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아도
글은 나를 살게 한다

by 긴기다림



머릿속이 무언가로 가득하다. 밀린 숙제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매년 책을 쓰기로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글과 멀어진 적이 별로 없는데도 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언저리에서만 맴돌고 있다. 신념 하나가 꺾였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없다. 하루는 분주하다. 24시간을 꽉 차게 생활하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채우려고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더 비어만 간다. 이상하다. 이것 도 하고 저것도 하는데 왜 채워지지 않을까?


뭔가를 하면 쌓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마라톤을 달릴 때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면 결승선을 통과한다. 멈추지 않고 발을 떼는 것에만 집중하면 완주는 명확하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자신의 모습은 현실이 된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안 될까’라는 의구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것과는 다르다. 행동이 엉키고 생각이 뭉쳐있는 느낌이다. 하나를 뚝 떼어 명료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것을 확실하게 해야지 하면 또 다른 것이 자기부터 해결하라고 한다. 이 생각에 치이고 저 행동에 밀쳐진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하고 있는 일은 맞는지? 허우적 된다.


내 안에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고 넘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 검은 뭉치가 가득 채워진 만화 장면 같다. 내 안의 외침이 맥을 못 춘다. 이런 상황이 절망이거나 실패를 알리는 신호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왜 늪에 빠져있는 느낌일까?


다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 갯벌에서 뛰는 느낌이다. 달리고 싶지만 뻘은 허락하지 않는다. 더 힘을 길러주고 싶은가 보다. 저항감은 다리에 매단 모래주머니의 의미인가? 모래주머니를 차면 힘은 더 들지만 떼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 뭐 그런 건가?


글은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 좋다. 누구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겠는가? 말한다고 들어줄 사람도, 이해할 사람도 없다. 나만 정확히 알고 있고, 뚫고 가는 사람도 나다. 글을 쓰면 이런 상황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


글이 주는 힘이 느껴진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다양한 글을 만들어 낸다 해도 직접 쓰는 글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이기지 못한다. 지금은 점, 점, 점이다. 점이 몇 개 밖에 없을 때는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 점이 많아지면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지금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계속해서 점을 찍는 일뿐이다.


언제나 그랬다. 출발은 선명하지만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을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그곳은 있다. 늪은 나를 멈춰 세울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은 포기를 하라는 신호가 아니다. 나를 멈춰 세우려는 것은 내가 가려는 곳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결정하는 안 보이는 손이다.


오늘도 점을 찍는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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