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지 못하는 시대

by 긴기다림


이른 아침 무심코 집어든 책에는 활자는 깨알 같고 한자어가 가득하며 심지어 한자에 음독도 없었습니다. 가독성에 대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페이지는 320페이지 정도였지만 요즘 책의 분량으로 충분히 500쪽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독자에 대한 형식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학생 때 읽던 책들은 모두 이렇습니다. 당시의 책들은 내용으로만 승부했나 봅니다. 책은 가치 있는 내용을 실는 것으로 본분을 다한다는 생각이었나 봅니다. 이에 비하면 지금 책들은 분량부터 가볍습니다. 300쪽 정도의 분량이라고 하지만 예전 책에 비하면 글자수가 2/3에서 1/2 정도입니다. 글자도 커지고 줄 간격도 넓어졌습니다.


간다 마사노리는 자신의 책에서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분량이 많아지면 절대 읽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지금은 이를 지나 책을 읽지 못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전철에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는 한두 명 정도 보입니다. 도서관에서도 책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는 책 읽는 것이 대단한 능력이 됐습니다.


출판업계는 책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에 직면했습니다. 책을 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활자를 크게 하고 내용을 최대한 적게 합니다. 쪽 수를 줄이고 내용을 쉽게 합니다. 철학책은 에세이 형식을 취합니다. 어려운 시는 직관적인 시로 향합니다. 지혜를 깊게 묻어둔 책은 멀리하고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둡니다.

중요한 내용은 진하게 표시하고 밑줄도 칩니다. 이것도 모자라 소주제가 끝나면 요약글을 박스에 정리합니다. 독자의 가독성을 최대한 신경 쓰고, 읽는데 조금이라도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이에 비하면 예전의 고전은 배려가 없습니다. 쓰는 것은 작가의 몫이고 읽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고전이 지금의 독자들에게 멀어진 이유는 지혜를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책 전체를 읽고 생각해야지만 비로소 알게 되는 그곳에 숨겨 두었기에 고전을 찾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인간의 발자취가 묻어 있고 보석 같은 지혜로 가득한 책들이 외면당하는 모습에서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고통으로 가득한 이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또 하나는 세상의 모든 곳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가 그곳에 있기에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문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명백히 독서와 생각을 못하는 시대입니다. 이 지점을 명확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는 취미의 영역에만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 너무나 큰 것을 쥐고 있습니다. 인생의 승패가 독서를 할 줄 아는가? 그렇지 못한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독서를 너무 과장해서 이야기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독서는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독서를 하지 못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지 못한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읽어야 합니다. 글을 읽는다고 문맹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지 못하면 여전히 문맹입니다. 나는 지금 문맹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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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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