 잘 어울리는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오늘도 날은 흐립니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져 우산을 챙겨 우도로 향합니다. 배를 타고 15분 정도 지나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전기차 호객이 이어집니다. 토끼차, 사이드카, 전기자전거 1, 2인승 이름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자전거를 타러 왔기에 전기자전거 두 대를 대여했습니다. 자전거 전원을 켜고 해안 도로를 따라 길을 나섭니다.     

  일반 차량과 해안선 일주 전기차량이 많아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왼편에 바다 풍경이 시선을 잡고 있어 도로 상황에 더 집중해야 했습니다. 오른편에는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출발하기 전 먹어 보려던 땅콩아이스크림이 있는 가페에 멈췄습니다. 바다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가 솔솔 했습니다. 땅콩의 고소함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잘 어우러진 맛입니다.      

  다시 한참을 달립니다. 바닷가에는 많은 조형물이 있습니다. 바다색이 에메랄드빛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제주에는 겨울에 온 적이 많아서 제주 바다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이번 우도 바다가 제주 바다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바다와 아름다운 조형물 주변으로 사진 찍는 커플들이 보입니다. 누군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누군가는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촬영을 위한 옷과 소품을 챙겨 온 커플들도 보입니다. 비가 살짝 왔지만 그들을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달리다 보니 살짝 추워집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중국말로 가득합니다. 자리 하나를 찾아 앉아 보말 칼국수를 시켰습니다. 국물 한 숟가락에 온기가 퍼집니다. 보말과 소라가 잔뜩 들어간 칼국수는 생각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한기를 가시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음식으로 따뜻해진 몸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비가 조금씩 내려 속도를 내서 한참을 달렸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져 카페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감귤차를 주문했습니다. 카페는 고풍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비틀스의 렛잇비가 흘러나옵니다. 추억이 소환되기에 좋은 분위기입니다. 따뜻한 감귤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에 온기를 채웠습니다. 비는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합니다.     


  속도를 내서 빗속을 달렸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빗길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 또 다른 흥이 있습니다. 비양도에 도착해 들판을 걸으며 아래로 바다를 봅니다. 봉수대에 올라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커플이 보입니다. 올라가고 싶었지만 비가 계속 오고 있어 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비양도를 뒤로 하고 천진항에 도착했습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 우도 일주는 4시간이 걸렸습니다. 해안가만 따라갔는데도 볼 것, 먹을 것이 많아서인가 봅니다. 우도의 마을 안길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우도 사람들은 육지사람(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이 좋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수익이 보탬이 될 수는 있지만 평온함을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은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 

    

   배를 타고 나와 숙소에서 잠시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회를 먹고 싶어 사람이 많은 횟집에 들어갔습니다. 광어, 고등어, 딱새우, 해산물로 구성된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차려 나오는 모양새가 눈길을 끕니다. 맛은 모양새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관광지의 한계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녁 산책으로 마음을 채웠습니다.      

우도를 즐긴 하루였습니다. 다음은 성산일출봉을 다녀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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