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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답을 찾는다

by 긴기다림

한 참 전의 일이다. 길에서 가지가 아래로 굽어 자라는 나무를 봤다. 이름을 알고 싶어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 적극적으로 찾았다면 금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몇 번 검색을 통해 외형의 특징을 쳐본 정도에 그쳤다. 이후에도 이 나무를 볼 때마다 이름이 궁금했다.


일 년 정도가 지나 그 나무인데 표찰이 붙어 있었다. 공작단풍이다. 이름이 나무와 잘 어울렸다. 아주 궁금해하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이름이 궁금했기에 표찰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로 공작단풍은 잊히지 않았다.

영어 문장은 듣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많다. 문장을 보고 단어와 발음을 짝을 지으려 하지만 연음, 축약 등을 감안해도 이해되지 않는 발음도 많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그렇게 발음하니 의문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 문장을 한참 따라 하면 익숙해지는데 어떤 날은 특정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부하는 내용을 노트에 적어 두었기에 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생각해 내려고 노력한다. 문장에서 사용된 단어 하나부터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전체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문장이 궁금할 때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지만, 궁금한 상태로 계속 생각하다가 노트를 보면 오래 기억된다. 영어만이 아니라, 특정 표현도 같다. 명언, 속담, 유명한 묘사 들이 떠오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 그 시간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생각을 멈추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문장을 직접 찾거나 우연한 기회에 다시 보게 되면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진다.


목표를 세워야 일을 달성하기 쉬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머릿속에 도달할 곳을 저장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확인하는 것만으로 모든 신경은 그곳을 향한다. 잠시 잊고 있어도 우리의 뇌와 몸은 그곳을 향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목표와 관련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하게 된다. 목표는 자석과 같아서 관련된 것을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끌어당긴다.


유튜브에서 부동산 강의하는 사람이 이야기한다 “사실 아리팍이나, 원베일리는 우리와 관계가 없잖아요. 그런 아파트는 특별한 사람들만 사는 아파트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허무맹랑한 것에 관심을 두느니 현실 가능한 것에 관심을 갖자는 말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말처럼 위험한 게 없다. 언급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다 특별한 사람일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그 아파트를 소유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면 가질 수 있었을까?


동떨어져 있어 접근할 수 없다는 생각은 도달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가 한계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까지다. 생각을 접은 곳에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안분지족라이면 모르지만 내 사이즈를 한정 짓는 이유가 능력 부족이라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생각에는 한계가 없다. 생각에 한계가 없다는 것은 도달할 수 있는 곳에도 한계가 없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모든 역사가 그렇다. 당시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누군가의 생각이 있고 실천이 계속되어 가능해졌다. 아무도 이루지 못한 것도 누군가는 생각과 실천으로 이뤘는데 누군가 이룬 것을 나는 안된다고 굳이 단정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려는 계획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변하는 것은 생각을 가두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듯, 자신의 삶에 심을 수 있는 위대한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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