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by 긴기다림

생각은 단번에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처음은 두리뭉실하고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갑니다. 번쩍하고 모습을 드러내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면 사라집니다. 사라져도 아쉽지 않다면 오랜 기간 관심 두지 않아서입니다.


큰 목표는 마음 깊이 새기고 오랫동안 생각을 거듭합니다. 생각이 켜켜이 쌓이면 의식하지 않아도 생각에 잠깁니다. 의식을 넘어 무의식에도 새겨집니다. 의식은 다양한 것을 대상으로 하지만 무의식에서는 깊이 새겨진 것만 대상이 됩니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 모양새로 움직입니다. 전체가 보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일부분만 모습을 보이다 이내 사라집니다. 갑자기 왔다 금세 사라집니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봐야지’ 하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대상은 아이디어, 영감, 직관, 통찰, 깨달음으로 불립니다. 자주 오지도 않고, 언제 오는지도 모릅니다. 툭 던지듯이 모습의 일부를 드러냅니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특정 모양새를 갖추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된 것은 그 내용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결과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은 대부분 레드오션에 놓일 확률이 높습니다.


오랜 시간 생각했던 영역에서 툭 던져진 것은 기존 것과는 다릅니다. 이것을 붙잡아 다듬으면 지금까지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갖춥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블루오션에 놓일 확률이 높습니다.


영감은 의식적으로 노력할수록 멀어집니다. 얻으려는 의지는 의식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영감은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 의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가능합니다. 집요한 의식은 자칫하면 영감이 오는 길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의식적인 생각이 힘이 들지 않을 때까지 시간이 흐르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점에 영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습이 드러날 때, 다음에도 모습을 보이겠거니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이때는 의식의 영역에 가두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외우려는 것은 수단이 아닙니다. 기록만이 유일한 수단입니다.

영감은 영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영감은 행복, 건강, 관계, 돈에 관한 영역에만 자리하지 않습니다. 사람, 생명, 지구, 우주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의 근원이 대상일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형태가 있는 것, 형태가 없는 것이 대상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며 우리에게 나타날 영감의 길목을 막아서서는 안 됩니다. 영감을 얻으려면 생각을 쌓아야 합니다. 집요한 생각이 자연스러운 생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인위적일수록 멀어집니다. 알 듯 말 듯, 다가서는지 아닌지 모르게 그렇게 말입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지 않습니다. 나를 나로 한정하지 않아야 세상이 내게로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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